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상 뇌경색은 증상이 없으나 정밀진단으로는 확인이 가능하다.
의사는 “뇌경색이라고 모두 당장 위험한 뇌중풍 증세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무증상 뇌경색’이라는 질환은 곧 뇌중풍으로 발전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와 철저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치 땐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도 높아져
무증상 뇌경색은 평소에는 어떤 증세도 나타나지 않으나 뇌 촬영이나 정밀검진 결과에서는 뇌경색이 확인되는 질환이다. 혈관이 막혀 뇌 세포가 죽었지만, 다행히 죽은 세포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거나 미세한 부분이라 마비 등의 증상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병원에서 진단받기 전에는 건강한 일반인들과 어떤 차이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방치했을 경우 갑작스럽게 뇌중풍이 찾아올 가능성이 정상인보다 10배가 높아지고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도 2.3배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당장은 아무 문제 없이 생활하고 있지만 머릿속에 시한폭탄을 두고 사는 셈이다. 다행히 무증상 뇌경색일 때 발견이 되면 혈압이나 동맥경화 등 위험요소의 치료와 함께 항혈소판제 등의 약물치료를 통해 심각한 뇌경색을 조기에 막을 수 있다.
세란병원(www.seran.co.kr) 신경과 박지현 과장은 “마비나 언어장애를 느끼고 병원을 찾아왔을 때는 이미 뇌경색이 심각한 상태로 진행된 뒤다. 그러나 다행히 무증상 뇌경색일 때 발견이 되면 약물치료와 생활개선을 통해 더 심한 뇌중풍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평소 숨이 차거나 기억력·사고력 등이 조금씩 떨어지는 경우 무증상 뇌경색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50대 이후 고혈압, 당뇨, 비만, 흡연, 가족력 등이 있는 경우는 무증상 뇌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뇌중풍을 소리 소문도 없이 찾아오는 ‘죽음의 저승사자’라고 한다. 일단 발병하면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지고, 간신히 생명을 건지더라도 반신불수·언어장애·치매 등 치명적인 생활 장애를 남기는 질병이다. 매년 약 10만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사망률도 암 다음으로 높다. 암 종류가 다양한 점을 감안하면 단일 질환으로는 사망률 1위인 질환이다. 따라서 한번 발병하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무서운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 고혈압이나 당뇨·비만 등 성인병을 경계하고, 일단 발병하면 빨리 병원으로 후송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여기는 질환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문의들은 뇌중풍의 공포에서 안전하기 위해서는 성인병 같은 위험인자를 제거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기적인 정밀검사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지현 과장은 “고혈압 등 성인병 치료와 함께 정기적인 정밀검사가 중요하다. 최근엔 의료 장비의 발전으로 초기 뇌경색(무증상 단계) 증세도 발견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50대 이후에 뇌중풍 위험인자를 가진 이들이라면 정밀검사가 필수”라고 말한다.
40대 이상 정밀진단 결과 30%가 무증상 뇌경색
모든 질환은 1차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뇌중풍은 심각한 후유증으로 자신은 물론 가족에게까지 물질적, 정신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주는 질환이다. 때문에 뚜렷한 증세가 없더라도 사전에 정밀검사를 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물론 MRI는 비용이 많이 드는 검사이므로 모든 이들이 꼭 이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 다만 50세 이상, 당뇨 등 성인병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흡연·심장병이 있는 경우에는 신경과 전문의와의 상담 후 정밀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한 조사에서는 이런 뇌중풍 위험군을 대상으로 정밀진단을 한 결과 40대 이상은 30% 정도가 무증상 뇌경색이 발견되었고, 55세 이상의 경우 2명 중 한 명이 무증상 뇌경색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뇌중풍을 얘기할 때 마비 등의 이상 증세를 느끼고도 병원을 찾지 않는 것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표현에 빗대곤 한다. 그러나 정밀검사를 통해 초기 뇌경색 증세를 발견하는 것은 특별한 도구 없이 큰 위험을 막아내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 도움말: 세란병원 신경과 박지현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