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윤모(31) 씨는 최근 유부남 직장 상사인 강모(37) 씨와 진한 정사를 나누는 꿈을 꿨다. 윤 씨는 평소 강 씨를 실력 있고 다정다감한 선배로 존경해왔지만 단 한 번도 남자로 쳐다본 적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며칠 전 회식 자리에서 그를 다르게 보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일명 ‘파도타기’를 하는 분위기가 됐는데,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윤 씨가 혼잣말로 계속 고민을 하자 강 씨가 거의 비워진 자신의 컵과 가득 찬 윤 씨의 컵을 조용히 바꿔준 것. 자신의 입을 댔던 부분을 휴지로 살짝 닦아주면서.
“회식 이후로 그 선배를 보는 눈길이 달라졌어요. 선배와 함께 작업을 할 때는 더 열심히 하게 됐고, 의견을 교환할 때는 더욱 신경을 쓰게 됐죠. 그리고 자세히 살펴보니 평소에도 후배들에게 커피를 자주 뽑아주고 나긋나긋한 말투로 존대를 해주며 또 아무리 일이 많아도 눈이 마주치면 항상 싱긋 웃어주더군요. 한번은 아이 유치원 운동회가 있다며 이것저것 준비하며 환하게 웃는데, 정말 매력적이더군요.”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겠지만 여성과의 관계에서 남성의 매너는 필수다. 외모가 부족해도 매너 있는 남성에게 여성은 끌린다. 연인이나 부부 관계뿐 아니라 직장의 동료 사이에서도 그렇다. 여성을 유혹하는 남성의 매너, 아니 유혹까지는 아니더라도 여성과의 관계라는 톱니바퀴에 윤활유 구실을 해주는 남성의 매너에는 무엇이 있을까.
영화 속 이병헌, 맞춤형 매너로 세 자매 사로잡아
“여자를 보도 안쪽에 남자는 차도 쪽으로 걷는 것은 기본이죠. 횡단보도에서도 차가 오는 쪽에 남자가 서야 해요. 물론 중앙선을 지나면서 자리를 바꿔줘야겠죠.(웃음) 운전하면서 불가피하게 급정거를 하게 될 때 여자의 무릎이나 어깨 쪽을 살짝 잡아주는 게 좋아요. 겨울철 차에 무릎 담요를 놔두는 건 필수예요. 히터가 작동하기 전까지 추우니까 덮고 있으라는 뜻도 있지만, 여자들은 주로 스커트를 많이 입잖아요. 괜히 불편하지 않도록 덮게 해주는 거죠.”
웹 디자이너인 미혼 남성 권모(33) 씨의 이야기. 자칭타칭 ‘매너남’인 그는 매너의 기본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고 말한다.
“보통 여자들은 파인 옷을 많이 입잖아요. 그래서 여직원이 앉아 있으면 바로 뒤에서 이야기하지 않으려 하죠. 아무래도 자연스레 시선이 갈 텐데 서로 불편하잖아요. 또 스커트를 입은 여성 앞에선 물건이 떨어졌어도 제가 고개를 숙여 집는 게 아니라 ‘집어달라’고 부탁해요.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제가 더 야근을 하려고 하죠. 남자는 세수만 하고 자면 되지만 아무래도 여자는 화장도 지워야 하고 샤워도 해야 하니 복잡하잖아요. 이렇게 배려의 시작은 작은 것부터라고 생각해요.”
여성이 감동하는 매너의 핵심은 작은 것에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하이힐을 신고 나왔을 때 되도록 안 걷게 하는 남자(자신이 걷는 걸 좋아한다며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1시간 이상씩 걸어대는 남자는 꼭 있다), 내가 말한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도 기억해주는 남자(예를 들면 지나가는 말로 ‘지금 사무실이 너무 건조해’라고 말했는데 회사로 가습기를 보내오는 남자)에게 여자는 매력을 느낀다.
영화 ‘누구나 비밀은 있다’에서 ‘수현’(이병헌 분)의 캐릭터는 여성을 매혹하는 매너남의 정수를 보여준다. 그가 세 자매와 동시에 사랑을 나눴다는 윤리적 판단을 차치하고 각기 다른 세 여성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살펴보면, 그녀들의 세세한 감정까지도 다 읽어내고 거기에 맞춰 알맞은 보살핌을 선사하는 완벽함을 보여준다.
자유연애주의자인 셋째(김효진 분)에게는 정열적인 사랑을 주고, 지적이지만 연애에 두려움을 가진 둘째(최지우 분)에게는 자상한 케어와 함께 지적인 코드를 맞춰준다. 특히 그녀가 좋아하는 작가를 미리 파악해 작가의 인생과 저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건 세심한 눈썰미와 각별한 노력 없이는 힘든 일. 또 ‘가족과는 섹스하지 않는다’는 남편과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는 첫째(추상미 분)에게는 그녀의 여성성을 재발견하고 욕구를 해소할 수 있게 한다. 이별하는 순간까지도 여성들이 상처를 받지 않게 하는 완벽한 센스! 이렇게 ‘자상’한 데다 이병헌 특유의 환한 미소까지 더해진 그는 완벽한 매너남이다.
