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불교학도 김나미씨는 숨어 사는 도인(道人)을 찾아 길을 떠났다. 자신을 이끌어줄 만한 스승을 만나고 싶었던 것이다. 그의 스승은 학교 안에 없었다. 절에도 없었고 지리산, 계룡산 속에도 없었다. 진정한 도인을 만나 그의 가르침을 받고 자신도 도인처럼 살고 싶었다. 오직 그런 욕구로 전국을 바람처럼 떠돌아다녔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 가라 하네’는 그가 길 떠난 뒤 만난 도인들에 대한 취재기다. 이 책에는 그가 만난 20여명의 도인 가운데 다섯 명이 소개돼 있다.
도를 찾아 밖으로 도는 그에게 소백산에서 만난 어느 도인은 “밖으로 향해 있는 안테나를 끄세요. 자신 안에 있는 세계, 그 작은 우주를 바로 보세요”라고 조언한다. 도를 밖에서 찾지 말고 자신 안에서 찾으라는 말이다. 그가 만난 도인들은 바로 그것을 실천하는 이들이었다.
그가 찾은 도인들은 신선이나 기인, 혹은 도사의 모습이 아니다. 대부분 대자연 속에 파묻혀 자연과 하나 된 삶을 살고 있었고, 주어진 환경 안에서 주변과 나누며 사는 ‘따사로운 인간미’의 소유자들이었다.
그들이 하는 말은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세상을 다 버려라” 두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그들은 과거나 미래에 대해서는 한 치의 관심도 없이 오직 ‘지금 이곳’에서 ‘이 찰나’를 사는 데 열중했다. 세상 것에 연연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나누며 살고, 몸과 마음 속에서 욕망을 지우고 조용히 자기 목소리로 노래 부를 줄 아는 이들이었다.
다섯 사람 가운데 그에게 가장 강한 인상을 심어준 이는 무위(無爲)도인이다. 1960~70년대에 청계천에서 셔츠 공장을 운영해 큰돈을 벌었지만 그는 인생의 절정기였던 그때 모든 재산을 정리하고 산속으로 들어가 20년 넘게 숨어 산, 평범한 초로의 노인이다. 성공으로 얻은 부를 대부분 고아원에 기부하고 자신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다 쓰러져가는 한옥집에서 소박하게 살아간다. 그는 “어머님이 살아 계셨다면 하실 일을 대신 하고 있다”며 철저히 자신의 선행을 숨기며 살았다.
요가도인은 도시에서 만난 도인이다. 교수직도 마다하고, 요가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30여년 전부터 정통 요가 하나에만 매진해온 이로, 현재 한국요가연수원 원장으로 있다. 산속에 몸을 숨기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존재가 알려질까 조심하는 그는 호흡과 명상의 중요성을 몸으로 보여준다. “아픈 사람은 나쁜 사람입니다. 욕심이 병을 만드니까요. 그래서 몸도 아프고 마음도 아프고”라는 그의 말은 몸과 마음이 병든 도시 사람들에게 따끔한 일침으로 다가온다.
다정도인은 한때 해인사 스님이었고,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티베트를 다녀왔다. 지금은 강원도 홍천강가에서 살며 물고기처럼 잠잘 때도 눈을 뜨고 항상 깨어 있고 싶어 ‘황금 물고기’를 화두로 삼아 살아가는 도인이다. 그는 “미리 죽어버려라. 그러면 모두 덤으로 사는 것 아닌가. 우선 작은 것부터 놓아버려라”라고 충고한다.
산풍도인은 학창시절 데모를 주동했고, 1980년대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폐병을 얻어 나왔다. 1982년 죽으러 산속으로 들어갔다가 산과 자연의 힘으로 다시 태어난 이다. 이후 그는 자연과 하나 된 삶을 살면서 침으로 동네 노인들의 건강을 돌보며 20년 넘게 바깥 세상과 단절하며 살고 있다. “온 세상을 다 줘도 산하고 안 바꿉니다. 산은 나로 하여금 매일 새롭게 태어나게 합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숨쉬는 이 순간을 행복하게 사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연도인은 태백산 깊숙이 들어가 주변 산에 수많은 종류의 나무를 직접 심고 가꾸며 사는 이다. 생활 속에서 지혜로 전환돼 나온 그의 해박한 지식에 저자는 감탄을 연발했다. 나무를 통해 얻은 우주의 섭리, 중도의 묘미로 만사를 꿰뚫는 도인이다.
도인을 찾아나서던 당시 저자는 도인이 타고나는 것인지, 아니면 도를 닦아서 되는 것인지 알고 싶었다. 수많은 도인들을 만난 뒤 그가 내린 결론은 타고난 도인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인이 되려면 단 한 번이라도 몸과 마음이 산산조각 나야 한다는 ‘진리’를 깨달았다고 한다. 상처받은 조개가 진주를 만들 듯…. 도인들은 아주 작은 것이라도 남과 나누는 이들이었다. 그래서 도인은 곧 미인(美人)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이 책의 제목은 고려시대의 선승 나옹선사의 시에서 따왔다).
