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업무단지 조감도와 이 단지가 들어설 용산역 서남쪽 철도공작창(작은 사진).
최근 한 경제신문이 주택분야 전문가 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용산의 미래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은 10년 후 ‘한국의 베벌리힐스’로 발전할 지역으로 용산을 꼽았다. 용산민족공원과 한강을 곁에 둔 천혜의 자연환경, 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설 수많은 직장 때문에 직주 근접이 가능하다는 점, 교통요지라는 것 등이 그 이유다.
서울역에서 한강대교에 이르는 한강로를 따라가다 보면 용산의 이런 꿈을 느낄 수 있다. 삼각지 주변에 들어선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건물은 이미 용산의 스카이라인을 바꿔놓았고, 2004년 분양 당시 23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던 용산 씨티파크는 8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제2의 테헤란로’가 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보광동 일대 33만 평 규모에 추진 중인 한남 뉴타운 사업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이곳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하면서 지지부진했던 사업이 탄력을 받는 것.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면 용적률, 대형 아파트 건립 비율, 인·허가 등에서 많은 혜택을 받게 돼 사업성이 좋아진다. 이 지역은 ‘강북 속 강남’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용산 개발의 핵심은 용산역 서남쪽 철도공작창 일대 13만 평에 들어설 용산국제업무단지다. 철도공사는 민간 사업자를 유치해 이 지역에 서울을 대표하는 620m 높이의 랜드마크 건물과 첨단 업무시설 등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서울시가 민족공원으로 만들 용산 미군기지와 함께 용산 개발의 키워드인 ‘첨단’과 ‘그린’을 각각 상징한다.
한강과 남산 사이 전형적 명당에 개발의 힘 보태
국제업무단지는 현재 서울시와 철도공사가 개발 방안을 둘러싸고 막판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상태. 4월 초 철도공사가 서울시의 개발 방안에 반발해 사업자 공모를 취소하면서 한때 사업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양측 인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개발 방안에 대해 합의점을 도출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3월14, 28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자문을 통해 이 지역 개발계획을 확정했다. 이에 따르면 랜드마크 건물 높이는 용산구청의 제안을 받아들여 620m를 허용했지만 평균 용적률은 철도공사 제안(610%)보다 낮은 580%로 하기로 했다. 또 5만 평은 주변 지역과의 연계 개발을 고려해 개발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대해 철도공사는 사업성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철도공사 관계자는 “최소한 민간 사업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개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평균 용적률 등에서는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 결국 이 지역 개발을 통해 6조원의 부채를 털어내야 하는 철도공사가 양보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사업비는 대지 매입비 4조원을 포함해 총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단일 사업으로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라는 게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얘기. 이미 삼성물산 건설사업부와 현대건설이 각각 리드하는 컨소시엄이 구성된 상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체들이 4월 공모에 대비해 사업비를 썼는데, 사업 자체가 무산된다면 공공기관의 신뢰성은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용산역 전면 집창촌 지역 재개발 사업은 시공사 선정이 완료된 상태. 용산역 전면3구역은 4월4일 삼성물산 건설사업부문이 낙점을 받았고, 전면2구역은 대우건설이 선정됐다. 이곳엔 40층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서 ‘강북의 타워팰리스’로 바뀔 예정이다. 수주금액은 2, 3구역이 각각 2300억원, 3000억원이다.
이런 개발 기대감 때문일까. 용산 지역은 건물 높이만큼이나 땅값이 치솟았다. 집창촌 지역의 경우 현재 평당 가격이 1억5000만원 안팎을 호가하는데도 매물이 없는 상황이다. 이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2001년 12월 용산 지구단위 계획이 발표되기 직전 시세가 평당 500만원이었는데, 불과 6년 만에 30배 이상 폭등했다”고 말했다 .
용산이 뒤늦게 각광받고 있는 것은 천혜의 입지조건 때문. 무엇보다 앞으로는 한강이 흐르고 뒤로는 남산이 버티고 있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명당이다. 또 KTX·인천공항철도·경의선·신분당선 등이 만나는 교통중심지다. 북한산과 남산을 이어 한강과 관악산에 이르는 남북 녹지축의 중심이기도 하다.
여기에 미군기지 이전은 대형 호재가 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역설적으로 미군기지가 아니었다면 도심 한복판에 108만 평의 녹지공간이 보존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미군이 주둔하지 않았다면 그 지역은 이미 아파트가 들어섰을 것이라는 얘기다. 용산 개발 측면에서만 보면 미군기지는 ‘애물단지’에서 ‘보물’로 변한 셈이다. 서울시는 미군기지를 뉴욕 센트럴파크(103만 평)나 런던 하이드파크(76만 평)에 버금가는 대규모 민족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용산의 미래에서 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노들섬 일대에 들어설 예정인 오페라하우스와 국립박물관, 전쟁박물관, 한강시민공원 등만으로도 용산은 첨단 문화지역으로서 손색이 없다. 이태원 관광특구 주변의 국제문화 중심 기능도 용산에 포함된다. 새로운 용산이 ‘서울 in 서울’이라는 용산시민들의 자부심이 이해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