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카메라(디카)로 자신만의 디지털 스토리를 만들고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통해 인맥을 관리하며, 퇴근 후 사교댄스를 배우거나 영어학원을 다니면서 부지런히 자신에게 투자하는 사람들…. 21세기는 ‘공동체’가 아닌 ‘나’를 표현하고, ‘전체’가 아니라 ‘개인’을 위해 투자하는 시대다.
공학 분야에서도 ‘개인’을 식별하는 생체인식 연구가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생체인식(biometrics)은 신체 일부분에 대한 정보를 디지털 방식으로 저장, 이를 이용해 개인을 식별하는 방법이나 기술을 말한다. 사람마다 고유한 특성을 갖는 얼굴, 홍채, 지문 등의 신체 부위나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생체인식 연구의 주요 테마가 돼왔다.
그런데 최근 이들 외에 독특한 방법으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기술이 속속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차세대 생체인식 기술을 만나보자.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김희식 교수팀은 올해 초, 손의 형태를 생체정보로 인식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손의 길이나 크기, 손바닥이나 손가락 마디 간 손금의 모양, 손금의 각도와 곡률, 손가락이나 손가락 마디의 길이 등 손에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다. 이 같은 특징을 연구팀이 개발한 프로그램이 인식해 개인을 식별해내는 원리다.
카메라에 손을 대면 손 전체의 모양이 사진으로 찍혀 프로그램에 입력된다. 프로그램은 손의 형태를 추출하고, 손에서 특정한 지점 27군데를 지정한다. 그리고 그 지점들의 위치와 각 지점 사이의 거리 등을 자동으로 계산한 뒤 10여개의 손 정보 데이터를 이끌어낸다. 이 데이터를 해당 사람의 사전 입력 값과 비교해 본인인지 아닌지를 판별한다. 현재 이 프로그램의 본인 인식률은 86%에 그치고 있지만 편리성이 커서 상용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손가락 마디 각기 다른 정보
연구팀은 “손에는 여러 정보가 있기 때문에 상처를 입더라도 본인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며 “미세한 정보까지 인식할 수 있는 세부 기술을 개발해서 손 하나로 얻을 수 있는 데이터 양을 늘려 본인 인식률을 95% 이상으로 높이는 게 목표”라고 설명한다.
이 기술을 좀더 발전시켜 상용화하면 은행 현금인출기에서 얼굴을 가리고 돈을 훔친 범인이라도 CCTV(폐쇄회로 텔레비전)에 손이 찍혔다면 그 정보를 분석해 범인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손이나 두상 같은 인체 외부의 형태뿐만 아니라 내부의 신호까지도 개인을 판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최근 가톨릭대 컴퓨터공학과 김태선 교수팀은 국내 최초로 사람의 심장 박동으로 신원을 확인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심장이 뛰면 심근에 미세한 전위차가 발생한다. 피부에 전극을 대고 시간에 따른 전위차의 변화를 측정한 것을 ‘심전도’라고 한다. 심전도는 나이, 성별, 질병 유무에 따라 차이가 나 병원에서 진단 목적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연구팀은 심전도가 사람마다 고유한 파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슈퍼 지능칩으로 심전도 데이터에서 각종 잡음을 제거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개인을 식별해봤다. 그 결과 정상일 때는 100%, 신체 변화가 있을 때는 92%까지 식별률을 나타냈다. 이 기술로 신원을 확인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15초 이내다.
심전도 같은 인체 내부신호는 워낙 미세하기 때문에 변조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심전도 생체인식 기술을 원격의료 시스템과 결합시키면 군사작전, 재난구호 같은 분야에도 응용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예를 들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심한 교통사고를 당한 환자의 경우 심전도를 측정해 실시간으로 신원을 파악한 다음 개인건강 데이터를 불러들여 진단하는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다. 또 전쟁 상황이라면 군인의 부상이나 사망 여부도 심전도를 측정해 본부에서 즉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피부·걸음걸이도 활발한 연구
연구팀은 이 기술의 의의에 대해서 “생체인식과 건강진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심전도에 땀이나 체온 같은 각종 의학정보를 종합해 신원 확인뿐 아니라 개인별 맞춤의료 서비스까지 이뤄질 수 있을 거라는 얘기다.
그러나 아직은 많은 한계를 안고 있다. 사람이 움직이는 동안에는 심전도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문제. 근육이 움직이면 다른 전류가 생겨 심전도와 구분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근육 움직임에 따른 각종 신호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산업자원부 산하 전자부품연구원(KETI)은 올해 초 ‘생체인식용 나노바이오 진단기’를 개발했다. 이 역시 생체인식과 건강진단이 동시에 가능하다. 피부에 빛을 투과시킨 다음 반사되는 빛의 파장을 분석해 피부 내부구조를 알아내 개인을 식별하고 건강 상태까지 알아낸다. 이 기술이 발달하면 피를 뽑지 않고 개인별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최첨단 의료기기까지 등장할 거라는 전망이다.
