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빌 게이츠 회장은 2월 다보스포럼에서 “인터넷이 5년 안에 TV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이 같은 예상은 전 세계 정보통신(IT) 시장을 이끌어온 빌 게이츠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방송과 통신이 하나로 합쳐지는 ‘방통융합 시대’에 대한 전망은 이미 관련 전문가는 물론 상당수 누리꾼까지 공유하는 ‘현실’이 됐다. 그 미디어 혁명의 중심에 융합서비스의 대표주자인 ‘IPTV’가 있다.
현재 전 세계 IPTV 가입자 수는 2000만 가구 정도다. 이미 십수억 가구가 시청하고 있는 케이블TV나 위성방송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지만, 유럽과 미국에서 먼저 시작된 IPTV 붐은 머지않아 우리 안방에까지 밀고 들어올 전망이다. 올드미디어인 신문·방송은 물론 비교적 뉴미디어인 모바일과 개인용 컴퓨터(PC)까지도 인터넷(I) 프로토콜(P) 안에 집어삼키는, 말 그대로 ‘미디어 혁명’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IPTV의 위치는 현재 어디쯤일까.
대한민국은 IPTV 선진국?
‘파이버 투 더 홈(FTTH)’. KT가 ‘집 앞까지 광랜으로 연결한다’는 개념으로 전파하고 있는 ‘FTTH’는 이제 시사용어로 격상되며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우리에겐 익숙한 용어가 됐지만 유럽이나 미국인들에게는 먼 미래 얘기다. 초당 100Mbps를 전송하는 FTTH 광랜 네트워크는 HD급 초고화질 방송을 쌍방향으로 가능케 하는 IPTV의 기초 인프라다. 이는 최대 50Mbps에 그치는 여타 IPTV 도입 국가들과 차원이 다른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KT는 2010년까지 전국에 FTTH망을 깔고 IPTV 시대의 중심사업자로 도약할 채비를 갖춰놓고 있다.
그러면 인터넷 인프라 외에 데이터 방송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우리가 방송 관련 기술표준을 선도하지 못하면 마치 PC를 장악한 MS 윈도처럼 외국의 초대형 사업자에게 종속될 우려도 없지 않다. 한국은 올 하반기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 확정할 IPTV 국제표준화 작업을 주도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또 표준화 제정을 위해 국제 FG-IPTV에 제출하는 전체 기고문의 30%가량을 국내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는 IPTV가 아직 국내에 도입조차 안 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놀랄 만한 수준이다.
한국이 ‘와이브로’ ‘위성DMB’와 마찬가지로 IPTV 시대에도 강점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한 배경에는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IT 인프라에 투자한 정보통신부의 뚝심이 한몫했다. IPTV 보급에 선행돼야 할 디지털TV의 경우 PDP와 LCD 모두 세계 최다 생산과 최다 보급을 자랑한다. 셋톱박스 제조기술(삼성, 휴맥스 등)도 마찬가지다. IPTV를 간단하게 초고속인터넷과 TV방송의 융합으로 본다면 2000만 가구에 육박하는 PC와 초고속통신 보급률, 아시아 유행을 선도하는 ‘한류 드라마’ 생산시스템을 보유한 것도 강점이다.
일반인에게 잘 알려진 분야는 아니지만, 데이터 방송의 핵심 시스템인 디지털데이터방송용 콘텐츠 저작도구나 서버 시스템, 셋톱박스용 미들웨어 역시 선진국에 밀리지 않는다. 한 예로 데이터 방송기술 회사인 ‘알티캐스트’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데이터방송 세계국제표준(DVB-MHP, OCAP, ACAP)에 관해 토털솔루션을 갖춘 강소(强小)기업이다. 한때 IPTV 선진국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미들웨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할 정도로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일부 선진국이 우리보다 한발 앞서 IPTV 시대에 진입했다고 하지만, 아직은VoD(주문형 비디오)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도 위안거리다. 국내에서는 프리(Pre) IPTV로 불리는 ‘하나TV’와 ‘메가TV’가 IPTV의 공백을 메우며 그 가능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7월24일로 1주년이 된 하나로텔레콤의 ‘하나TV’는 가입자 기준으로 54만명을 달성해 손익분기점에 다가섰다. 홍콩의 PCCW가 IPTV 도입 3년간 65만 가입자 유치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할 때 놀랄 만한 성과다. 그간 ‘프리즌 브레이크’ ‘과학수사대 CSI’ 등 미국드라마가 인기를 모았던 점도 소비자의 IPTV 잠재수요를 증폭하는 데 기여했다. 하나TV 측은 “8월부터 고객의 콘텐츠 소비성향에 걸맞은 맞춤형 광고에서 시작해 IPTV 시대에 대비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또한 삼성, LG전자 등 가전업체가 주축이 된 TV포털 ‘365℃’까지 7월 초 일반인을 대상으로 서비스에 들어갔기 때문에 VoD 서비스는 당분간 춘추전국시대를 맞게 될 전망이다.
