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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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인사? 내부 인물? 차기 검찰총장 누구냐

2월 말~3월 초까지 낙점해야 국회 청문회 … 사시 15~17회 인사 스크린 작업 중 소문 파다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5-02-17 11: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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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 인사? 내부 인물? 차기 검찰총장 누구냐

    2003년 3월28일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광수 검찰총장(사시 13회)은 주위로부터 ‘천운을 타고난 행복한 검사’라는 부러움과 질시를 동시에 받는다. 2003년 ‘검사와의 대화’ 사건을 빌미로 물러나야 했던 전임 김각영 총장(사시 12회) 덕에 예상보다 일찍 검찰 수장에 오를 수 있었고,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서 느껴야 할 정치적 부담에서도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임기 2년’이라는 활동 기간까지 보장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검찰의 묵은 숙제를 해결할 기회도 부여받았다.

    송 총장을 겪어본 정치권 인사 혹은 선ㆍ후배 검사들은 한결같이 ‘무서운 사람’이라는 평가를 한다. 그 같은 평가에 걸맞게 2003년과 2004년 그는 검찰의 최고 인력을 총동원해 대한민국의 정계 판도를 일순간에 바꾸는 힘을 발휘했다. 이른바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밖으로는 검찰을 정치권력에서 독립시키고’ ‘안으로는 기강을 가진 검찰상’을 구현해 50년 검찰 역사에서 국민의 신뢰를 가장 많이 받는 검찰상을 만든 것이다. 일선 검사들은 국민의 높은 기대에서 오는 자긍심과 참여정부 개혁의 상징으로까지 부각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의 기 싸움에서 검찰 조직을 지켜낸 송 총장을 존경심을 갖고 바라보기 시작했다(이는 동시에 검찰 개혁의 미비점으로 역공을 받는 부분이다).

    이러한 검찰이 최근 극도의 긴장감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까닭은 송 총장의 임기만료가 한 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 4월3일 신임 총장 취임식이 이뤄지려면 빠르면 2월 말, 늦어도 3월 초까지는 후임 총장을 정해야 3월 중에 있을 국회청문회 일정을 맞출 수 있다. 검찰총장 자리는 그 무게만큼이나 가장 정치적인 인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미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이정수 대검차장과 김종빈 서울고검장(이상 사시 15회), 서영제 대전고검장·임래현 광주고검장(이상 16회), 안대희 부산고검장·정상명 대구고검장(이상 17회) 등 사시 15~17회의 각 기수 2명씩 6명에 대해 스크린 작업에 들어갔고, 김승규 법무부 장관은 검찰 조직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15기 2명 가운데 한 명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지금까지 회자되는 네 가지 주요 기준으로 차기 총장의 방향을 예측해본다.

    #내부 인사냐 외부 인사냐



    이번 총장 인사의 최대 관심사는 ‘검찰 개혁’ 추진을 위해 그간 참여정부에서 반복됐던 ‘외부 인사’를 검찰에도 도입할지의 여부. 실제로 여권 내부에서는 줄기차게 ‘외부 인사 영입론’을 들고 나왔다.

    근래 검찰에 외부 인사가 영입된 사례는 김대중(DJ) 정권 말기 ‘검찰 스캔들’로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을 때 긴급 투입됐던 이명재 전 검찰총장(사시 12회)이 유일한 정도. 그러나 이 총장은 이미 고검장을 거친 인물이기 때문에 외부 인사라고 보기 어려웠다(검찰총장은 법조 경력 15년 이상 된 사람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검찰총장직에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것은 그 자체로 ‘대한민국 행정부에서 가장 똑똑하고 힘 있는 조직’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있는 검찰을 일거에 뒤흔들 수 있는 위력적인 카드다. 그러나 외부 인사가 검찰 조직을 장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또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같은 확실한 개혁카드가 없다는 점이 여권의 고민일 수밖에 없다.

    외부 인사? 내부 인물? 차기 검찰총장 누구냐
    외부에서 인물을 꼽는다면 정홍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사시 14회)과 김성호 부패방지위원회 사무처장(사시 16회)이 거론된다. 청와대는 김 사무처장이 5ㆍ6공 비리를 강도 높게 수사한 전력에 ‘검찰 개혁’ 의지까지 갖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공직부패수사처(이하 공수처) 처장 내정설과 공수처에 대한 기소권 부여 논란 때문인지 ‘검찰 비토설’이 나돌고 있다.

    물론 김 처장 본인은 검찰총장 자리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력 핵심부의 부산·경남 출신 인사들과 동향인 점이 무엇보다 강점이다. 김 처장은 “부방위는 부패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이 주요 업무이지만, 이것이 성공하려면 검찰과 부방위가 제휴 협력해야 한다”는 논리로 자신을 적임자로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내부 인사가 기용된다면 이는 청와대가 송 총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외부 인사가 기용된다면 송 총장의 2년 체제에 대한 부정의 표시가 되기 때문에, 검찰은 지금 절실하게 내부 승진을 바라고 있다.

