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검에 쓰이는 장비들.
국과수는 10월21일부터 27일까지 3명의 법의관을 영국으로 보내 5년 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고 이경운(당시 18세·오른쪽 사진 속의 영정) 군의 시신을 부검, 사인을 밝혀낼 계획이다.
국과수 관계자는 “지난해 남아시아 지진해일(쓰나미) 참사 때 시신 확인을 도우려고 현지에 파견된 바 있으나, 외국에서 사망한 재외국민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에 나서는 건 처음일 뿐 아니라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영국 경찰에 따르면 켄트대학에서 국제정치를 배우던 이 군은 2000년 9월 통학 버스에 치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영국 경찰의 조사 결과는 단순 교통사고.
그러나 부친 이영호 씨는 영국 경찰이 사망 소식을 가족들에게 3일이 지난 후에야 알려준 점 등을 꼬집으면서 조작 및 은폐 의혹을 제기해왔다. 영국 경찰은 가족들에게 시신을 보여주지도 않고 부검 또한 가족 몰래 했다고 한다.
이 씨는 인종차별주의자 등이 이 군을 떠밀어 숨지게 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2차 부검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영국에 머물면서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왔다. 이 군의 시신은 현재 냉동 보관돼 있다.
2차 부검이 이뤄지게 된 데는 김문수 의원(한나라당)의 노력이 컸다. 이 씨 부자의 소식을 들은 김 의원은 9월26일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이하 통외통위) 주영대사관 국정감사 때 이 씨를 불러 그의 의견을 청취했다.
통외통위 소속 의원들은 이 씨의 뜻대로 국과수 법의관들이 부검을 직접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주영대사관은 국과수가 2차 부검을 맡는 것으로 영국 정부와 합의했다.
이 씨는 “눈물이 복받쳐 국감장에선 말도 제대로 못했다”면서 “한국의 전문가들이 진실을 밝혀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과수는 1955년 기초적인 혈액 감정, 시신 부검을 하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해 50년 만에 과학수사의 본산으로 성장했다. 국과수의 DNA 분석 기술 등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국과수는 해마다 22만여 건의 감정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