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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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이래도 이창호 밥이야?”

결승3번기 1국-이창호 9단(흑) : 박영훈 9단(백) 바둑

  • 정용진/ 바둑평론가

    입력2005-10-31 10: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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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왕자 “이래도 이창호 밥이야?”
    박영훈 9단은 가장 고평가된 기사이면서도 저평가되고 있는 기사다.” 김성룡 9단의 평이다. 무슨 말인가? ‘어린 왕자’ 박영훈 9단은 일찍이 후지쯔배와 중환배 두 개의 세계기전을 석권하면서 스물도 안 된 나이에 특급 기사 대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이세돌, 최철한과 더불어 ‘포스트 이창호 그룹’으로 거론되는 트리오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를 받고 있었다. 세계대회를 여섯 번이나 우승한 이세돌 9단은 그렇다 쳐도, 올해 들어 비로소 중환배를 품으며 처녀우승을 기록한 최철한 9단보다 못한 평가를 받은 건 순전히 이창호 9단을 넘어서지 못한 탓이었다.

    이세돌 9단이나 최철한 9단은 단판승부가 아닌 번기(番棋)에서 이창호 9단을 한두 차례 꺾은 바 있으나, 박영훈 9단은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통산전적은 1승 7패. 흡사 고양이 앞에 쥐꼴이다 보니 팬들에게 강인한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3전 전승을 거두며 ‘이창호 콤플렉스’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을 보여 바둑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특히 초대 한국물가정보배 결승3번기에서 이창호 9단을 2대 0으로 연파하고 국내 타이틀 2관왕에 올랐다. 천하의 이창호도 꼼짝하지 못한 완벽한 승리였기에 더욱 값졌다.

    승부의 관건이었던 결승1국의 종반 장면. 형세가 아주 미묘한 가운데 흑1로 찌르며 끝내기하고 들어왔다. 이때 백2를 선수한 뒤 손을 빼 백4·6으로 단수친 수가 절묘한 승착으로, 끝내기의 달인 이창호를 끝내기로 울린 수였다. 흑7의 수로써 10의 곳에 이으면 백A 로 두 점이 잡히므로 어쩔 수 없는데, 이때 백8·10이 상대의 의표를 찌른 수. 백1에 흑2로 이었다가는 대마가 비명횡사한다. 도리없이 흑11로 따냈으나 백12로 역습을 당하자 대마의 사활 때문에 잇지를 못하고 흑B, 백6, 흑C로 살아가기에 급급할 때 백은 두 점을 따먹으면서 승리를 굳혔다. 357수 끝, 백 2집 반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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