매너 인색한 한국 남성 … 속으로 말고 겉으로 표현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GM대우의 ‘젠트라’ 광고 역시 여성에게 호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남성의 매너에 대한 이야기다. 가장 인상적인 카피는 “여자친구와 테이블에선 90도로 앉는 게 매너다”. 실제로 광고가 나간 이후 커피전문점이나 레스토랑 등에서 90도로 앉는 남녀가 많아졌고, 원형 테이블의 수요 또한 부쩍 늘었다(90도로 앉으려면 원형 테이블이어야 자연스럽다). 이후 “초밥을 먹을 때 향수를 뿌리지 않는 게 매너다” “드레스 셔츠 속엔 속옷을 입지 않는 게 매너다” “화이트와인은 첨잔하지 않는 게 매너다” 등 주옥같은 매너 상식들을 남성들에게 주고 있다.
이처럼 매너가 경쟁력이 된 시대상을 반영하듯 광고나 드라마, 영화에서도 매력 넘치는 매너남들이 가득하다. 광고 속의 정우성이나 이병헌, 다니엘 헤니 등은 매너를 전면에 내세운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접속’에서의 한석규, ‘국화꽃 향기’의 박해일,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브릿지존스의 일기’의 콜린 퍼스 등도 전형적인 매너남. 다니엘 헤니가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주인공 현빈보다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한 여자를 향한 헌신적인 사랑과 쿨한 매너 때문이었다.
영화평론가 심영섭 씨는 “여자들의 변화를 잘 캐치해주고 세세하게 관심을 가져주며, 성적 압력을 전혀 주지 않는데도 여성으로 하여금 살짝 섹슈얼한 느낌을 받게 하는 남자가 전형적인 매너남”이라며 “영화 속의 매너남들은 설사 여주인공의 사랑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여성 관객들의 사랑은 독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문화평론가 이동연 씨는 “메트로섹슈얼 시대의 ‘젠틀맨’은 고전적인 의미의 신사도에 감각적으로 어필하면서도 경박하지 않은 세련됨이 더해졌다”며 “현실적으로 단순히 스타일만 좋은 게 아니라 그 속에 어느 정도의 부가 내재돼 있어야 진정한 매너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도 한국 남자들은 매너에 인색하다. 특히 여성에 대한 매너라고 하면 ‘작업’의 일종일 뿐이라고 일축해버린다. 그러면서 겉으로 드러난 사탕발림이 아닌 진심을 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건 볼 수 없다. 그리고 매너 좋은 남자를 싫어하는 여자는 없다.
“회식 이후로 그 선배를 보는 눈길이 달라졌어요. 선배와 함께 작업을 할 때는 더 열심히 하게 됐고, 의견을 교환할 때는 더욱 신경을 쓰게 됐죠. 그리고 자세히 살펴보니 평소에도 후배들에게 커피를 자주 뽑아주고 나긋나긋한 말투로 존대를 해주며 또 아무리 일이 많아도 눈이 마주치면 항상 싱긋 웃어주더군요. 한번은 아이 유치원 운동회가 있다며 이것저것 준비하며 환하게 웃는데, 정말 매력적이더군요.”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겠지만 여성과의 관계에서 남성의 매너는 필수다. 외모가 부족해도 매너 있는 남성에게 여성은 끌린다. 연인이나 부부 관계뿐 아니라 직장의 동료 사이에서도 그렇다. 여성을 유혹하는 남성의 매너, 아니 유혹까지는 아니더라도 여성과의 관계라는 톱니바퀴에 윤활유 구실을 해주는 남성의 매너에는 무엇이 있을까.
영화 속 이병헌, 맞춤형 매너로 세 자매 사로잡아
“여자를 보도 안쪽에 남자는 차도 쪽으로 걷는 것은 기본이죠. 횡단보도에서도 차가 오는 쪽에 남자가 서야 해요. 물론 중앙선을 지나면서 자리를 바꿔줘야겠죠.(웃음) 운전하면서 불가피하게 급정거를 하게 될 때 여자의 무릎이나 어깨 쪽을 살짝 잡아주는 게 좋아요. 겨울철 차에 무릎 담요를 놔두는 건 필수예요. 히터가 작동하기 전까지 추우니까 덮고 있으라는 뜻도 있지만, 여자들은 주로 스커트를 많이 입잖아요. 괜히 불편하지 않도록 덮게 해주는 거죠.”
웹 디자이너인 미혼 남성 권모(33) 씨의 이야기. 자칭타칭 ‘매너남’인 그는 매너의 기본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고 말한다.