앞으로는 e메일, UCC(손수제작물)도 TV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된다. TV를 보며 채팅하는 것은 물론, 드라마를 보면서 쇼핑하고 주식거래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네이버, 다음 같은 강력한 자국어 인터넷포털 서비스의 존재도 IPTV 성공을 담보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현재 네이버는 KT가 시행 중인 ‘메가TV’ 진영에 합류했고, 다음은 3년 전부터 자체 TV포털 대응팀을 만들고 향후 펼쳐질 ‘망 개방’ 환경에 대비하고 있다.
왜 늦어지는가
문제는 ‘Pre-IPTV’ 혹은 ‘TV포털’로 만족하기에는 미디어 시장의 변화가 지나치게 가파르다는 데 있다. 날로 튼실해지는 네트워크와 디지털방송 기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콘텐츠에 더해 IPTV를 원하는 소비자와 서비스 기업의 의지도 충만하지만, IPTV는 당분간 우리 안방 문턱을 넘지 못할 전망이다.
현재 표면적으로 IPTV의 도입을 반대하는 이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IPTV 서비스를 시작하지 못하는 까닭은 방송계와 통신업계 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방통융합 시대에 걸맞은 법제화가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려 3년을 공전 중인 IPTV 논쟁은 현재 국회로 공이 넘어간 상태다. 7개 관련법안이 국회 방송특별위원회(위원장 김덕규)에 제출돼 있지만 합의점을 이끌어내기엔 의견차가 크다. 일각에서는 대선정국 때문에 연내 국회통과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만일 올해를 넘길 경우 ‘2008년은 IPTV 원년’이라는 구호가 무산됨은 물론, 세계 IPTV 시장의 상당부분을 포기해야 할 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
가장 첨예한 대립의 두 축은 KT와 케이블TV 업계다. 방송과 통신의 주요 네트워크 사업자인 이들은 각기 뚜렷한 명분을 내걸고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정통부와 KT 측은 “IPTV는 인터넷이라는 특징이 강하기 때문에 방통융합 특별법을 만들어 IPTV 사업을 국가 정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방송위원회와 케이블TV 사업자 측은 “실시간 재전송 기능을 갖춘 IPTV는 방송 성격도 갖고 있기 때문에 방송법 개정을 통해 기존 미디어와의 조화로운 성장을 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반박한다. 서로 완곡하게 표현하고 있지만, IPTV 등장에 대한 방송계의 위기감과 IPTV를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통신업계의 이해가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충돌 지점이 바로 IPTV 서비스의 ‘권역제한’ 논쟁과 KT의 ‘자회사 분리’ 쟁점이다. 예를 들면 지금까지 케이블TV의 SO(서비스 프로바이더)들은 전국을 77개 권역으로 분리해 독과점을 금지해왔는데, IPTV 사업자에게 전국방송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방송위원회 방송통신구조개편기획단 오용수 부장은 “우리나라는 그간 신문·방송 겸업 금지나 대기업 참여 제한 등 제한일변도 정책으로 미디어산업의 성장을 억제했다”며 “규제를 풀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IPTV에만 모든 규제를 풀면서까지 특혜를 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응하는 KT의 처지 역시 절박하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IPTV 서비스를 위해 지역권역 제한을 두거나 자회사 분리를 제도적으로 규정한 사례는 없다는 반박이다. 방송통신 전문가들은 “미디어가 공생하려면 절충점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양측의 견해차가 커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먹을거리가 되려면
통신업계가 영상시장에 도전하는 이유는 케이블업계가 VoIP(인터넷전화) 서비스를 통해 전화사업에 뛰어들고 가격을 내린 데 대한 반격의 의미도 있다.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김명중 교수는 “세계 공통적으로 유선통신 사업자가 IPTV를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미디어가 공생하려면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분명한 해법은 양측이 과감한 대타협의 정신을 앞세우는 것. 이미 방통특위 주변에서는 ‘서비스 권역제한’과 ‘자회사 분리’ 이슈가 맞교환 카드로 사용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양측의 대립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국내 IT업계와 방송 콘텐츠 제작업계다. 국내 미디어업계 관계자들은 “미디어 혁명이 벌어지는 방송2.0 시대에 6개월은 과거로 치면 6년의 시간에 가깝다”고 표현한다. IPTV에서 더 중요한 것은 콘텐츠 싸움이고, 누가 먼저 IPTV에 근접한 창의력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내느냐가 관건이므로 하루빨리 IPTV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
국내에서 IPTV를 둘러싼 논쟁은 그동안 매우 복잡하고 어지럽게 흘러왔다. 그러나 결론은 간단하다. “더 늦어지면 황금알은커녕 미디어 선진국에 종속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현재 전 세계 IPTV 가입자 수는 2000만 가구 정도다. 이미 십수억 가구가 시청하고 있는 케이블TV나 위성방송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지만, 유럽과 미국에서 먼저 시작된 IPTV 붐은 머지않아 우리 안방에까지 밀고 들어올 전망이다. 올드미디어인 신문·방송은 물론 비교적 뉴미디어인 모바일과 개인용 컴퓨터(PC)까지도 인터넷(I) 프로토콜(P) 안에 집어삼키는, 말 그대로 ‘미디어 혁명’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IPTV의 위치는 현재 어디쯤일까.
