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5일 아침,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뒤편의 볼파크(ballpark). 기자가 야구 글러브에 손을 넣은 건 꼭 15년 만이었다. 아침운동 뒤에 먹는 밥은 꿀맛이다. 국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오전 9시에 문을 연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과거를 담은 곳, 그래서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이 박물관은 용산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박물관에서 보낸 3시간은 좋았다. 백제 예술의 정수 격인 금동대향로와 반가사유상은 아찔할 만큼 눈부셨다. 배꼽시계가 어느새 점심때를 가리킨다. 경천사 10층석탑 앞에서 기념사진을 몇 컷 찍은 뒤 용산역 쪽으로 걸어갔다.
도심의 집창촌은 언제 봐도 눈살이 찌푸려진다. 용산역 앞 홍등가도 그랬다. 대낮에도 붉은 등을 켜놓고 손님을 받는 곳이 있었다. 윤락녀들을 훔쳐보는 아내를 바라보기가 민망했다.
용산역을 품에 안고 홍등가 맞은편에 우뚝 선 건물이 오늘의 주인공인 ㈜현대아이파크몰(이하 아이파크몰). 8만5000평(63빌딩의 1.6배, 코엑스몰의 2.3배) 규모로 복합문화소비공간이다. 아이파크백화점, 패션스트리트, 리빙백화점, 전자전문점, 레포츠백화점, 이벤트파크, e스포츠스타디움, CGV, 용산역이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아이파크몰은 ‘서울 in 서울’, 즉 용산의 허브다. 아이파크몰이 우여곡절 끝에 성공했기에 뉴서울 프로젝트가 당겨졌으며, 용산이 옷을 갈아입음으로써 아이파크몰은 메가허브가 될 것이다. 아이파크몰은 새로 들어설 국제업무단지의 들머리이기도 하다.
용산역 일대는 벌써부터 분주하다. KTX 호남선 전라선 장항선 국철1호선 지하철4호선이 가로지른다. 용산과 인천국제공항을 잇는 신공항철도와 수도권 광역전철망이 X자로 개통되면 용산의 변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배꼽시계가 경고음을 보냈다. 아이파크몰의 레스토랑 파크는 하나의 작은 세계다. 이탈리아 중국 일본 베트남 음식이 제가끔 옷깃을 당긴다. 게 눈 감추듯 먹은 카레요리는 맛있었다.
아이파크몰은 경착륙(hard landing)했다. 건물 준공 후 한동안 ‘파리만 날렸다’. 현재의 아이파크백화점 터는 350명의 계약자에게 임대됐으나, 그들에겐 브랜드를 유치할 노하우도 몰을 운영할 인력도 없었다. 투자를 목적으로 상가를 분양받은 계약자들은 기대수익은커녕 매달 임대료와 관리비만 내게 된 것이다.
2005년 10월 계약자들은 브랜드 유치와 운영을 현대역사㈜(현 아이파크몰)에 요청했다. 건설사는 시설물 관리 책임만 가지므로 현대역사가 위임 요청을 받아들일 의무는 없었다.
현대역사㈜는 속앓이를 해온 계약자들의 요구를 외면하지 못했다.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된 실패한 쇼핑몰 명단에 자사 브랜드를 더하기 싫었고 타당성 검토 결과 성공 가능성도 높았다. 그래서 회사 이름도 아이파크몰로 바꿨다.
파리만 날리던 쇼핑몰 1년여 만에 환골탈태
입점도 제대로 안 된 데다 파리만 날리던 상가는 1년여 만에 아연 활력을 되찾았다. 아이파크몰은 전문인력을 구성해 기획, 브랜드 유치, 마케팅 등 전반적인 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계약자들은 수익금의 n분의 1을 받아간다. 유통업체가 계약자의 수익까지 보장해주는 선진국형 상생 시스템이 한국에 씨앗을 뿌린 셈이다.
