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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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문 효과’ 4개월 못 버텼다

지지율 폭락 6월 46.8% ‘역전 현상’ … YS·DJ에 비춰보면 ‘정권 말기적 상황’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입력2003-10-15 13: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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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니문 효과’ 4개월 못 버텼다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폭탄선언’의 배경에는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는 지지율도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노대통령의 재신임 선언 직전인 10월9일만 해도 ‘내일신문’은 1면을 통해 ‘노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16.5%에 불과하며, 노대통령을 찍은 것을 후회한다는 유권자가 39.7%에 달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물론 ‘잘하고 있다’와 ‘잘못하고 있다’(36.1%) 사이에 ‘그저 그렇다’는 답변이 44.2%나 되는 것을 볼 때 조사 결과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기는 어렵다. 그렇더라도 노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같은 시기 김영삼(YS) 전 대통령,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그것에 비해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낮은 것은 사실이다.

    “잇단 친인척·측근 비리 의혹 때마다 8%씩 하락”

    그렇다면 노대통령은 YS, DJ와 비교할 때 지지율(국정 수행능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국민들의 백분율) 변화에 있어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가. 또 그러한 특징은 정치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 & 리서치’가 1993년부터 매월 실시해온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분석해보자.

    취임 후 두 달여가 지난 올 4월, 노대통령의 지지율은 75.0%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시기 DJ(80.3%)보다는 낮지만 YS(70.0%)보다는 높은 수치다. 시작은 비슷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지지율는 일반적으로 취임 초기 매우 높게 나타난다. 이를 ‘허니문 효과’라 한다. 국민들이 새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리서치 & 리서치 노규형 사장은 “미국의 경우 허니문 효과로 인한 지지도 상승률은 15% 정도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보다 두 배 이상 높은 32%(YS, DJ, 노대통령 평균)에 달한다. 기본적으로 새 대통령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큰 때문이지만, 전임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이 그만큼 형편없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취임 초기 노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역시 젊은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더불어 아들 비리 의혹 등으로 인한 임기 말 DJ의 낮은 지지율에 힘입은 부분이 크다 하겠다.



    ‘허니문 효과’ 4개월 못 버텼다
    취임 석 달 후인 5월만 해도 노대통령의 지지율(70.9%)은 두 전직 대통령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그런데 6월 들어 46.8%로 ‘대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말실수’ 공방이 이어지고 이른바 ‘코드 정치’에 대한 세간의 비판이 비등한 까닭도 있었지만, 역시 가장 큰 요인은 친인척 및 측근의 비리의혹이었다. 노대통령의 ‘왼팔’로 불리는 안희정씨가 나라종금 로비의혹에 연루된 데다, 친형인 노건평씨의 재산 관련 의혹, 후원회장 출신인 이기명씨에 대한 노대통령의 ‘감싸기’ 등이 연일 신문 지상을 어지럽혔던 때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가상준 경희대 시민정치연구소 연구원은 “조사 결과 우리나라에서 대통령과 관련한 정치적 의옥(疑獄·대규모 정치적 수뢰 사건처럼 진상이 확실하지 않아 판결하기 어려운 형사사건)은 지지율을 평균 8% 가량 하락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미국, 영국 등의 경우 대통령 지지율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경제상황이다. 그러나 YS, DJ 두 전직 대통령의 사례를 살펴볼 때 우리나라에선 경제적 요소가 지지율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 우리 국민이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최대 덕목은 리더십과 도덕성”이라는 설명이다.

    ‘허니문 효과’ 4개월 못 버텼다

    노무현 대통령의 현 지지율은 같은 시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의 그것에 훨씬 못미친다.

    6월에 나타난 노대통령의 급작스런 지지도 하락 현상은 그래프 상에서 또 다른 중요성을 갖는다.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평가’, 즉 지지율보다 ‘부정적 평가’가 더 높게 나타나는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YS와 DJ도 이 같은 역전 현상을 경험했다. YS의 경우 1996년 11월 터져 나온 한보사태가 결정적이었다. DJ는 2000년 9월 불거져 나온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불법대출 압력 의혹이 하락 요인이 됐다. 다음달인 같은 해 10월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지지율도 일순 상승(47.7%→61.8%)하는 듯 보였지만 다시 동방금고 등 금융사건이 터지면서 결국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그러나 두 전직 대통령의 경우 이러한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은 각각 취임 후 3년9개월(YS)과 2년7개월(DJ)이 지난 다음이었다. 그런 면에서 노대통령이 취임 후 4개월 만에 ‘역전 현상’을 경험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핫이슈 창출 실패·여소야대 정국도 한몫

    6월 이후에도 노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 하락했다. 9월 말 현재 지지율은 37.5%. 이는 YS와 DJ의 지지율 변화에 비춰볼 때 ‘정권 말기적 상황’에 가깝다.

    ‘허니문 효과’ 4개월 못 버텼다
    그렇다면 노대통령은 왜 이렇게 빨리 처절할 정도의 지지도 하락을 경험하게 된 것일까. 노대통령도 여러 번 언급한 대로 허니문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했던 것이 결정적이었던 듯하다. YS의 경우 ‘최초의 문민정부’라는 점에서, DJ는 정권교체 성공 및 IMF 외환위기를 극복할 ‘구원투수’라는 점에서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기대를 모았다. 또 집권 초 긍정적 변화의 이미지에 걸맞은 획기적 조치와 이벤트들을 연일 쏟아냄으로써 국민들의 열망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노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극적 드라마에도 불구하고 ‘문민정부’ 또는 ‘경제 재건’에 버금가는 핫이슈를 찾아내는 데 실패했다. 이전 정권과의 차별성이 크지 않은 것도 한 요인이 됐다. 무엇보다 YS는 3당 합당, DJ는 ‘DJP 연합’을 통해 매우 안정적인 정국 구도 속에서 국정운영을 시작한 반면 노대통령은 여소야대라는 불리한 상황을 헤쳐나가야만 했다. 이로 인해 ‘야당 및 대통령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연합(coalition)해 대통령의 역할 및 결정에 정치적 공격을 가하는’ 사태가 그만큼 빨리 찾아왔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잦은 ‘말실수’와 ‘작은 이슈에 집착하는’ 정국 운영 스타일이 보태져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의 격차는 점점 커져만 갔다. 이것이야말로 노대통령이 재신임 선언이라는 건곤일척의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 이유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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