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이 발표한 연료전지차. 운전대를 좌우로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미래형 디자인이 돋보인다.
누가 차세대 자동차 연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인가를 놓고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GM의 R&D 담당 부사장 래리 번즈는 “완전 무공해 연료인 연료전지가 가솔린과 전기를 동시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카(hybrid car)를 무용지물로 만들 것”이라 주장하고 나섰다. 이는 연료전지 자동차(이하 연료전지차)가 보편화된 이후에도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존재할 것이란 도요타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이다. GM은 10월10일 세계 각국 기자단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도쿄 모터쇼에서 10년 후 연료전지차를 상용화하겠다는 낙관적 전망까지 내놓았다.
자원고갈과 환경오염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것이 바로 연료전지차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해 자동차를 움직인다. 특히 연료전지는 배기가스로 수증기만을 내뿜기 때문에 환경오염을 줄일 차세대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어 모든 자동차회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연료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연료전지차와 기존 가솔린 자동차의 중간 단계에 위치한 일종의 ‘잡종차’로, 일반 차량에 비해 배기가스의 양을 현저하게 줄인 친환경 자동차다. 내연 엔진과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엔진을 동시에 장착하거나 차체의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여 일반 차량보다 연비를 줄였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모델이 도요타의 ‘프리우스’다. 도요타는 대량 생산차 조립라인을 공유함으로써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생산비를 절감하고 있다. 결국 자동차 연료 전쟁이 연료전지차의 일방적 승리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연료전지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공존체제를 이끌어낼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GM 10년 후 상용화 낙관적 전망
연료전지차가 10년 후 과연 세계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할 것인지를 놓고 현재 의견이 분분하다. 인프라도 부족할 뿐 아니라 안전기준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는 등 10년 동안 뛰어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가격 문제는 연료전지차 상용화 여부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GM은 현재까지 연료전지 개발에 10억 달러 정도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기술개발 및 생산, 사회 기반시설 투자비용 때문에 높게 책정된 가격은 연료전지차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연료전지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주도권 다툼도 결국 ‘가격 싸움’으로 귀착될 가능성이 크다.
연료전지차의 생산비용 절감을 위해 GM과 도요타는 미국 내 석유 생산업체와 함께 ‘가솔린 개질식’ 수소추출법을 구상하고 있다. 석유자원에서 수소를 추출해냄으로써 기존의 가솔린 주유소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려는 전략이다. 10월10일 도쿄 모터쇼에서 석유 생산업체 ‘쉘’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차세대 수소에너지 개발에 대한 비전을 밝히기도 했다. 가솔린 개질식 수소추출법의 경우 특히 사회 기반시설에 변화를 주지 않고도 가솔린 차량과의 혼합교통 체제를 유지할 수 있어 별도의 투자가 필요치 않다. 뿐만 아니라 석유 생산업체들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반해 다임러 크라이슬러는 메탄올에서 수소를 뽑아내는 방법을 택했다. 이 방법이 연료 보급과 항속거리 확보 면에서 유리하며 석유자원 고갈에 대응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이라는 게 크라이슬러의 주장이다. 연료전지차 생산을 놓고 벌어지는 ‘수소추출법’ 경쟁은 연료전지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 간의 경쟁만큼이나 뜨겁다.
GM에서 1997년부터 연료전지 개발을 담당해온 J. 바이런 맥코믹 전무는 “연료전지차의 보급이 처음엔 더디겠지만 2010년 즈음엔 소비자들의 흥미를 끄는 제품으로 자리잡을 것”이라 전망했다. 다만 각국 정부가 연료전지차에 유리한 세금정책과 친환경정책을 펼치느냐, 또 얼마나 연료 저장 용량을 늘리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느냐에 따라 연료전지차의 상용화 시기가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