현재 전국의 쇼핑몰 운영 형태는 아이파크몰의 초기 형태와 유사하다. 유행처럼 들어섰으나 54곳이 시쳇말로 ‘망했다’고 한다. 건설사들이 분양만 해놓고 ‘나 몰라라’ 했기 때문이다. 아이파크몰 최동주 사장은 건설사들의 이런 행태를 ‘먹튀’라고 부른다. 1978년 현대건설에 들어가 84년부터 20년간 현대백화점에서 일한 그는 성공적인 상업용 부동산 개발의 조건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1. 쇼핑몰의 기획, 개발, 운영자는 한 사람이어야 한다. 난개발을 막기 위해 미국에선 그렇게 한다.
2. 쇼핑몰의 기획, 개발, 운영은 유통 전문회사가 맡아야 한다.
3. 다기능 소매업이 집합하는 몰(mall) 형태여야 한다. 2만~3만 달러 시대엔 몰링(malling)이 대세다.
몰링은 즐거웠다. 점심을 먹고 1층에서 록포트(rockport) 신발을 샀고, 아내는 스타킹과 속옷을 오랫동안 골랐다. 그러곤 CGV(6층)에 올라가 영화를 본 뒤 이마트로 내려가 바지락 세 봉지와 풀무원칼국수를 샀다. 칠레산 와인과 홋카이도(北海道)산 치즈도 카트에 담았다.
‘죽었다 살아난’ 아이파크몰은 ‘서울 in 서울’, 즉 뉴서울 프로젝트의 견인차 구실을 하고 있다. 아직은 허술한 면이 없지 않으나 인근 지역의 개발이 완료되면 용산의 허브 구실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파크몰을 중심으로 방사상(放射狀)으로 굵직한 개발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용산역 일대는 초고층 주상복합타운이 결합된 첨단 국제업무지구로 탈바꿈된다. 용산 미군기지 터는 뉴욕의 센트럴파크에 버금가는 공원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건설사들은 저마다 맨해튼 부럽지 않은 도시를 세우겠다면서 수주전에 뛰어들고 있다.
‘서울 in 서울’의 메가허브가 될 아이파크몰에서 내려다본 용산의 마천루는 벌써부터 끝 모를 욕망을 거칠게 내뿜고 있다. 멀리 석양빛을 내고 있는 63빌딩이 고즈넉해 보인 까닭은 무엇일까? 자본주의의 성채를 꿈꾸는 용산이 ‘더 빠르게’ ‘더 높게’ 내달려서가 아닐까? 국립중앙박물관의 느긋함이 새삼스레 고맙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오전 9시에 문을 연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과거를 담은 곳, 그래서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이 박물관은 용산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아이파크몰 4층에 마련된 광장(이벤트파크).
도심의 집창촌은 언제 봐도 눈살이 찌푸려진다. 용산역 앞 홍등가도 그랬다. 대낮에도 붉은 등을 켜놓고 손님을 받는 곳이 있었다. 윤락녀들을 훔쳐보는 아내를 바라보기가 민망했다.
용산역을 품에 안고 홍등가 맞은편에 우뚝 선 건물이 오늘의 주인공인 ㈜현대아이파크몰(이하 아이파크몰). 8만5000평(63빌딩의 1.6배, 코엑스몰의 2.3배) 규모로 복합문화소비공간이다. 아이파크백화점, 패션스트리트, 리빙백화점, 전자전문점, 레포츠백화점, 이벤트파크, e스포츠스타디움, CGV, 용산역이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아이파크몰은 ‘서울 in 서울’, 즉 용산의 허브다. 아이파크몰이 우여곡절 끝에 성공했기에 뉴서울 프로젝트가 당겨졌으며, 용산이 옷을 갈아입음으로써 아이파크몰은 메가허브가 될 것이다. 아이파크몰은 새로 들어설 국제업무단지의 들머리이기도 하다.
