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베냉전’이 열리고 있는 브랑리 박물관의 2006년 개관 당시 모습.
19세기 이전 베냉 왕국의 조각은 서구의 조각처럼 인체를 사실적으로 표현해내는 능력은 부족했다. 마치 몸과 얼굴에 비해 팔다리를 턱없이 가늘게 그리는 어린아이의 그림 같았다. 그러나 뱀 악어 닭 표범 등을 때로는 사실적으로, 때로는 특징만 단순화해 표현하는 능력은 놀라웠다. 인간의 두상 조각에도 생동감이 넘쳤다. 다만 그 표현력이 인체 전반에까지 미치지 못했는데, 그건 세계관의 제약이지 본래 서구와 기술적 차이가 있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아프리카·이슬람 전시회 큰 반향
지난해 문을 연 브랑리 박물관은 논란이 많은 곳이다. 자칭 원시미술 애호가인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자신도 미테랑 전 대통령처럼 퐁피두 현대미술관 같은 걸 지어야겠다고 밀어붙여 세워진 박물관이다. 물론 그곳 소장품은 피카소에게 영향을 끼쳤을 정도로 연원이 깊다. 피카소는 서구 시각예술의 규범을 깬 ‘아비뇽의 처녀들’의 영감을 트로카데로 민속박물관에 전시된 아프리카 조각에서 얻었다. 그 박물관의 소장품이 1937년 샤이오궁의 인류박물관에 옮겨지고 그것이 다시 지난해 이곳으로 옮겨졌다. 그럼에도 30만여 점의 소장품에서 단 3500점을 가려내 전시해놓은 안목은 늘 의욕만 앞세우고 성과는 부실한 시라크 전 대통령을 닮았다.
그러나 ‘베냉전’은 달랐다. 아프리카 미술에도 깊이가 있다는 걸 보여줬다. 사실 베냉전에 브랑리 박물관은 장소만 제공했을 뿐이다. 본래 이 전시는 오스트리아 빈 민속박물관의 것이다. 이런 전시가 많아질 때 ‘흑인은 백인보다 유전적으로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한 노벨상 수상자 제임슨 왓슨 박사 같은 이들의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루브르 박물관의 이슬람 미술전은 이란 사파비 왕조(1501~1736)의 미술을 보여준다. 이슬람 미술은 한눈에도 서구보다는 유교권 미술 쪽에 가까웠다. 이슬람 도자기는 유교권 도자기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구리 그릇에 세공된 조각을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정교하다. 유교 문화권과는 기술이 구현되는 재료의 차이가 있을 뿐 경지는 비슷했다.
현재 루브르 박물관에서 개최 중인 이슬람 ‘사파비전’에서는 이란의 인물화도 감상할 수 있다.
얼마 전 프랑스 외무장관 베르나르 쿠슈네르는 이란 핵을 저지하기 위해 전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랑스의 다른 한구석에서는 원리주의와는 또 다른 이란의 전통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반향을 얻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