생뚱맞은 사암 바위산들이 붉은 모래사막과 어우러져 홍해로 치닫는 곳에 와디 룸(Wadi Rum)이 있다. 사막에는 물론 대중교통이 없기 때문에 혼자 걸어서 여행하기란 불가능하다. 단체 투어에 참여하거나 가이드를 동행한 지프차를 빌려야만 한다.
다행히도 페트라를 여행하는 동안 눈인사를 주고받았던 젊은 여행자가 내게 동행을 권유했다. 만나고 헤어짐이 일상인 여행자들의 약속이 그러하듯 ‘생각이 있으면 다음 날 아침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라’는 것이었다. 와디 룸에 미리 연락해 가장 훌륭한 가이드를 섭외했다며 그가 제시한 조건은 아무런 준비도 없던 내겐 최상의 조건처럼 들렸다.
페트라에서 와디 룸 입구로 가는 버스는 하루에 한 대밖에 없다. 새벽 6시에 서둘러 버스를 탔으나, 마을버스라도 되는 양 동네를 몇 바퀴 돌아 손님을 더 태운 뒤에야 출발했다. 그래 봐야 그날의 승객은 외국인 3명, 현지인 2명이 전부였다.
버스에 올라 그와 인사를 나눈다. 오스카라는 이름의 네덜란드 청년이다. 인도네시아인 아버지를 둔 탓에 동양적인 느낌이 들었다. 튀니지와 알제리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호주와 이집트에서 일을 했다는 다양한 경험 때문인지 처음부터 호감을 느꼈다.
호기심 많고 말하기 좋아하는 오스카는 버스 차장과 한바탕 실랑이를 벌였다. 손님이 적다고 차비를 더 내라는 차장과의 한판 승부다. 앞자리에 탄 외국인들이 이견을 제시하지 않은 탓인지, 차장은 우리에게도 추가 요금을 요구했다. 불의에 맞서 자기 의견을 피력하던 오스카는 싸움이 거칠어지지 않도록 재치를 발휘하며 30분 이상 시간을 끌었다. 그쯤 되자 차를 돌리겠다던 차장의 협박도 무뎌졌다.
낙타 대신 지프 여행 평생 잊지 못할 경험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더욱 유명해진 와디 룸은 중동에서도 매우 독특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사암 바위, 협곡, 모래언덕들이 곳곳에 가득해 사막의 다양성을 한곳에서 볼 수 있다. 더구나 사막의 집시로 불리는 베두인들의 생활까지 체험할 수 있어 여행자들을 매료시킨다.
와디 룸 보호구역(Wadi Rum Protect Area)은 동서 2km, 남북 130km에 달하는 면적이라 지리에 익숙한 현지인 가이드의 동행 여부가 여행의 관건이다. 사막을 잘 아는 베두인이라야 길이 없는 사막에서 방향 감각을 유지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한적한 고속도로를 90분 이상 달려 사막 입구에 도착했다. 방문자 센터 주변의 작은 마을을 제외하면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오스카가 미리 연락을 취했다던 최고의 가이드가 방문자 센터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 준비도 없었던 나는 그저 그가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만 올리면 모든 게 해결될 상황이다.
마중 나온 가이드와 가격 협상이 시작됐다. 원하는 루트와 일정을 말하면 가이드는 가격을 제시한다. 협상은 길지 않게 끝났다. 옆에서 듣기만 하던 내가 결정적인 가격을 제시하자 쉽게 흥정이 성사됐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라 동행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고, 혼자보다는 둘인 편이 요금을 절약할 수 있었기에 모두 별다른 토를 달지 않았다.
지프를 빌려 하루 종일 사막을 여행하고, 베두인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이튿날 아침 돌아오는 일정. 베스트 가이드는 직접 우리를 안내하지 않았다. 유명한 탓인지 그는 걸려오는 전화만 받고, 흥정이 성사되면 아랫사람을 시켜 투어를 진행하게 했다. 어찌 됐건 우리를 안내한 가이드는 베두인이었고 사막 지리에 능했다. 단점이라면 영어에 능숙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프는 사막을 따라 바위산들을 요리조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사막 한가운데는 차들의 바퀴 자국과 이름 모를 나무들만이 드문드문 펼쳐져 있을 뿐이다. 해발 950m에서 시작되는 사막은 1832m인 제벨 움 아다미(Jebel Umm Adaami)까지 고도를 높여가며 다양하게 변화했다. 와디 룸의 매력은 사막 풍경이 지루해질 때쯤이면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차에서 내려 걷기도 하고 바위 다리를 아슬아슬하게 오르기도 하고, 모래사막에서 짧은 휴식을 취하면서 하루 해가 저문다. 낙타가 아닌 차를 타고 사막을 완주한 셈이다.
사막에서 밤을 보내는 이들을 위한 상설 베두인 텐트는 바위산 뒤편에 숨겨진 아지트 같았다. 미리 도착한 두 명의 벨기에 여행자가 우리를 반긴다. 모닥불을 피우고 저녁을 준비하는 것은 베두인 가이드의 몫이었고, 사막의 낭만을 즐기는 건 여행자 몫이었다. 텐트 밖으로 침낭을 내오거나 고양이 세수를 하던 일행(?)을 뒤로하고 홀로 지평선을 향해 걸었다.
텐트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쯤 나지막한 바위 언덕에 홀로 앉았다. 일몰 시간이 되자 붉은 태양이 모래와 사암을 더욱 붉게 물들였다. 사막의 초저녁에 푸른 밤이 찾아오면서 해지는 반대 방향에서 달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바람 소리만이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너무도 고요한 시간이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동료들의 “밥 먹어!”라는 말이 나의 단꿈을 깨운다. 모닥불을 가운데 둔 채,급조된 저녁식사를 마쳤다. 사막을 배경으로 차분하게 여행 이야기가 오가기를 한 시간. 모두 텐트 밖으로 꺼낸 침낭 속으로 들어가 밤하늘의 별들과 함께 잠을 청했다.
