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들이 이 질문에 대해 자문하는 동안 마틴 스코시즈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주연으로 내세워 ‘에비에이터’라는 제목의 휴즈 전기 영화를 만들었다. 원래 이 영화의 각본은 마이클 만 감독, 짐 캐리 주연의 기획으로 진행되다가 나중에 스코시즈에게 넘어간 것이다. 만의 버전이 나왔다면 스코시즈의 지금 버전과는 전혀 달랐을 것이나 지금으로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
‘에비에이터’는 휴즈의 삶 중 관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화려한 전성기를 떼어내 스크린 위에 투사하고 있다. 줄거리는 위에 언급한 것과 특별히 다르지 않다. 디카프리오가 몸을 빌려준 하워드 휴즈는 영화 내내 비행기와 영화를 만들고, 할리우드 스타들과 데이트를 하며,하루에도 수십 차례나 특제 비누로 손을 씻는다. 스코시즈는 이미 그의 전매 특허가 되어버린 현란한 테크닉으로 그의 일대기를 휘황찬란하게 치장한다. ‘에비에이터’는 근사한 시청각적 성찬이며 흥미로운 연기 견본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휴즈 역을 썩 잘 소화해내고 케이트 블란쳇의 캐서린 햅번 성대 모사는 기가 막힐 지경이다.
하지만 도대체 이 영화가 하려는 말은 뭔가. 아마 스코시즈는 그가 언제나 관심을 두었고 경배했던 전성기의 할리우드와 20세기라는 시대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마 그는 휴즈의 삶을 영화화하면서 그 근사한 삶을 대리 경험해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건 우린 그냥 ‘그랬을지도 모른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에비에이터’는 화려하지만 얄팍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궁금한 점. 이 영화의 원제는 ‘The Aviator’지만 우리나라 개봉 제목은 발음도 기억하기도 어려운 ‘에비에이터’다. 왜 ‘애비에이터’나 ‘에이비에이터’로 쓰지 않고 잘못된 표기를 고집하는 걸까? 궁금한 건 이런 제목들이 하나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베’니티 페어’, ‘아이 ‘엠’ 샘’…. 영화계에서만 표기법의 규칙이 날아가버린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