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왜들 그렇게 드시는지, 결제는 왜 법인카드로 하시는지, 전부 다 가기 싫다는 회식은 누가 좋아서 그렇게 하는 건지, 왜 야근을 생각해놓고 천천히 일하는지, 실력이 먼저인지 인간관계가 먼저인지….’
삼성물산 입사 1년차 직장인이 사직서를 통해 자신이 다니던 회사 조직에 던진 질문이다. 5월2일 작성돼 사내 게시판에 올려진 이 사직서는 최근 인터넷 공간에 유포되면서 누리꾼 사이에서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비록 1년이라는 짧은 직장생활을 경험한 직장인의 글이지만 많은 이에게서 공감을 얻는 것.
해당 기업인 삼성물산 측은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여 있다. 사직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조직논리상 수용하기도 곤란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입사 1~2년차 신세대 사원들의 눈치도 보인다. 이들이 갖고 있는 사고와 조직문화에 대한 인식이 기존 세대와 괴리가 큰 까닭이다.
실제 이번 문제의 사직서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부터 회사 측과 신세대 사원들 간의 인식 차이가 발견된다. 회사 측 관계자에 따르면 사직서를 작성한 사원은 서울대 출신으로 지난해 초 입사해 4개월 정도 교육을 받고 올해 5월 퇴사할 때까지 현업에 근무한 기간은 8개월 정도. 회사 측은 이 사원이 회사를 그만둔 이유를 조직 적응의 실패에서 찾았다.
신입사원 의견 수렴 위한 다양한 제도 도입
회사 홍보실 한 관계자는 “그가 사직서를 써서 게시판에 올린 것은 자신이 조직에 적응하지 못한 실패자 또는 낙오자라는 것을 인정할 수 없어서 찾은 명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세대 사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 동료 사원은 이 사직서에 대해 그가 조직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조직에 대한 진지하면서도 애정어린 비판과 조언을 남긴 것으로 평가했다.
회사 측은 신세대 사원들 사이에서의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게시판에서 문제의 글을 삭제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중간 간부 이상 임직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라는 차원에서 게시판에 그대로 남겨놓았다”는 게 회사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조금이라도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글이라면 과감히 삭제했던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삼성물산은 그동안 젊은 신입사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왔다. 직장 선배와 후배를 일대일로 맺어주는 ‘멘토(mentor)제도’는 선배가 신입사원이 겪는 고민을 상담해주고 조직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신입사원들이 조직에 소프트랜딩(연착륙)할 수 있도록 비전을 제시하고 회사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하게 노력했다. 매주 하루는 옷을 편하게 입는 ‘캐주얼 데이’가 그 일환이다. 그래도 조직과 맞지 않으면 그건 답이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다른 대기업들도 삼성물산과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다. 신세대 신입사원들이 조직에 원활하게 정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이 많다. 그래서 이번 삼성물산 신입사원이 남긴 사직서 내용을 꼼꼼히 검토했다고 한다.
현대자동차 황관식 과장은 “요즘 신세대 사원들이 생각하는 조직은 기존 세대가 생각하는 그것과 개념 자체가 다르다. 조직을 생각하고 목표를 정하는 과정이나 수단이 굉장히 합리적이다. 그런 시각으로 보면 (이번 사직서는)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글”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도 4~5년 전부터 삼성물산의 ‘멘토제도’와 비슷한 ‘후견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선배가 후배들을 데리고 주말에 등산을 가거나 주중에 술을 마실 때 회사에서 비용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형식과 비용은 자유다.
“후배들 술자리 거부는 예사”
KTF 홍보실 오영호 부장은 신세대 신입사원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했다.
“개인화 성향이 높은 그들에게 인화단결을 강조하면서 조직을 위해 희생을 강요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들 자체를 인정해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오히려 직장 선배들이 ‘왕따’가 되는 분위기다. 술 한잔을 마시러 갈 때도 후배들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다. 결국 선배들이 후배들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돼버렸다. 그러나 이들의 업무 생산성은 이전 세대보다 훨씬 높다.”
오 부장은 “이전 기업문화는 개인의 역량보다는 조직에 대한 희생을 강요한 측면이 강했지만, 지금은 그러면 안 된다”면서 “조직문화에는 약하지만 개인 역량이 뛰어난 신세대를 조직이 잘 수용하고 그 역량을 조직화하는 관리기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KTF는 이를 위해 상하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다양한 통로를 개발하는 데 주력한다. 직원간 모임인 ‘굿타임 미팅’ ‘보드미팅’과 각 부처 대표 20여 명이 모인 ‘CNI 위원회’ 등이 그것. 직원들은 소모임을 통해 의견을 모으거나 정보를 주고받고, 회사 차원에서 논의가 필요할 경우 위원회에 안건을 회부한다. 위원회 안건 회부는 개인도 가능하다. 위원회는 회의 결과를 보고서로 만들어 안건을 회부한 모임이나 개인에게 피드백해준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신세대 신입사원에 대해 긍정적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SK 측 관계자는 “요즘 대기업들은 부장급은 많아지고 신입사원은 별로 없어 단지형, 가분수 조직구도가 돼 있다. 조직에서 신입사원은 금값이다. 그러다 보니 금지옥엽처럼 대접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별도 프로그램이 필요 없을 정도로 신입사원에 대해 평가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어느 조직이든 납득 안 되는 규율과 원칙들이 있는데, 일부 신세대 신입사원이 그것조차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개인주의 성향이 도를 넘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파르게 변화하 대기업의 조직문화, 그 속에서 신구세대간의 불안한 공생관계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삼성물산 입사 1년차 직장인이 사직서를 통해 자신이 다니던 회사 조직에 던진 질문이다. 5월2일 작성돼 사내 게시판에 올려진 이 사직서는 최근 인터넷 공간에 유포되면서 누리꾼 사이에서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비록 1년이라는 짧은 직장생활을 경험한 직장인의 글이지만 많은 이에게서 공감을 얻는 것.
