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다사로 민정1비서관.
그렇다면 정 의원과 소장파가 들고 나온 인사혁신은 과연 목적을 달성했을까. 그러나 아쉽게도 결론은 ‘아니오’다. 6월25일 발표된 이명박 정부 제2기 대통령비서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인사혁신을 실패로 보는 데는 ‘제2의 박영준’으로 불려온 장다사로 민정1비서관이 있다. 눈물을 흘리며 청와대를 떠난 박 전 비서관과 달리 장 비서관은 2기 대통령비서실에서 살아남았다. 아니, 살아남은 정도가 아니라 날개를 달았다.
대통령 친인척 관리와 사회동향 수집
장 비서관은 정 의원이 인적쇄신을 요구하면서 제기한 권력사유화 4인방 가운데 한 명이다. 이상득 의원이 국회부의장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그는 이상득-박영준으로 이어지는 일명 ‘형님라인’의 한 축이었다. 박 전 비서관과는 한 몸처럼 움직였다. 그래서일까. 정 의원은 최근 ‘4적(敵)’에 대한 평가에서 장 비서관을 두고 “박 비서관을 대통령 주변에서 떼어놓으려고 하면 장다사로 비서관이 나섰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박 비서관이 자리를 지킬 당시 기획조정비서관실은 청와대 내 핵심 중 핵심 부서였다. 그것이 가능한 배경에는 6인으로 구성된 ‘감찰팀’이 있었다. 감찰팀의 주요 임무는 청와대 직원 감찰이지만 지난 100여 일간 이들의 활동은 청와대를 넘나들었다. “박 비서관이 실세 정치인들을 뒷조사한다”는 식의 루머가 시중에 떠돈 배경에도 6인의 감찰팀이 있었다.
박 전 비서관이 청와대를 떠나면서 거취가 모호해진 감찰팀을 거둔 곳은 민정수석실이다. 처음부터 민정수석실 산하에 있어야 했을 조직이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간 것. 그런데 문제는 감찰팀이 자리잡은 곳이 장 비서관이 새롭게 들어앉은 민정1비서관실이라는 점이다. 박 전 비서관이 청와대를 떠난 뒤 장 비서관은 정무1비서관에서 물러나 민정1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민정1비서관실은 원래 대통령의 친인척을 관리하고 사회동향을 수집하는 구실을 한다. 그런 곳에 감찰팀이 가세한 것은 의외의 일이 아닐 수 없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특별감찰 업무를 맡고 있는 민정2비서관실과 사정기관 출신 10인으로 구성된 ‘특별감찰팀’이 이미 운영되고 있어 업무가 중복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상득 라인의 죽음’을 원하지 않았다. 감찰팀은 경찰 출신의 B씨, 특명조사팀은 검사 출신인 전우정(40) 변호사가 책임을 맡고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솔직히 민정수석실에서 내 역할이 모호해졌다. 수석과 비서관의 권한과 역할도 애매해진 부분이 있다. 핵심 실세가 들어온 만큼 정리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청와대 내에서는 이번 인사를 ‘이상득 체제의 강화’로 보는 시각이 많다. 장 비서관의 역할이 강화된 것이 곧 이상득 라인의 부활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형님라인’의 부활,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에 청와대는 그저 머쓱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