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일 우라늄 분리실험과 관련해 국제원자력기구의 현장조사가 이루어진 한국원자력연구소 정문 앞에 취재진이 몰렸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관계자들이 한국 과학자를 볼 때마다 “일본이 핵폭탄을 만드는 데는 36개월이 걸리고, 대만은 18개월이 필요하다는데, 한국은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며 웃으면서 던지는 농담이라고 한다. 일본은 52개의 원전을 갖고 있는 세계 3위의 원자력 대국이며, IAEA로부터 우라늄 농축은 물론이고 재처리를 해도 좋다고 허락받은 나라다. 이미 도카이무라(東海村)에 연구용 농축 시설을 갖고 있는 일본은 내년 5월쯤, 1985년부터 롯카쇼무라(六個所村)에 지어온 대단위 재처리시설 공사를 완공할 예정이다.
대만은 농축과 재처리 시설 없이 6기의 원전을 돌리고 있다(세계 14위). 원자력발전소의 수나 기술 수준으로 본다면 일본이 월등히 앞서 있는데, IAEA는 똑같이 개발에 착수하면 대만이 먼저 핵개발을 완료할 수 있다고 했다. 이유는 단 하나. 대만은 중국이라고 하는 강력한 핵무장 국가를 상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18기의 원전을 가동하는 세계 6위의 원전 대국이다. 또 북핵 위기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IAEA는 한국은 대만보다 원자력 기술이 앞서 있는데, 처한 안보 위기는 훨씬 더 심각하니 대만보다 훨씬 더 빨리 핵개발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이런 농담을 던진다고 한다.
지난 9월2일 한국원자력연구소가 이러한 궁금증에 대한 대답을 들려주었다. 2000년 1~2월경 원자력연구소가 0.2g의 농축 우라늄을 추출했다고 발표한 것. 2000년 한국이 참여한 국제 핵 협정에 의하면 이 정도의 추출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올해 2월19일 한국 국회는 이러한 추출마저도 금지한 IAEA 안전조치추가의정서를 비준했으니 이를 공표한다며 자진 신고한 것이다. 10%의 농축도로 추출한 0.2g의 농축 우라늄은 핵무기는커녕 핵연료로도 쓸 수 없다. 그러나 이를 추출하기 위해 레이저분리법을 사용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북한은 원심분리법으로 우라늄을 농축하나 한국은 그보다 훨씬 앞선 기술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더구나 한국은 가돌리늄이라는 중성자 흡수제를 만드는 데 쓰이는 기술을 원용해 농축 우라늄을 만들었으니 기술 수준이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겠다. ‘무궁화 꽃이 피었다가 금방 졌습니다.’ 이 사건은 한국이 국제 협약을 성실히 지키면서 동시에 힘도 갖고 있음을 과시한 일대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