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환 전 대통령 지방자치비서관.
검찰과 포항지역 경제인들에 따르면 박 전 비서관은 휴가기간 중이던 7월 중순 무렵 포스코 용역비리를 수사하고 있던 대구지검 포항지청(지청장 김우경)을 방문, 포항지역 경제사정을 들어 수사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포항지역에서는 박 전 비서관이 내년 총선에서 포스코의 측면지원을 받기 위해 포스코측의 요청을 받고 총대를 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비서관은 내년 총선에서 포스코 직원 등이 집단 거주하는 포항 남구 지역에 출마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비서관은 이에 대해 “휴가기간 중 인사차 포항지청을 방문, 김우경 지청장에게 ‘검찰에서 수사를 빌미로 일부 기업의 장부를 압수해 가버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포항지역 기업들이 더 큰 곤란을 겪고 있다는 지역 여론이 있다’는 점을 전해주었을 뿐 별다른 뜻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한때 포스코에 근무한 적이 있고, 정치인으로서 지역경제를 생각하는 차원에서 한 행동일 뿐 포스코측의 요청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지청장도 “박 전 비서관이 ‘어려운 포항 경제사정도 고려해달라’고 말해 ‘검찰에서도 그 점을 충분히 고려해 수사에 임하고 있다’고 설명해주었다”면서 “박 전 비서관이 방문했어도 검찰수사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박 전 비서관의 행동이 부적절하다고 생각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내가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박 전 비서관의 행동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2월 김진표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상수 민주당 사무총장이 검찰의 SK그룹 분식회계 사건 수사의 속도 조절을 위해 김각영 당시 검찰총장을 만났을 때도 명분이 “어려운 경제를 생각해서…”였지만 검찰의 반발을 샀기 때문이다.
포항지청은 7월 초 용역 및 협력업체의 납품 계약 과정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포스코 포항제철소 부소장 김모씨를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하고 김씨 이외에 금품을 받은 포스코 임직원이 더 있는지를 밝히기 위해 10여개의 포스코 협력업체의 계약서류와 회계장부를 압수해 검토하는 등 수사를 확대했으나 더 이상의 소득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