이외에도 서명, 걸음걸이, 타이핑 습관 등 다양한 개인별 차이를 이용한 생체인식 연구들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현재 보편화돼 있는 지문이나 홍채 인식도 센서에 직접 손가락이나 눈을 대지 않고도 정보를 추출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로 한창 ‘진화’ 중이다. 또 각각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여러 생체인식 기술을 함께 사용하는 통합생체인식 시스템도 연구되고 있다. 온몸으로 나를 표현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세상이 나를 척척 알아보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공학 분야에서도 ‘개인’을 식별하는 생체인식 연구가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생체인식(biometrics)은 신체 일부분에 대한 정보를 디지털 방식으로 저장, 이를 이용해 개인을 식별하는 방법이나 기술을 말한다. 사람마다 고유한 특성을 갖는 얼굴, 홍채, 지문 등의 신체 부위나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생체인식 연구의 주요 테마가 돼왔다.
그런데 최근 이들 외에 독특한 방법으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기술이 속속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차세대 생체인식 기술을 만나보자.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김희식 교수팀은 올해 초, 손의 형태를 생체정보로 인식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손의 길이나 크기, 손바닥이나 손가락 마디 간 손금의 모양, 손금의 각도와 곡률, 손가락이나 손가락 마디의 길이 등 손에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다. 이 같은 특징을 연구팀이 개발한 프로그램이 인식해 개인을 식별해내는 원리다.
카메라에 손을 대면 손 전체의 모양이 사진으로 찍혀 프로그램에 입력된다. 프로그램은 손의 형태를 추출하고, 손에서 특정한 지점 27군데를 지정한다. 그리고 그 지점들의 위치와 각 지점 사이의 거리 등을 자동으로 계산한 뒤 10여개의 손 정보 데이터를 이끌어낸다. 이 데이터를 해당 사람의 사전 입력 값과 비교해 본인인지 아닌지를 판별한다. 현재 이 프로그램의 본인 인식률은 86%에 그치고 있지만 편리성이 커서 상용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손가락 마디 각기 다른 정보
연구팀은 “손에는 여러 정보가 있기 때문에 상처를 입더라도 본인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며 “미세한 정보까지 인식할 수 있는 세부 기술을 개발해서 손 하나로 얻을 수 있는 데이터 양을 늘려 본인 인식률을 95% 이상으로 높이는 게 목표”라고 설명한다.
이 기술을 좀더 발전시켜 상용화하면 은행 현금인출기에서 얼굴을 가리고 돈을 훔친 범인이라도 CCTV(폐쇄회로 텔레비전)에 손이 찍혔다면 그 정보를 분석해 범인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손이나 두상 같은 인체 외부의 형태뿐만 아니라 내부의 신호까지도 개인을 판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최근 가톨릭대 컴퓨터공학과 김태선 교수팀은 국내 최초로 사람의 심장 박동으로 신원을 확인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심장이 뛰면 심근에 미세한 전위차가 발생한다. 피부에 전극을 대고 시간에 따른 전위차의 변화를 측정한 것을 ‘심전도’라고 한다. 심전도는 나이, 성별, 질병 유무에 따라 차이가 나 병원에서 진단 목적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연구팀은 심전도가 사람마다 고유한 파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슈퍼 지능칩으로 심전도 데이터에서 각종 잡음을 제거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개인을 식별해봤다. 그 결과 정상일 때는 100%, 신체 변화가 있을 때는 92%까지 식별률을 나타냈다. 이 기술로 신원을 확인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15초 이내다.
심전도 같은 인체 내부신호는 워낙 미세하기 때문에 변조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심전도 생체인식 기술을 원격의료 시스템과 결합시키면 군사작전, 재난구호 같은 분야에도 응용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예를 들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심한 교통사고를 당한 환자의 경우 심전도를 측정해 실시간으로 신원을 파악한 다음 개인건강 데이터를 불러들여 진단하는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다. 또 전쟁 상황이라면 군인의 부상이나 사망 여부도 심전도를 측정해 본부에서 즉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피부·걸음걸이도 활발한 연구
연구팀은 이 기술의 의의에 대해서 “생체인식과 건강진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심전도에 땀이나 체온 같은 각종 의학정보를 종합해 신원 확인뿐 아니라 개인별 맞춤의료 서비스까지 이뤄질 수 있을 거라는 얘기다.
그러나 아직은 많은 한계를 안고 있다. 사람이 움직이는 동안에는 심전도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문제. 근육이 움직이면 다른 전류가 생겨 심전도와 구분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근육 움직임에 따른 각종 신호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산업자원부 산하 전자부품연구원(KETI)은 올해 초 ‘생체인식용 나노바이오 진단기’를 개발했다. 이 역시 생체인식과 건강진단이 동시에 가능하다. 피부에 빛을 투과시킨 다음 반사되는 빛의 파장을 분석해 피부 내부구조를 알아내 개인을 식별하고 건강 상태까지 알아낸다. 이 기술이 발달하면 피를 뽑지 않고 개인별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최첨단 의료기기까지 등장할 거라는 전망이다.
이외에도 서명, 걸음걸이, 타이핑 습관 등 다양한 개인별 차이를 이용한 생체인식 연구들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현재 보편화돼 있는 지문이나 홍채 인식도 센서에 직접 손가락이나 눈을 대지 않고도 정보를 추출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로 한창 ‘진화’ 중이다. 또 각각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여러 생체인식 기술을 함께 사용하는 통합생체인식 시스템도 연구되고 있다. 온몸으로 나를 표현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세상이 나를 척척 알아보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