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서 공연되는 ‘발레랩’의 한 장면.
어릴 때 가장 많이 받은 선물이자 가장 좋아했던 것이 종합선물세트였던 것 같다. 다양한 종류 때문이기도 했고, 물리지 않을 정도의 양 때문이기도 했다. 적당한 양과 다양한 물건들이 가져다주는 기쁨은 한동안 나를 즐겁게 한 것 같다.
춤에도 이렇게 나에게 기다림과 설렘, 즐거움을 주는 것이 있다. 벌써 햇수로 7년이나 되었다. 10월2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SIDance-서울 인터내셔널 댄스 페스티벌’이 그것이다.
처음 이 페스티벌을 접했을 때 난 열심히 춤을 추고 있었고, 춤을 업으로 하고 있었다. 아직 춤에 대한 관심이 척박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스스로 사명감을 갖고 춤 일을 하고 있던 때였다. 그런데 현대 세계 무용계의 흐름을 주도하는 안무가들 작품이 공연되는 데다, 다양한 학술 행사까지 열리는 춤의 축제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다니.
난 순식간에 이 페스티벌의 마니아가 되었고, 이 기간에 열리는 워크숍에도 열심히 참가했다. 그래서였을까. 언젠가는 페스티벌 사무국으로부터 전화를 받기도 했다. 영어나 불어 등 외국어로 수업이 진행되고, 워크숍에 참가하는 무용수들이 조금 경직되어 있으니 워크숍에 꼭 참가해서 분위기 메이커를 해달라고…. 뜻밖의 부탁이었지만, 내게는 페스티벌의 사무국 사람들과 친해진 계기가 됐다.
올해로 이 페스티벌이 일곱 살이 되었다. 학교에 들어갈 나이, 또 다른 세상으로 한 발 내딛는 나이가 된 것이다. 그래서 ‘2004 SIDance’는 더욱 의미가 깊다.
프로그램도 더욱 풍성해졌다. 개막작은 첼로, 인도타악기, 파키스탄 보컬이 어우러진 라이브 연주와 몸의 황홀함이 만나는 영국 아크람 칸 무용단의 ‘대지, Ma’다. 현재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스위스 질 조뱅 무용단의 ‘뫼비우스의 띠’와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상케 하는 춤, 이스라엘 클리파 시어터의 ‘찢겨진 조망’, 그리고 발레와 랩이 만난 호주 발레 랩의 ‘증폭’ 등도 무대에 오른다. 신명나는 우리 것을 원한다면, 자주 접하기 어려운, 우리의 멋과 흥이 살아 있는 호남 여성 농악단의 공연을 추천한다.
10월의 찬바람이 우리 곁을 스치고 있다. 어려운 살림살이지만 그래도 삶에 대한 정열과 가슴 터질듯한 흥분과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조금은 색다른 경험을 원한다면, 이 매력적인 춤 종합 선물세트를 구경하라고 말하고 싶다.
문의 www.sidanc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