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씨가 3월7일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 내정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황 전 사장의 우리금융 회장 내정은 황 내정자의 개인적인 희망과 우리금융지주의 숙원이 맞아떨어진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황 내정자는 기자회견에서 “‘금융 통합’이 최근의 추세여서 그런 쪽에서 일을 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국제금융을 전공하고 은행 보험 투신 증권 등을 두루 거친 그로서는 욕심을 내볼 만한 자리였다는 얘기다.
여기에 우리금융의 숙원 가운데 하나가 증권 투신 부문을 키우는 것이다. 현재 우리금융이 보유하고 있는 우리증권과 우리투신은 각각의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이 낮다. 황 내정자도 이 때문에 “증권 자산운용 보험 등 비(非)은행 부문의 강화를 위해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이 필요하다”면서 공격 경영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LG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및 대한투자증권 등의 인수를 둘러싸고 국민은행 등 대형 은행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삼성에서는 “황 내정자가 삼성에서 자신의 역할이 끝났다고 봤기 때문에 우리금융 회장 쪽으로 방향을 튼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삼성의 한 임원은 “삼성 안에서도 그가 우리금융 회장으로 간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그러나 언론 등에서 ‘포스트 이학수’로 부각되는 데 대해 굉장한 부담을 느끼고 있었고 나름대로 견제를 받았기 때문에 삼성을 떠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쨌든 분명한 것은 본인으로서는 좋은 기회를 얻은 반면, 삼성으로서는 아까운 인재를 놓친 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