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2

..

무면허 기관사 지하철 운행하나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4-09-09 18:0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무면허 기관사 지하철 운행하나

    특전사,부사관 등 군 인력의 무면허 운전이 문제가 되고 있는 지하철

    ‘무면허 기관사가 지하철을 운행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지만 9월13일부터 10월16일까지 서울 시내 지하철에서 실제 벌어질 일이다.

    철도청이 ‘국가 비상시’에 대체 투입할 기관사를 양성한다는 이유로 특전사와 일반 부사관 등 군 인력 64명에게 지하철의 운전대를 내주기로 했기 때문. 이번 ‘비상수송시 전동차 기관사 양성자원 승무 실습’에 참가한 실습생들은 철도청 인력개발원에서 15주간 이론·실습·시뮬레이터 등 기본교육을 받은 군 인력들로, 이론교육만을 이수한 채 7주 동안 실제 운전에 들어간다.

    이론교육을 마친 군 인력은 8월30일부터 2주 동안 지도기관사가 지켜보는 앞에서 승객이 없는 임시열차를 운행하고 있으며, 9월13일부터는 5주 동안 실제 승객이 탄 지하철을 직접 운행한다. 그 기간에 철도청이 운행하는 지하철 1·3·4호선 일부 구간을 이용하는 승객은 이들 군 인력에게 자신의 안전을 맡기게 되는 셈이다.

    이에 철도노조는 곧바로 “승객의 생명을 담보로 한 무리한 운행실습”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자동차면허처럼 면허 실습용 자동차가 따로 있어 교관이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그것도 단 15주 기본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 실제 운전대를 맡긴다는 것은 자칫 대형사고의 위험을 부를 수 있다”는 것. 더욱이 지하철 자살사건이 빈번한 현실에서, 또 어린 학생들이 많이 타는 지하철에서 만약 정지선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터널 안에 지하철이 설 경우 대책이 없다는 이야기다.



    철도청이 하필 내년 1월1일 민영화(공사화)를 목전에 두고 군 인력을 양성하려는 목적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철도청은 ‘국가 비상시’라고 실습의 목적을 밝히고 있지만 내부 인트라넷에는 분명 ‘파업 대비용’이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철도노조는 “철도공사 전환을 앞두고 일어나지도 않은 파업을 사측이 먼저 전제를 한다는 것은 노조를 적대시하고 대화보다 싸움을 하자는 이야기가 아닌가”라고 반문한다.

    문제는 이렇게 양성된 군 인력이 과연 기관사 자격이 있느냐는 점이다. 현행 철도청 기관사의 자격은 부기관사 경력 2년 이상에 11주의 이론실습을 거쳐 200시간(2개월) 이상의 실무견습을 하도록 되어 있다. 또 서울지하철은 신규 공채의 경우 52주의 교육기간에 실무견습 거리를 3000km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군 인력은 기본교육 기간이 15주뿐인 데다 실무견습 기간도 실질적으로 4주간(총 8주 중 2주간은 임시열차 운행, 1주간은 시험기간)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철도청 관계자는 “군 인력 운전실습은 파업 대비용이 아닐 뿐더러 시뮬레이션 훈련 등을 했기 때문에 실제 운전에 전혀 지장이 없고, 지도기관사가 함께 탑승하므로 승객의 안전에도 문제가 있을 수 없다”며 “자신들도 실제 운전실습을 통해 면허증을 딴 기관사들이 이렇게 반발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Notebook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