대한민국은 IPTV 선진국?
‘파이버 투 더 홈(FTTH)’. KT가 ‘집 앞까지 광랜으로 연결한다’는 개념으로 전파하고 있는 ‘FTTH’는 이제 시사용어로 격상되며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우리에겐 익숙한 용어가 됐지만 유럽이나 미국인들에게는 먼 미래 얘기다. 초당 100Mbps를 전송하는 FTTH 광랜 네트워크는 HD급 초고화질 방송을 쌍방향으로 가능케 하는 IPTV의 기초 인프라다. 이는 최대 50Mbps에 그치는 여타 IPTV 도입 국가들과 차원이 다른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KT는 2010년까지 전국에 FTTH망을 깔고 IPTV 시대의 중심사업자로 도약할 채비를 갖춰놓고 있다.
그러면 인터넷 인프라 외에 데이터 방송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우리가 방송 관련 기술표준을 선도하지 못하면 마치 PC를 장악한 MS 윈도처럼 외국의 초대형 사업자에게 종속될 우려도 없지 않다. 한국은 올 하반기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 확정할 IPTV 국제표준화 작업을 주도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또 표준화 제정을 위해 국제 FG-IPTV에 제출하는 전체 기고문의 30%가량을 국내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는 IPTV가 아직 국내에 도입조차 안 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놀랄 만한 수준이다.
한국이 ‘와이브로’ ‘위성DMB’와 마찬가지로 IPTV 시대에도 강점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한 배경에는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IT 인프라에 투자한 정보통신부의 뚝심이 한몫했다. IPTV 보급에 선행돼야 할 디지털TV의 경우 PDP와 LCD 모두 세계 최다 생산과 최다 보급을 자랑한다. 셋톱박스 제조기술(삼성, 휴맥스 등)도 마찬가지다. IPTV를 간단하게 초고속인터넷과 TV방송의 융합으로 본다면 2000만 가구에 육박하는 PC와 초고속통신 보급률, 아시아 유행을 선도하는 ‘한류 드라마’ 생산시스템을 보유한 것도 강점이다.
일반인에게 잘 알려진 분야는 아니지만, 데이터 방송의 핵심 시스템인 디지털데이터방송용 콘텐츠 저작도구나 서버 시스템, 셋톱박스용 미들웨어 역시 선진국에 밀리지 않는다. 한 예로 데이터 방송기술 회사인 ‘알티캐스트’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데이터방송 세계국제표준(DVB-MHP, OCAP, ACAP)에 관해 토털솔루션을 갖춘 강소(强小)기업이다. 한때 IPTV 선진국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미들웨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할 정도로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일부 선진국이 우리보다 한발 앞서 IPTV 시대에 진입했다고 하지만, 아직은VoD(주문형 비디오)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도 위안거리다. 국내에서는 프리(Pre) IPTV로 불리는 ‘하나TV’와 ‘메가TV’가 IPTV의 공백을 메우며 그 가능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7월24일로 1주년이 된 하나로텔레콤의 ‘하나TV’는 가입자 기준으로 54만명을 달성해 손익분기점에 다가섰다. 홍콩의 PCCW가 IPTV 도입 3년간 65만 가입자 유치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할 때 놀랄 만한 성과다. 그간 ‘프리즌 브레이크’ ‘과학수사대 CSI’ 등 미국드라마가 인기를 모았던 점도 소비자의 IPTV 잠재수요를 증폭하는 데 기여했다. 하나TV 측은 “8월부터 고객의 콘텐츠 소비성향에 걸맞은 맞춤형 광고에서 시작해 IPTV 시대에 대비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또한 삼성, LG전자 등 가전업체가 주축이 된 TV포털 ‘365℃’까지 7월 초 일반인을 대상으로 서비스에 들어갔기 때문에 VoD 서비스는 당분간 춘추전국시대를 맞게 될 전망이다.