다행히도 페트라를 여행하는 동안 눈인사를 주고받았던 젊은 여행자가 내게 동행을 권유했다. 만나고 헤어짐이 일상인 여행자들의 약속이 그러하듯 ‘생각이 있으면 다음 날 아침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라’는 것이었다. 와디 룸에 미리 연락해 가장 훌륭한 가이드를 섭외했다며 그가 제시한 조건은 아무런 준비도 없던 내겐 최상의 조건처럼 들렸다.
페트라에서 와디 룸 입구로 가는 버스는 하루에 한 대밖에 없다. 새벽 6시에 서둘러 버스를 탔으나, 마을버스라도 되는 양 동네를 몇 바퀴 돌아 손님을 더 태운 뒤에야 출발했다. 그래 봐야 그날의 승객은 외국인 3명, 현지인 2명이 전부였다.
버스에 올라 그와 인사를 나눈다. 오스카라는 이름의 네덜란드 청년이다. 인도네시아인 아버지를 둔 탓에 동양적인 느낌이 들었다. 튀니지와 알제리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호주와 이집트에서 일을 했다는 다양한 경험 때문인지 처음부터 호감을 느꼈다.
호기심 많고 말하기 좋아하는 오스카는 버스 차장과 한바탕 실랑이를 벌였다. 손님이 적다고 차비를 더 내라는 차장과의 한판 승부다. 앞자리에 탄 외국인들이 이견을 제시하지 않은 탓인지, 차장은 우리에게도 추가 요금을 요구했다. 불의에 맞서 자기 의견을 피력하던 오스카는 싸움이 거칠어지지 않도록 재치를 발휘하며 30분 이상 시간을 끌었다. 그쯤 되자 차를 돌리겠다던 차장의 협박도 무뎌졌다.
낙타 대신 지프 여행 평생 잊지 못할 경험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더욱 유명해진 와디 룸은 중동에서도 매우 독특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사암 바위, 협곡, 모래언덕들이 곳곳에 가득해 사막의 다양성을 한곳에서 볼 수 있다. 더구나 사막의 집시로 불리는 베두인들의 생활까지 체험할 수 있어 여행자들을 매료시킨다.
와디 룸 보호구역(Wadi Rum Protect Area)은 동서 2km, 남북 130km에 달하는 면적이라 지리에 익숙한 현지인 가이드의 동행 여부가 여행의 관건이다. 사막을 잘 아는 베두인이라야 길이 없는 사막에서 방향 감각을 유지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한적한 고속도로를 90분 이상 달려 사막 입구에 도착했다. 방문자 센터 주변의 작은 마을을 제외하면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오스카가 미리 연락을 취했다던 최고의 가이드가 방문자 센터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 준비도 없었던 나는 그저 그가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만 올리면 모든 게 해결될 상황이다.
마중 나온 가이드와 가격 협상이 시작됐다. 원하는 루트와 일정을 말하면 가이드는 가격을 제시한다. 협상은 길지 않게 끝났다. 옆에서 듣기만 하던 내가 결정적인 가격을 제시하자 쉽게 흥정이 성사됐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라 동행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고, 혼자보다는 둘인 편이 요금을 절약할 수 있었기에 모두 별다른 토를 달지 않았다.
지프를 빌려 하루 종일 사막을 여행하고, 베두인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이튿날 아침 돌아오는 일정. 베스트 가이드는 직접 우리를 안내하지 않았다. 유명한 탓인지 그는 걸려오는 전화만 받고, 흥정이 성사되면 아랫사람을 시켜 투어를 진행하게 했다. 어찌 됐건 우리를 안내한 가이드는 베두인이었고 사막 지리에 능했다. 단점이라면 영어에 능숙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프는 사막을 따라 바위산들을 요리조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사막 한가운데는 차들의 바퀴 자국과 이름 모를 나무들만이 드문드문 펼쳐져 있을 뿐이다. 해발 950m에서 시작되는 사막은 1832m인 제벨 움 아다미(Jebel Umm Adaami)까지 고도를 높여가며 다양하게 변화했다. 와디 룸의 매력은 사막 풍경이 지루해질 때쯤이면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차에서 내려 걷기도 하고 바위 다리를 아슬아슬하게 오르기도 하고, 모래사막에서 짧은 휴식을 취하면서 하루 해가 저문다. 낙타가 아닌 차를 타고 사막을 완주한 셈이다.
야영을 위해 모닥불을 피우는 베두인 가이드(왼쪽). 와디 룸의 전경. 사막 풍경이 지루해질 때쯤이면 바위와 모래언덕 등이 다채롭게 나타난다.
텐트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쯤 나지막한 바위 언덕에 홀로 앉았다. 일몰 시간이 되자 붉은 태양이 모래와 사암을 더욱 붉게 물들였다. 사막의 초저녁에 푸른 밤이 찾아오면서 해지는 반대 방향에서 달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바람 소리만이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너무도 고요한 시간이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동료들의 “밥 먹어!”라는 말이 나의 단꿈을 깨운다. 모닥불을 가운데 둔 채,급조된 저녁식사를 마쳤다. 사막을 배경으로 차분하게 여행 이야기가 오가기를 한 시간. 모두 텐트 밖으로 꺼낸 침낭 속으로 들어가 밤하늘의 별들과 함께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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