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하귀 흑 ▲ 가 일찌감치 무너지자 이 죽음을 담보로 이세돌 9단은 좌상귀에서 복잡한 싸움을 걸었다. 흑1로 빠졌을 때가 이 판의 승부를 가름하는 대목이었다. 이 흑을 잡으려면 백은 A와 B에 잇고 들어가야 한다. 그러자면 C의 단점부터 보강해야 하는데, 일감으로 떠오르는 수가 백1로 응급처치를 하고 3에 잇는 수. 하지만 흑4에 먹여치고 12까지 뒤를 메우는 수가 있어 백은 A로 잇고 들어갈 수 없다. 흑B로 뒷공배를 메우면 보기 좋게 자충에 걸려드는 것이다.
다들 백이 걸려들었다고 단정할 무렵 장고하던 이창호 9단이 느리게 손을 뻗어 백2, 빈삼각을 둔다. 바둑에서 우형(愚形)이라고 금기시하는 이 수가 ‘콜럼버스 달걀 깨기’와 같은 묘수로 의 자충을 일거에 해결하고 있다. 흑3으로 살았으나 백4로 뚫렸다. 이 여파로 백12까지, 상변과 좌변 흑 ■ 가 졸지에 양곤마로 전락하고 말았다. 182수 끝, 백 불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