용산역 일대는 벌써부터 분주하다. KTX 호남선 전라선 장항선 국철1호선 지하철4호선이 가로지른다. 용산과 인천국제공항을 잇는 신공항철도와 수도권 광역전철망이 X자로 개통되면 용산의 변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배꼽시계가 경고음을 보냈다. 아이파크몰의 레스토랑 파크는 하나의 작은 세계다. 이탈리아 중국 일본 베트남 음식이 제가끔 옷깃을 당긴다. 게 눈 감추듯 먹은 카레요리는 맛있었다.
다양한 업종의 소매업이 모인 아이파크몰의 한 업소.
2005년 10월 계약자들은 브랜드 유치와 운영을 현대역사㈜(현 아이파크몰)에 요청했다. 건설사는 시설물 관리 책임만 가지므로 현대역사가 위임 요청을 받아들일 의무는 없었다.
현대역사㈜는 속앓이를 해온 계약자들의 요구를 외면하지 못했다.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된 실패한 쇼핑몰 명단에 자사 브랜드를 더하기 싫었고 타당성 검토 결과 성공 가능성도 높았다. 그래서 회사 이름도 아이파크몰로 바꿨다.
파리만 날리던 쇼핑몰 1년여 만에 환골탈태
입점도 제대로 안 된 데다 파리만 날리던 상가는 1년여 만에 아연 활력을 되찾았다. 아이파크몰은 전문인력을 구성해 기획, 브랜드 유치, 마케팅 등 전반적인 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계약자들은 수익금의 n분의 1을 받아간다. 유통업체가 계약자의 수익까지 보장해주는 선진국형 상생 시스템이 한국에 씨앗을 뿌린 셈이다.
현재 전국의 쇼핑몰 운영 형태는 아이파크몰의 초기 형태와 유사하다. 유행처럼 들어섰으나 54곳이 시쳇말로 ‘망했다’고 한다. 건설사들이 분양만 해놓고 ‘나 몰라라’ 했기 때문이다. 아이파크몰 최동주 사장은 건설사들의 이런 행태를 ‘먹튀’라고 부른다. 1978년 현대건설에 들어가 84년부터 20년간 현대백화점에서 일한 그는 성공적인 상업용 부동산 개발의 조건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1. 쇼핑몰의 기획, 개발, 운영자는 한 사람이어야 한다. 난개발을 막기 위해 미국에선 그렇게 한다.
2. 쇼핑몰의 기획, 개발, 운영은 유통 전문회사가 맡아야 한다.
3. 다기능 소매업이 집합하는 몰(mall) 형태여야 한다. 2만~3만 달러 시대엔 몰링(malling)이 대세다.
몰링은 즐거웠다. 점심을 먹고 1층에서 록포트(rockport) 신발을 샀고, 아내는 스타킹과 속옷을 오랫동안 골랐다. 그러곤 CGV(6층)에 올라가 영화를 본 뒤 이마트로 내려가 바지락 세 봉지와 풀무원칼국수를 샀다. 칠레산 와인과 홋카이도(北海道)산 치즈도 카트에 담았다.
‘죽었다 살아난’ 아이파크몰은 ‘서울 in 서울’, 즉 뉴서울 프로젝트의 견인차 구실을 하고 있다. 아직은 허술한 면이 없지 않으나 인근 지역의 개발이 완료되면 용산의 허브 구실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파크몰을 중심으로 방사상(放射狀)으로 굵직한 개발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용산역 일대는 초고층 주상복합타운이 결합된 첨단 국제업무지구로 탈바꿈된다. 용산 미군기지 터는 뉴욕의 센트럴파크에 버금가는 공원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건설사들은 저마다 맨해튼 부럽지 않은 도시를 세우겠다면서 수주전에 뛰어들고 있다.
‘서울 in 서울’의 메가허브가 될 아이파크몰에서 내려다본 용산의 마천루는 벌써부터 끝 모를 욕망을 거칠게 내뿜고 있다. 멀리 석양빛을 내고 있는 63빌딩이 고즈넉해 보인 까닭은 무엇일까? 자본주의의 성채를 꿈꾸는 용산이 ‘더 빠르게’ ‘더 높게’ 내달려서가 아닐까? 국립중앙박물관의 느긋함이 새삼스레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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