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뷔페를 이용하면 콩고기 등 다양한 채식요리를 맛볼 수 있다.
의전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것 가운데 하나가 만찬을 기획하는 것이다. 우선 자리 하나 하나마다 서열을 정해 배치해야 하는 자리 배치가 가장 중요하다. 헤드테이블과 일반 테이블에 앉을 사람을 정해야 하고, 같은 테이블에서도 그 자리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참석하는 사람들의 서열을 전부 매겨야 한다.
공무원만 참석하는 게 아니고 군인, 기업가, 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면 서열을 정하는 것은 아주 복잡한 문제가 된다. 참석자 가운데 자신의 자리에 항의하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 문제가 생기면 담당자는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당하기도 한다.
만찬의 메뉴도 신경 써야 한다. 참석자의 종교와 사상에 따라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고 각 나라의 종교, 문화, 관습에 따라 식사예절이 다르며,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즐겨 먹는 음식이 다른 법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사전에 조사하고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만약에 인도네시아 대사가 오는 자리에 돼지고기 요리를 내면 정말 문제가 심각해진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각 종교나 문화에 따라 금기하는 음식의 대부분이 동물성이라는 점이다.
외국인 중에는 채식주의자(베지테리언)가 상당히 많다. 역사적으로도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베지테리언이었다고 한다. 채식주의자에도 과일류만 먹는 사람부터 유제품, 달걀 등 동물성 단백질을 일절 먹지 않는 사람, 우유와 치즈는 먹는 사람, 유제품과 달걀까지 먹는 사람 등 종류가 많다. 또 엄밀한 의미의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해산물은 먹고 고기는 먹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육식을 즐기는 사람들은 채식요리를 금욕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채식만으로도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고, 다양한 맛의 요리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고기가 없으면 왠지 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콩을 원료로 해서 만든 햄버거 속은 고기처럼 씹는 맛도 있다. 요리를 할 수 있는 재료의 범위가 넓어지면 그 맛은 자칫 평범해질 수 있다. 반면 재료에 제약이 많아지면 오히려 요리 방법이 다양해지고, 맛이 깊어질 수 있다. 결국 많은 제약 속에서 창조적으로 훌륭한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한식은 채소를 주재료로 하기 때문에 채식주의와 통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막상 한식집에 가보면 채식주의자가 먹을 만한 음식이 별로 없는 경우가 많다. 거의 모든 음식에 고기가 들어가 있어 나물요리와 두부, 밥 정도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동에서 채식주의자 손님을 모시고 가기 좋은 곳을 생각해보았다.
맛깔스러운 나물요리가 푸짐하게 나오는 ‘풀향기’ 정식.‘시골생활 건강식당’의 다양한 메뉴들. 묵과 곡식으로 만든 ‘SM 채식뷔페’의 채식햄(왼쪽부터) .
‘디미방’(02-720-2417)은 약초 요리점으로 유명하다. 토종약초의 권위자 최진규씨가 직접 경영하는 곳으로 몸을 정화시켜주는 약초를 이용한 음식을 주로 하는 음식점이다. 간장도 함초라는 약초로 만들어서 심심하니 좋고, 음식 맛이 전체적으로 쌉쌀하다. 2만원 하는 정식이 먹을 게 다양하면서도 부담 없이 먹기 좋다. 그리고 약간의 해산물이 나오기 때문에 채식주의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좋다. 다음날 아침 화장실 가서 느끼게 되는 편안함으로 채식의 가치를 알 수 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요즘 유행하는 웰빙(well-being) 라이프 스타일 정신에 부합되는 음식이 채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