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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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와 성장 사이 금리를 어이할꼬

  • 주용석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

    입력2008-04-14 14: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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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태(사진) 한국은행 총재는 ‘원칙론자’로 통한다. 1990년대 초 자금부 부부장 시절, 투신사에 대한 정부의 한은특융(한은의 특별융자) 지시가 불합리하다며 결재서류에 끝내 서명하지 않은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로서는 웬만큼 소신이 뚜렷하고 배짱이 두둑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이 총재가 요즘 고민이 많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금리 인하 요구가 거세기 때문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차가 2.75%포인트인데 뭐든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까지 했다. 빨리 금리를 내리라는 얘기다. 연 6~7% 성장을 목표로 내건 이명박 정부로선 어찌 보면 금리 인하는 당연한 요구다. 경기를 살리려면 저금리가 유리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이 총재 처지에선 물가가 걱정이다. 최근 원유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무섭게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를 내렸다가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돼 물가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지난해 9월 이후 계속해서 금리를 동결해온 이유다.

    이 총재는 얼마 전 한은의 역할을 ‘호민관’에 비유한 적이 있다. 호민관은 로마시대 평민을 대변하던 관직.

    이 총재는 “한은이 부여받은 임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물가 안정이며, 물가를 안정시키면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사람은 일반 서민이다”라고 말했다. 즉 한은이 호민관처럼 서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물가안정이 꼭 필요하다는 말이다.



    최근 ‘오럴 리스크’(당국자의 섣부른 말이 시장에 혼란을 주는 것)로까지 불린 이 총재와 강 장관의 상반된 환율 발언도 따지고 보면 금리문제와 무관치 않다. 정부는 수출 증대를 위해 환율 상승(원화 약세)에 우호적인 반면, 한은은 환율 상승이 물가 불안을 가중할 수 있다는 경계감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이 총재가 물가만 쳐다보는 것은 아니다. 금리를 결정할 때는 경기도 중요하게 고려한다. 크게 보면 경기와 물가 중 어느 쪽이 더 위험한지 판단해 결정을 내린다고 할 수 있다. 4월10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 총재는 평소보다 경기 둔화 가능성을 강하게 언급했다. 반면 물가에 대해서는 원론 수준의 언급에 그쳤다. 시장에선 이에 대해 한은이 금리 인하 쪽으로 한발 다가섰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물론 이 총재가 정말 금리 인하에 나설지, 그렇다면 그 시기는 언제가 될지는 지금으로선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하게 해두고 싶은 것이 있다. 어떤 결정이든 그것이 ‘정부 눈치’ 때문이 아니라 ‘우리 경제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원칙론자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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