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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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가루 집안 다룬 코믹 법정 드라마

  • 손주연 자유기고가

    입력2008-04-14 17: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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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가루 집안 다룬 코믹 법정 드라마

    ‘더티 섹시 머니’

    캐치온이 4월2일 방송을 시작한 ‘더티 섹시 머니(Dirty Sexy Money)’는 미국에서 2007~2008 시즌에 방송된 수십 편의 드라마 시리즈 중 다음 시즌 제작을 통보받은 몇 안 되는 작품이다. ‘더티 섹시 머니’는 CBS의 인기 수사 드라마 ‘CSI: 뉴욕’과 같은 시간대에 방송된 탓에 기대만큼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작품성을 인정받아 이례적으로 다음 시즌 제작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시즌은 9월에 방송될 예정이다.

    ‘더티 섹시 머니’는 아버지에 이어 뉴욕에서 가장 부유한 가족의 전문변호사가 된 닉 조지(피터 크라우스 분)의 이야기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제작자로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야기는 뉴욕의 갑부 달링가의 자문 변호사였던 닉의 아버지가 경비행기 사고로 죽으면서 시작한다. 트립 달링(도널드 서덜랜드 분)은 닉에게 아버지를 이어 달링가의 변호사가 돼주길 제안한다. 달링가의 일에만 전념한 아버지 때문에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낸 닉은 트립의 제안을 거절하지만, 아버지의 죽음과 달링가가 연관 있다는 직감 때문에 결국 변호사직을 수락한다. 은밀하게 아버지 문제를 조사하던 닉은 트립의 아내 레티샤가 아버지와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아버지 죽음에 배후가 있다는 확신을 갖는다.

    ‘더티 섹시 머니’는 달링가 구성원들이 벌이는 황당한 실수담과 이를 해결하는 닉의 ‘코믹 휴먼법정 드라마’,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푸는 ‘스릴러 드라마’의 두 가지 축으로 이뤄진다. 이 시리즈의 진짜 매력은 스릴러 파트가 아닌 코믹 또는 휴먼 파트에 있다. ‘다이너스티’ ‘댈러스’ 등 콩가루 집안(달링가) 사람들과 그들이 벌이는 여러 기행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트립의 첫째 아들이자 법무장관인 패트릭은 트랜스젠더와 비밀리에 열애 중이고, 둘째는 네 번의 이혼 경력을 가졌으며, 셋째는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신부다. 쌍둥이인 넷째와 다섯째는 하는 일 없이 놀며 사고만 친다. 이들은 돈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고를 연이어 치고, 뒷수습은 언제나 닉에게 맡겨진다.

    ‘더티 섹시 머니’는 돈과 행복이 정비례 관계에 있지 않음을 역설이라도 하듯 달링가 자제들이 벌이는 사고들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들이 벌이는 사고는 황당하거나 우스꽝스러운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더티 섹시 머니’의 카메라는 결코 이들을 조소하는 법이 없다. 대신 돈이 지배하는 그들의 삶을 서글프게 바라본다. 자신의 돈을 사랑하는 남자와는 결혼할 수 있어도,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와는 함께할 수 없다는 캐런이나 정말 사랑한다고 믿었던 여자친구가 돈을 얻기 위해 임신했다고 거짓말하는 모습에 이별을 결심하는 제레미는 모두가 꿈꾸는 부잣집 자제들의 남모를 아픔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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