김나미 지음/ 황금가지 펴냄/ 303쪽/ 1만3000원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 가라 하네’는 그가 길 떠난 뒤 만난 도인들에 대한 취재기다. 이 책에는 그가 만난 20여명의 도인 가운데 다섯 명이 소개돼 있다.
도를 찾아 밖으로 도는 그에게 소백산에서 만난 어느 도인은 “밖으로 향해 있는 안테나를 끄세요. 자신 안에 있는 세계, 그 작은 우주를 바로 보세요”라고 조언한다. 도를 밖에서 찾지 말고 자신 안에서 찾으라는 말이다. 그가 만난 도인들은 바로 그것을 실천하는 이들이었다.
그가 찾은 도인들은 신선이나 기인, 혹은 도사의 모습이 아니다. 대부분 대자연 속에 파묻혀 자연과 하나 된 삶을 살고 있었고, 주어진 환경 안에서 주변과 나누며 사는 ‘따사로운 인간미’의 소유자들이었다.
그들이 하는 말은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세상을 다 버려라” 두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그들은 과거나 미래에 대해서는 한 치의 관심도 없이 오직 ‘지금 이곳’에서 ‘이 찰나’를 사는 데 열중했다. 세상 것에 연연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나누며 살고, 몸과 마음 속에서 욕망을 지우고 조용히 자기 목소리로 노래 부를 줄 아는 이들이었다.
다섯 사람 가운데 그에게 가장 강한 인상을 심어준 이는 무위(無爲)도인이다. 1960~70년대에 청계천에서 셔츠 공장을 운영해 큰돈을 벌었지만 그는 인생의 절정기였던 그때 모든 재산을 정리하고 산속으로 들어가 20년 넘게 숨어 산, 평범한 초로의 노인이다. 성공으로 얻은 부를 대부분 고아원에 기부하고 자신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다 쓰러져가는 한옥집에서 소박하게 살아간다. 그는 “어머님이 살아 계셨다면 하실 일을 대신 하고 있다”며 철저히 자신의 선행을 숨기며 살았다.
요가도인은 도시에서 만난 도인이다. 교수직도 마다하고, 요가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30여년 전부터 정통 요가 하나에만 매진해온 이로, 현재 한국요가연수원 원장으로 있다. 산속에 몸을 숨기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존재가 알려질까 조심하는 그는 호흡과 명상의 중요성을 몸으로 보여준다. “아픈 사람은 나쁜 사람입니다. 욕심이 병을 만드니까요. 그래서 몸도 아프고 마음도 아프고”라는 그의 말은 몸과 마음이 병든 도시 사람들에게 따끔한 일침으로 다가온다.
다정도인은 한때 해인사 스님이었고,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티베트를 다녀왔다. 지금은 강원도 홍천강가에서 살며 물고기처럼 잠잘 때도 눈을 뜨고 항상 깨어 있고 싶어 ‘황금 물고기’를 화두로 삼아 살아가는 도인이다. 그는 “미리 죽어버려라. 그러면 모두 덤으로 사는 것 아닌가. 우선 작은 것부터 놓아버려라”라고 충고한다.
산풍도인은 학창시절 데모를 주동했고, 1980년대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폐병을 얻어 나왔다. 1982년 죽으러 산속으로 들어갔다가 산과 자연의 힘으로 다시 태어난 이다. 이후 그는 자연과 하나 된 삶을 살면서 침으로 동네 노인들의 건강을 돌보며 20년 넘게 바깥 세상과 단절하며 살고 있다. “온 세상을 다 줘도 산하고 안 바꿉니다. 산은 나로 하여금 매일 새롭게 태어나게 합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숨쉬는 이 순간을 행복하게 사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연도인은 태백산 깊숙이 들어가 주변 산에 수많은 종류의 나무를 직접 심고 가꾸며 사는 이다. 생활 속에서 지혜로 전환돼 나온 그의 해박한 지식에 저자는 감탄을 연발했다. 나무를 통해 얻은 우주의 섭리, 중도의 묘미로 만사를 꿰뚫는 도인이다.
도인을 찾아나서던 당시 저자는 도인이 타고나는 것인지, 아니면 도를 닦아서 되는 것인지 알고 싶었다. 수많은 도인들을 만난 뒤 그가 내린 결론은 타고난 도인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인이 되려면 단 한 번이라도 몸과 마음이 산산조각 나야 한다는 ‘진리’를 깨달았다고 한다. 상처받은 조개가 진주를 만들 듯…. 도인들은 아주 작은 것이라도 남과 나누는 이들이었다. 그래서 도인은 곧 미인(美人)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이 책의 제목은 고려시대의 선승 나옹선사의 시에서 따왔다).
김나미 지음/ 황금가지 펴냄/ 303쪽/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