해당 기업인 삼성물산 측은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여 있다. 사직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조직논리상 수용하기도 곤란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입사 1~2년차 신세대 사원들의 눈치도 보인다. 이들이 갖고 있는 사고와 조직문화에 대한 인식이 기존 세대와 괴리가 큰 까닭이다.
실제 이번 문제의 사직서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부터 회사 측과 신세대 사원들 간의 인식 차이가 발견된다. 회사 측 관계자에 따르면 사직서를 작성한 사원은 서울대 출신으로 지난해 초 입사해 4개월 정도 교육을 받고 올해 5월 퇴사할 때까지 현업에 근무한 기간은 8개월 정도. 회사 측은 이 사원이 회사를 그만둔 이유를 조직 적응의 실패에서 찾았다.
신입사원 의견 수렴 위한 다양한 제도 도입
회사 홍보실 한 관계자는 “그가 사직서를 써서 게시판에 올린 것은 자신이 조직에 적응하지 못한 실패자 또는 낙오자라는 것을 인정할 수 없어서 찾은 명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세대 사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 동료 사원은 이 사직서에 대해 그가 조직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조직에 대한 진지하면서도 애정어린 비판과 조언을 남긴 것으로 평가했다.
회사 측은 신세대 사원들 사이에서의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게시판에서 문제의 글을 삭제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중간 간부 이상 임직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라는 차원에서 게시판에 그대로 남겨놓았다”는 게 회사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조금이라도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글이라면 과감히 삭제했던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삼성물산은 그동안 젊은 신입사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왔다. 직장 선배와 후배를 일대일로 맺어주는 ‘멘토(mentor)제도’는 선배가 신입사원이 겪는 고민을 상담해주고 조직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신입사원들이 조직에 소프트랜딩(연착륙)할 수 있도록 비전을 제시하고 회사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하게 노력했다. 매주 하루는 옷을 편하게 입는 ‘캐주얼 데이’가 그 일환이다. 그래도 조직과 맞지 않으면 그건 답이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다른 대기업들도 삼성물산과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다. 신세대 신입사원들이 조직에 원활하게 정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이 많다. 그래서 이번 삼성물산 신입사원이 남긴 사직서 내용을 꼼꼼히 검토했다고 한다.
현대자동차 황관식 과장은 “요즘 신세대 사원들이 생각하는 조직은 기존 세대가 생각하는 그것과 개념 자체가 다르다. 조직을 생각하고 목표를 정하는 과정이나 수단이 굉장히 합리적이다. 그런 시각으로 보면 (이번 사직서는)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글”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도 4~5년 전부터 삼성물산의 ‘멘토제도’와 비슷한 ‘후견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선배가 후배들을 데리고 주말에 등산을 가거나 주중에 술을 마실 때 회사에서 비용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형식과 비용은 자유다.
“후배들 술자리 거부는 예사”
KTF 홍보실 오영호 부장은 신세대 신입사원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했다.
“개인화 성향이 높은 그들에게 인화단결을 강조하면서 조직을 위해 희생을 강요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들 자체를 인정해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오히려 직장 선배들이 ‘왕따’가 되는 분위기다. 술 한잔을 마시러 갈 때도 후배들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다. 결국 선배들이 후배들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돼버렸다. 그러나 이들의 업무 생산성은 이전 세대보다 훨씬 높다.”
오 부장은 “이전 기업문화는 개인의 역량보다는 조직에 대한 희생을 강요한 측면이 강했지만, 지금은 그러면 안 된다”면서 “조직문화에는 약하지만 개인 역량이 뛰어난 신세대를 조직이 잘 수용하고 그 역량을 조직화하는 관리기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KTF는 이를 위해 상하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다양한 통로를 개발하는 데 주력한다. 직원간 모임인 ‘굿타임 미팅’ ‘보드미팅’과 각 부처 대표 20여 명이 모인 ‘CNI 위원회’ 등이 그것. 직원들은 소모임을 통해 의견을 모으거나 정보를 주고받고, 회사 차원에서 논의가 필요할 경우 위원회에 안건을 회부한다. 위원회 안건 회부는 개인도 가능하다. 위원회는 회의 결과를 보고서로 만들어 안건을 회부한 모임이나 개인에게 피드백해준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신세대 신입사원에 대해 긍정적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SK 측 관계자는 “요즘 대기업들은 부장급은 많아지고 신입사원은 별로 없어 단지형, 가분수 조직구도가 돼 있다. 조직에서 신입사원은 금값이다. 그러다 보니 금지옥엽처럼 대접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별도 프로그램이 필요 없을 정도로 신입사원에 대해 평가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어느 조직이든 납득 안 되는 규율과 원칙들이 있는데, 일부 신세대 신입사원이 그것조차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개인주의 성향이 도를 넘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파르게 변화하 대기업의 조직문화, 그 속에서 신구세대간의 불안한 공생관계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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