“보통 여자들은 파인 옷을 많이 입잖아요. 그래서 여직원이 앉아 있으면 바로 뒤에서 이야기하지 않으려 하죠. 아무래도 자연스레 시선이 갈 텐데 서로 불편하잖아요. 또 스커트를 입은 여성 앞에선 물건이 떨어졌어도 제가 고개를 숙여 집는 게 아니라 ‘집어달라’고 부탁해요.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제가 더 야근을 하려고 하죠. 남자는 세수만 하고 자면 되지만 아무래도 여자는 화장도 지워야 하고 샤워도 해야 하니 복잡하잖아요. 이렇게 배려의 시작은 작은 것부터라고 생각해요.”
여성이 감동하는 매너의 핵심은 작은 것에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하이힐을 신고 나왔을 때 되도록 안 걷게 하는 남자(자신이 걷는 걸 좋아한다며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1시간 이상씩 걸어대는 남자는 꼭 있다), 내가 말한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도 기억해주는 남자(예를 들면 지나가는 말로 ‘지금 사무실이 너무 건조해’라고 말했는데 회사로 가습기를 보내오는 남자)에게 여자는 매력을 느낀다.
영화 ‘누구나 비밀은 있다’에서 ‘수현’(이병헌 분)의 캐릭터는 여성을 매혹하는 매너남의 정수를 보여준다. 그가 세 자매와 동시에 사랑을 나눴다는 윤리적 판단을 차치하고 각기 다른 세 여성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살펴보면, 그녀들의 세세한 감정까지도 다 읽어내고 거기에 맞춰 알맞은 보살핌을 선사하는 완벽함을 보여준다.
자유연애주의자인 셋째(김효진 분)에게는 정열적인 사랑을 주고, 지적이지만 연애에 두려움을 가진 둘째(최지우 분)에게는 자상한 케어와 함께 지적인 코드를 맞춰준다. 특히 그녀가 좋아하는 작가를 미리 파악해 작가의 인생과 저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건 세심한 눈썰미와 각별한 노력 없이는 힘든 일. 또 ‘가족과는 섹스하지 않는다’는 남편과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는 첫째(추상미 분)에게는 그녀의 여성성을 재발견하고 욕구를 해소할 수 있게 한다. 이별하는 순간까지도 여성들이 상처를 받지 않게 하는 완벽한 센스! 이렇게 ‘자상’한 데다 이병헌 특유의 환한 미소까지 더해진 그는 완벽한 매너남이다.
매너 인색한 한국 남성 … 속으로 말고 겉으로 표현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GM대우의 ‘젠트라’ 광고 역시 여성에게 호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남성의 매너에 대한 이야기다. 가장 인상적인 카피는 “여자친구와 테이블에선 90도로 앉는 게 매너다”. 실제로 광고가 나간 이후 커피전문점이나 레스토랑 등에서 90도로 앉는 남녀가 많아졌고, 원형 테이블의 수요 또한 부쩍 늘었다(90도로 앉으려면 원형 테이블이어야 자연스럽다). 이후 “초밥을 먹을 때 향수를 뿌리지 않는 게 매너다” “드레스 셔츠 속엔 속옷을 입지 않는 게 매너다” “화이트와인은 첨잔하지 않는 게 매너다” 등 주옥같은 매너 상식들을 남성들에게 주고 있다.
이처럼 매너가 경쟁력이 된 시대상을 반영하듯 광고나 드라마, 영화에서도 매력 넘치는 매너남들이 가득하다. 광고 속의 정우성이나 이병헌, 다니엘 헤니 등은 매너를 전면에 내세운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접속’에서의 한석규, ‘국화꽃 향기’의 박해일,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브릿지존스의 일기’의 콜린 퍼스 등도 전형적인 매너남. 다니엘 헤니가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주인공 현빈보다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한 여자를 향한 헌신적인 사랑과 쿨한 매너 때문이었다.
영화평론가 심영섭 씨는 “여자들의 변화를 잘 캐치해주고 세세하게 관심을 가져주며, 성적 압력을 전혀 주지 않는데도 여성으로 하여금 살짝 섹슈얼한 느낌을 받게 하는 남자가 전형적인 매너남”이라며 “영화 속의 매너남들은 설사 여주인공의 사랑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여성 관객들의 사랑은 독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문화평론가 이동연 씨는 “메트로섹슈얼 시대의 ‘젠틀맨’은 고전적인 의미의 신사도에 감각적으로 어필하면서도 경박하지 않은 세련됨이 더해졌다”며 “현실적으로 단순히 스타일만 좋은 게 아니라 그 속에 어느 정도의 부가 내재돼 있어야 진정한 매너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도 한국 남자들은 매너에 인색하다. 특히 여성에 대한 매너라고 하면 ‘작업’의 일종일 뿐이라고 일축해버린다. 그러면서 겉으로 드러난 사탕발림이 아닌 진심을 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건 볼 수 없다. 그리고 매너 좋은 남자를 싫어하는 여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