    #15기냐 17기냐

    내부 인물의 가장 중요한 준거는 임용 기수가 될 수밖에 없다. 검찰 조직이 총장 이하 수직적인 위계구조를 생명으로 하는 만큼, 총장의 기수는 검찰 조직 변화의 중요한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검찰 내에서는 노 대통령과 ‘핫라인’을 갖고 있는 유일한 기수인 사시 17회의 총장 등극을 점치는 이가 많다. 특히 노 대통령 사시 동기 모임인 ‘8인회’ 소속 정상명 대구고검장과 이종백 서울지검장, 그리고 높은 국민적 지명도를 얻고 있는 안대희 부산고검장의 트로이카 체제가 검찰 권력의 핵심을 차지할 전망이지만, 최근엔 사시 17회 중용을 2년 뒤로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지나치게 젊은 기수가 검찰총장이 될 경우 일선 법원장에 비해 사법시험 기수가 낮다는 점, 옷을 벗어야 하는 선배 검사장급 인사(20명)가 많다는 우려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집권 중반기를 맞아 실용주의 기치를 내건 참여정부가 무리한 인사로 평지풍파를 일으키기보다 정권 말기인 2007년에 노 대통령 사법시험 동기를 검찰총장에 발탁하는 게 더 낫다는 해석도 덧붙여진다. 때문에 검찰의 시선은 무난하게 검찰을 이끌어온 15기와 16기 고검장급 인사들에게 쏠려 있다.

    # 출신 지역도 고려 대상?

    최근 들어 참여정부 인사 패턴이 지역 안배에 신경을 덜 쓰는 분위기다. 검찰 인사 역시 조직 장악력이나 국회 인사청문회 문제가 걸림돌이지, 지역은 주요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부산·경남이나 호남, 충청 지역이 골고루 정권의 지지기반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리라는 것. 그렇다고 해도 지역 균형 인사는 여전히 중요한 화두임이 틀림없다.

    과거 검찰의 주류를 형성해온 경기고 등 서울 출신들은 약간 옆길로 비켜서 있는 형국이다. 특히 경기고 출신인 정진규 법무연수원장(사시 15회)은 검찰 내부의 고른 지지에도 공안통으로 분류됐기 때문인지 큰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호남 출신으로는 김종빈 고검장과 임래현 광주고검장, 충청 출신으로는 이정수 대검차장, 서영제 대전고검장(사시 16회)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호남 출신은 김승규 법무장관과 출신 지역이 겹친다는 문제 때문에 다소 불리할 것이란 예상이 일반적이다. 반면 충청 출신의 경우 신행정수도 건설 무산에 따른 충청권 배려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다. 최근엔 대구 출신인 이강철씨가 대통령시민사회수석에 입성함으로써 같은 지역 출신인 김상희 법무부 차관이 정상명 대구고검장과 함께 거론된다. 부산·경남 출신은 정권 핵심부의 같은 지역 출신 인사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거론된다.

    #조직 장악력은

    권력의 부침을 경험한 퇴직 검사들은 “이때쯤 되면 정권 처지에서는 송 총장 같은 껄끄러운 상대보다는 조금 더 편한 인물을 찾고 싶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때문에 누가 가장 검찰 조직을 적절하게 조절해가면서 참여정부가 원하는 개혁 목표를 추진해갈 수 있는지가 관심거리다. 아무래도 ‘정권의 논리’에 충실하면서 ‘검찰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조직 장악력이 중요하기 때문.

    ‘안정형 총장’이 선택될 경우 15기 동기인 김종빈 서울고검장과 이정수 대검차장이 가장 먼저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검증된 인물인 만큼 필연적으로 개혁성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제기될 수밖에 없는 한계도 지니고 있다.

    출신 대학 문제도 심심치 않게 거론된다. 이번 총장은 서울대 법대 출신 가운데 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어느 때보다 고려대 출신 후보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사상 처음으로 성균관대 출신 검찰총장론도 화제가 되고 있다. 참여정부 초대 서울지검장으로 참여정부 실세들과 녹록지 않은 연을 과시했던 성균관대 출신 서영제 대전고검장의 중용설도 거론된다.

    “검찰의 고민이라면 여당 내부에 검찰 출신이 단 한 명도 없을 뿐만 아니라 청와대 수석급에도 없다는 점이다.”(검찰 A검사장)

    아직까지는 송 총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위안거리로 삼고 있지만, 검찰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위협 요소가 도처에 산재해 있다는 평가다. 이미 검찰의 자랑거리인 ‘대선자금 수사’ 성과가 하나 둘씩 법원에 의해 무너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까지도 검찰의 개혁 의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내비치고 있다. 때문에 언제라도 급작스럽게 ‘외부 인사론’이 불거질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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