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디 파워사의 수석 재무담당 이사 톰 도넬리(오른쪽)가 현대자동차 미국 현지 법인 인사 총무 담당 부사장 키스 덕워드에게 상패를 수여하고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 뉴스’ 인터넷판은 4월29일 미국의 권위 있는 시장조사 기관인 제이디 파워(J. D. Power)의 2004년 상반기 신차 품질조사(IQS) 결과를 톱뉴스로 보도하면서 ‘사람이 개를 물었다’고 표현했다. ‘개가 사람을 문 것은 흔한 일이지만 사람이 개를 문 것은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에 뉴스 가치가 있다’는 기자 사회의 금언을 생각나게 하는 제목이다.
‘오토모티브 뉴스’가 이렇게 표현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가 IQS에서 도요타 벤츠 BMW 등 최고 품질의 유명 브랜드를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003년 11~12월 신차를 구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 2004년 상반기 IQS 결과 102점을 얻어 세계 최고의 품질로 통하는 도요타(9위·104점), 벤츠(10위·106점), 아우디(11위·109점), BMW(11위·109점) 등을 제치고 37개사 가운데 7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23위에서 무려 16단계나 수직 상승한 셈이다.
물론 이번 조사 결과 역시 렉서스가 87점으로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캐딜락 재규어 혼다 뷰익 머큐리 등이 이었다. 현대차를 앞선 브랜드는 렉서스 캐딜락 재규어 등 고급차의 대명사를 제외하곤 혼다 뷰익 머큐리 정도에 그친다는 얘기다. 그동안 평균을 밑돌던 현대차의 수직 상승은 그야말로 눈부실 정도다. 기아자동차(이하 기아차)가 아직도 37개사 가운데 31위를 차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물론 기아차는 IQS에 불리한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이 주력 수출 차종이긴 하지만….
모든 브랜드를 종합한 회사별 평가에서는 현대차가 102점으로 렉서스 브랜드를 보유한 도요타(101점)에 이어 혼다와 공동 2위를 차지해 본고장의 빅3(GM·포드·다임러크라이슬러)를 제쳤다. 또 차급별 평가에서도 쏘나타가 중형차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해 국내 브랜드로서는 처음으로 위너상을 수상했다. 소형 SUV 부문과 소형차 부문에서도 각각 싼타페와 엑센트가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40만대 판매 우연 아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는 내년 상반기 생산에 들어가는 앨라배마 공장의 안정적 가동 및 2010년 미국 현지 100만대 판매 목표 달성, 그리고 글로벌 톱 5 진입에 청신호가 돼줄 것”이라면서 “지난해 미국에서 처음으로 40만대 판매 돌파를 이뤄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고 자랑했다. IQS 결과가 보여주듯 품질 향상을 통한 브랜드 이미지 상승이 뒷받침됐다는 얘기다.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도 이번 IQS 결과 발표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그동안 회사 전체의 사활을 걸고 매달린 IQS 지수 향상 노력이 이번에 결실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쨌든 ‘싸구려 차’라는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던 한국 차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개선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높이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IQS의 수직 상승은 이제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IQS는 신차 구입 뒤 3개월을 사용한 고객들이 조사 대상이기 때문에 차의 내구성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따라서 전반적인 성능이나 내구성이 일본 차와 비교할 만큼 좋아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IQS 결과는 근로자들이 생산라인에서 완성차를 조립할 때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았느냐에 따라 주로 결정된다”면서 “현대차가 과거와 같은 대형 노사분규가 없는 것도 IQS 수직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IQS는 신차 구입 뒤 3개월이 지난 차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초기품질 만족도를 100대당 불만 건수로 지수화한 것으로, 점수가 낮을수록 높은 품질만족도를 나타낸다. 주요 조사 항목은 엔진, 변속기, 승차감, 스타일, 편의성, 디자인 등의 135개 세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IQS 결과는 미국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의사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 회사는 각 부문에서 1등을 한 자동차 업체로부터는 광고를 받지 않을 정도로 조사의 객관성 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