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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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명! 요르단 왕실 옷깃까지 보호하라

1년간 국왕 경호 민간업체 NKTS … 실력·책임감·정신력 세계 최고 수준 입증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3-10-15 15: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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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명! 요르단 왕실 옷깃까지 보호하라

    특전사 707대대 출신의 보디가드 한선희씨는 남성들도 간단히 제압할 수 있는 실력자다(오른쪽).

    ”국왕 폐하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바칠 각오가 돼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건장한 젊은이들이 요르단 국왕에게 충성을 맹세해 화제다. 그러나 기간은 단 1년뿐. 내년 10월이면 이들은 다시 ‘충성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으로 돌아온다. 10월 중순 요르단으로 파견될 ㈜NKTS(New Korea Total Service·대표 최금석) 보디가드들의 이야기다.

    민간 경호업체 NKTS는 요르단 왕실과 경호 계약을 맺고 1년간 정예요원들을 파견한다. 국내 경호업체가 외국 국왕의 경호를 담당하게 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특히 대상국이 테러와 전쟁 위협이 끊이지 않는 중동의 요르단이라는 점에서 이번 계약 체결은 한국의 경호 실력을 세계에 알리게 된 계기라는 평을 듣고 있다.

    특수부대 출신 기량 갖춘 ‘인간 병기’

    1진으로 요르단을 향해 떠나는 NKTS의 보디가드는 이원재(33) 이재용(31) 최재영(27·이상 남) 한선희(24) 전진희씨(23·이상 여) 등 5명. 이들을 만나기 위해 10월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무술 연습장을 찾았다. “보안상 출국일을 알려줄 수 없지만 며칠 남지 않았다”고 밝힌 이들은 매트 위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무예기술을 점검하고 있었다. 남성 요원들은 압발라 후세인 국왕을, 여성들은 라니아 왕비를 근접 경호할 예정이기 때문에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특명! 요르단 왕실 옷깃까지 보호하라

    NKTS 보디가드들이 경호할 요르단의 압발라 후세인 국왕과 라니아 왕비(왼쪽부터).

    그러나 이들은 이미 요르단으로부터 경호실장급 대우를 약속받았을 만큼 실력이 검증된 보디가드들. NKTS가 수주 경력과 유명세 면에서 월등히 앞선 영국의 경호업체 등 경쟁사를 제치고 계약을 성사시킨 데는 ‘인간 병기’라고 불릴 만한 이들의 경호 능력이 큰 몫을 했다.

    요르단 왕실 경호팀장을 맡은 이원재 이사는 합기도 4단, 국술 4단, 태권도 2단의 실력자. 멕시코, 미국 등에서 합기도 사범으로 활동했던 그의 손기술은 ‘대적할 자가 없다’는 평을 들을 만큼 최고 수준이다. 태권도, 합기도가 각각 4단인 이재용씨도 ‘특전사 중의 특전사’라는 707대대 소속 당시 캄보디아 특수부대원들을 훈련시켰던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여자 요원인 한선희씨 역시 707대대 하사관 출신. 남자 요원 가운데 막내인 최재영씨는 해병대 태권도 대표를 지냈다.

    이에 대해 NKTS의 배기광 이사는 “외국 보디가드들은 우리보다 체격조건이나 경력, 유명세 면에서 앞선다. 하지만 특수부대를 거치며 단련된 한국 보디가드들의 기량을 따라오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우리 특수부대원들은 미국 특수부대인 SEAL이나 델타포스 요원을 압도할 만한 개인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느냐. 회사에서 개개인의 프로필과 훈련 모습 등을 비디오 테이프에 담아 요르단 왕실에 보내는 등 ‘실력’을 강조한 전략이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명! 요르단 왕실 옷깃까지 보호하라

    요르단에 파견되는 NKTS 보디가드 한선희, 이재용, 이원재, 전진희, 최재영씨(왼쪽부터).

    경호원의 필수조건인 정신무장과 책임감 면에서도 한국인 보디가드들은 외국인 보디가드보다 뛰어나다는 것이 이이사의 설명. 그는 “경호원에게 무술 실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위험이 닥치기 전 막아낼 수 있는 순발력과 판단능력, 그리고 최후의 순간 의뢰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몸을 내던질 수 있는 책임감”이라며 “군대에서 단련된 한국인 보디가드들의 책임감은 ‘직업’ 경호원들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무기 사용이 금지돼 있는 국내 현실상 가스총과 전기충격기만을 이용해 경호를 해온 이들이 실전에서 총기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이들은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자신했다. “대부분 특등사수로 활약했던 만큼 적응훈련 기간만 거치면 어느 총기를 사용하든지 최고의 실력을 보일 것”이라는 게 배이사의 설명이다.

    또 하나 이들이 요르단 왕실 경호를 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랍인들의 한국인에 대한 ‘선망’도 한몫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인 사범들에게 태권도를 배운 중동 국가의 왕자와 고위 공무원들에게 한국은 ‘스승의 나라’ ‘신비로운 무예의 나라’로 인식돼 있다는 것. 이에 대해 해외에서 오랫동안 무술사범으로 일했던 이이사는 “아랍인들은 스승을 부모보다 더 존경한다”며 “태권도를 통해 한국을 배운 중동 고위층 인사들의 정서가 한국인 경호원을 받아들인 배경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명! 요르단 왕실 옷깃까지 보호하라

    태권도, 합기도 기술이 뛰어난 이재용씨가 발차기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그래서 요르단으로 향하는 보디가드들은 자신들이 ‘민간 외교사절’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다지고 있다. 무술 단련과 더불어 현지 문화를 이해하는 데 크게 신경을 쓰고 있는 것도 이 때문. 요르단 파견이 결정된 후부터 5명의 요원들은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1~2시까지 빡빡하게 일정을 짜놓고 소양교육을 받고 있다. 현지 경호원들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미국인 교사한테서 영어를 배우고, 현지 교포를 초빙해 이슬람식 예배와 식습관 등을 익힌다.

    최재영씨는 ‘앗 쌀라무 알라이쿰(안녕하십니까)’ ‘타샤르 라프나(만나서 반갑습니다)’ 등 이슬람어 인사를 해 보이며 “현지인들 속에 동화돼 팀워크를 구축하려면 의사소통이 우선일 것 같아 열심히 회화를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씨도 “한국인을 처음 알게 되는 이들에게 능력 있고 예의 바른 친구라는 인상을 심어주고 싶다”며 “어떻게 하면 되도록 튀지 않고 잘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를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여성의 사회활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중동 국가에 처음으로 진출하는 여자 경호원들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특히 요르단은 이들에게 왕비 경호뿐 아니라 현지 경호요원 교육까지 부탁한 상태. 요르단 왕실은 여자 경호원 후보생 30명을 뽑아놓고 한국인 ‘교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한선희씨는 “중동에서 여성의 지위가 매우 낮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나라에서는 여자 경호원 자체가 처음이기 때문에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여성에 대한 시선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며 “중동지역에서 여성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성실히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NKTS는 이들이 현지에 적응한 후 추가 인력을 요르단에 파견할 계획.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인근 국가들과도 왕실 경호원 파견을 협의중이다. 배이사는 “요르단은 아랍권에서 가장 선진적으로 유행을 주도하는 나라”라며 “이번에 가는 경호요원들이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경우 아랍권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인상이 좋아져 장기적으로는 우리 경호산업이 아랍권에 진출하는 교두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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