앞으로는 e메일, UCC(손수제작물)도 TV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된다. TV를 보며 채팅하는 것은 물론, 드라마를 보면서 쇼핑하고 주식거래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네이버, 다음 같은 강력한 자국어 인터넷포털 서비스의 존재도 IPTV 성공을 담보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현재 네이버는 KT가 시행 중인 ‘메가TV’ 진영에 합류했고, 다음은 3년 전부터 자체 TV포털 대응팀을 만들고 향후 펼쳐질 ‘망 개방’ 환경에 대비하고 있다.
왜 늦어지는가
문제는 ‘Pre-IPTV’ 혹은 ‘TV포털’로 만족하기에는 미디어 시장의 변화가 지나치게 가파르다는 데 있다. 날로 튼실해지는 네트워크와 디지털방송 기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콘텐츠에 더해 IPTV를 원하는 소비자와 서비스 기업의 의지도 충만하지만, IPTV는 당분간 우리 안방 문턱을 넘지 못할 전망이다.
현재 표면적으로 IPTV의 도입을 반대하는 이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IPTV 서비스를 시작하지 못하는 까닭은 방송계와 통신업계 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방통융합 시대에 걸맞은 법제화가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려 3년을 공전 중인 IPTV 논쟁은 현재 국회로 공이 넘어간 상태다. 7개 관련법안이 국회 방송특별위원회(위원장 김덕규)에 제출돼 있지만 합의점을 이끌어내기엔 의견차가 크다. 일각에서는 대선정국 때문에 연내 국회통과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만일 올해를 넘길 경우 ‘2008년은 IPTV 원년’이라는 구호가 무산됨은 물론, 세계 IPTV 시장의 상당부분을 포기해야 할 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
가장 첨예한 대립의 두 축은 KT와 케이블TV 업계다. 방송과 통신의 주요 네트워크 사업자인 이들은 각기 뚜렷한 명분을 내걸고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정통부와 KT 측은 “IPTV는 인터넷이라는 특징이 강하기 때문에 방통융합 특별법을 만들어 IPTV 사업을 국가 정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방송위원회와 케이블TV 사업자 측은 “실시간 재전송 기능을 갖춘 IPTV는 방송 성격도 갖고 있기 때문에 방송법 개정을 통해 기존 미디어와의 조화로운 성장을 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반박한다. 서로 완곡하게 표현하고 있지만, IPTV 등장에 대한 방송계의 위기감과 IPTV를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통신업계의 이해가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충돌 지점이 바로 IPTV 서비스의 ‘권역제한’ 논쟁과 KT의 ‘자회사 분리’ 쟁점이다. 예를 들면 지금까지 케이블TV의 SO(서비스 프로바이더)들은 전국을 77개 권역으로 분리해 독과점을 금지해왔는데, IPTV 사업자에게 전국방송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방송위원회 방송통신구조개편기획단 오용수 부장은 “우리나라는 그간 신문·방송 겸업 금지나 대기업 참여 제한 등 제한일변도 정책으로 미디어산업의 성장을 억제했다”며 “규제를 풀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IPTV에만 모든 규제를 풀면서까지 특혜를 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응하는 KT의 처지 역시 절박하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IPTV 서비스를 위해 지역권역 제한을 두거나 자회사 분리를 제도적으로 규정한 사례는 없다는 반박이다. 방송통신 전문가들은 “미디어가 공생하려면 절충점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양측의 견해차가 커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먹을거리가 되려면
통신업계가 영상시장에 도전하는 이유는 케이블업계가 VoIP(인터넷전화) 서비스를 통해 전화사업에 뛰어들고 가격을 내린 데 대한 반격의 의미도 있다.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김명중 교수는 “세계 공통적으로 유선통신 사업자가 IPTV를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미디어가 공생하려면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분명한 해법은 양측이 과감한 대타협의 정신을 앞세우는 것. 이미 방통특위 주변에서는 ‘서비스 권역제한’과 ‘자회사 분리’ 이슈가 맞교환 카드로 사용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양측의 대립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국내 IT업계와 방송 콘텐츠 제작업계다. 국내 미디어업계 관계자들은 “미디어 혁명이 벌어지는 방송2.0 시대에 6개월은 과거로 치면 6년의 시간에 가깝다”고 표현한다. IPTV에서 더 중요한 것은 콘텐츠 싸움이고, 누가 먼저 IPTV에 근접한 창의력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내느냐가 관건이므로 하루빨리 IPTV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
국내에서 IPTV를 둘러싼 논쟁은 그동안 매우 복잡하고 어지럽게 흘러왔다. 그러나 결론은 간단하다. “더 늦어지면 황금알은커녕 미디어 선진국에 종속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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