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에 사는 회사원 Y씨는 4년 반 전 미국으로 이민 갔다가 최근 방학을 맞아 고국을 방문한 처조카들을 통해 서울의 대기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Y씨 집에 머물고 있던 조카들이 어느 날 서울 구경을 하고 와서 물었다.
“이모부, 오늘 서울에서 또 데모 있었나요?”
“아니, 없었는데…. 왜?”
“서울에서 눈이 따끔거려 혼났어요. 경찰이 최루탄을 엄청나게 쏜 줄 알았다니까요.”
Y씨는 조카들의 얘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조카들의 눈을 괴롭힌 것은 바로 서울의 오염된 대기이기 때문. Y씨는 그동안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막연하게나마 서울의 대기오염이 심각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인지는 몰랐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대기오염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주요 도시 가운데 최악의 수준이다. 특히 최근 자동차의 급증으로 서울의 미세먼지 오염도(㎍/㎥)는 71(2001년 기준)로, 런던(20) 파리(20) 동경(40, 2000년 기준) 뉴욕(28, 1997년 기준)에 비해 훨씬 높다. 주로 경유차에서 내뿜는 PM(입자상 물질)이 원인인 미세먼지는 허파 깊숙이 침투하는 등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정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때문일까. 최근 환경부가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수도권의 대기 질을 10년 이내에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제정을 추진해왔던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이하 수도권 특별법)에 담을 구체적인 내용을 최근 확정한 환경부는 이를 올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이에 앞서 7월2일에는 당정협의를 통해 이 법안을 연내에 제정키로 합의한 상태.
10년 내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
수도권 특별법의 내용은 크게 세 가지. △배출 오염물질의 총량 관리 △저공해 자동차 보급 및 구매 의무화 △운행중인 경유차량에 대한 매연후처리장치(DPF) 부착 의무화 등 운행 차량에 대한 관리 강화 등이 그것이다. 산업시설과 자동차에 대한 대기오염물질 배출 허용 기준을 강화하는 현행 방식으로는 자동차 등 오염원 자체의 증가로 인해 오염물질 총량이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아예 오염물질을 총량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법안대로라면 2007년 하반기부터 수도권 내에서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100여개의 ‘1종 사업장’은 배출할 수 있는 오염물질 총량을 할당받게 된다. 또 지역 배출 허용 총량 초과지역 내에서는 총량제 적용 대상 사업장의 신·증설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또 이르면 2006년부터는 출고된 지 5년이 넘은 수도권 지역 경유차 소유자는 PM을 줄이기 위해 DPF를 부착해야 한다.
그러나 수도권 특별법은 단지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수도권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 자체는 평가할 수 있지만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 수도권 특별법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 오세훈 의원은 “법 위반시 제재 방안이 미약하다는 점과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이 없다는 점이 수도권 특별법의 허점”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 특별법에 따르면 환경부 장관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시·도지사의 의견을 들어 10년마다 지방자치단체별 대기오염물질 배출 허용 총량의 할당 등을 규정한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또 시·도지사는 이 기본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시행계획을 수립해 환경부 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시·도지사가 시행계획을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제재 방안이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것. 애초 환경부는 시행계획 위반시 도시개발이나 택지개발을 제한하도록 하는 안을 만들었으나 관계부처 협의 과정에서 이 방안이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수도권 특별법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산하 카운티(county)가 시행계획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도로 건설비 등 개발 예산을 삭감한다.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이 빠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수도권의 대기 질을 개선하려면 10년간 7조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가령 정유회사만 해도 그렇다. 경유차 배기가스를 줄이는 데에는 저유황 경유가 필수적이지만 이를 위해선 수천억원의 투자비가 필요하다. SK㈜ 관계자는 “정부에서 투자비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정유회사 단독으로 감당하기 곤란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난해 환경부가 대기관리를 위해 투자한 예산은 환경부 전체 예산의 4.6% 수준인 650억원에 불과한 실정. 그나마도 천연가스 버스 보급 사업 예산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대기관리 예산은 환경부 전체 예산의 1% 수준이다. 결국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이 없는 한 수도권 특별법은 ‘절름발이’ 신세를 면키 힘들다는 얘기다.
물론 수도권 특별법이 수도권 대기오염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은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또 경제 부처의 합의를 이끌어낸 환경부의 노력도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국회 심의과정에서 미진한 정부안을 보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환경단체들의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모부, 오늘 서울에서 또 데모 있었나요?”
“아니, 없었는데…. 왜?”
“서울에서 눈이 따끔거려 혼났어요. 경찰이 최루탄을 엄청나게 쏜 줄 알았다니까요.”
Y씨는 조카들의 얘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조카들의 눈을 괴롭힌 것은 바로 서울의 오염된 대기이기 때문. Y씨는 그동안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막연하게나마 서울의 대기오염이 심각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인지는 몰랐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대기오염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주요 도시 가운데 최악의 수준이다. 특히 최근 자동차의 급증으로 서울의 미세먼지 오염도(㎍/㎥)는 71(2001년 기준)로, 런던(20) 파리(20) 동경(40, 2000년 기준) 뉴욕(28, 1997년 기준)에 비해 훨씬 높다. 주로 경유차에서 내뿜는 PM(입자상 물질)이 원인인 미세먼지는 허파 깊숙이 침투하는 등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정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때문일까. 최근 환경부가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수도권의 대기 질을 10년 이내에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제정을 추진해왔던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이하 수도권 특별법)에 담을 구체적인 내용을 최근 확정한 환경부는 이를 올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이에 앞서 7월2일에는 당정협의를 통해 이 법안을 연내에 제정키로 합의한 상태.
10년 내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
서울의 대기오염도는 선진국 주요 도시 가운데 최악의 수준이다.
법안대로라면 2007년 하반기부터 수도권 내에서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100여개의 ‘1종 사업장’은 배출할 수 있는 오염물질 총량을 할당받게 된다. 또 지역 배출 허용 총량 초과지역 내에서는 총량제 적용 대상 사업장의 신·증설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또 이르면 2006년부터는 출고된 지 5년이 넘은 수도권 지역 경유차 소유자는 PM을 줄이기 위해 DPF를 부착해야 한다.
그러나 수도권 특별법은 단지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수도권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 자체는 평가할 수 있지만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 수도권 특별법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 오세훈 의원은 “법 위반시 제재 방안이 미약하다는 점과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이 없다는 점이 수도권 특별법의 허점”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 특별법에 따르면 환경부 장관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시·도지사의 의견을 들어 10년마다 지방자치단체별 대기오염물질 배출 허용 총량의 할당 등을 규정한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또 시·도지사는 이 기본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시행계획을 수립해 환경부 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시·도지사가 시행계획을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제재 방안이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것. 애초 환경부는 시행계획 위반시 도시개발이나 택지개발을 제한하도록 하는 안을 만들었으나 관계부처 협의 과정에서 이 방안이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수도권 특별법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산하 카운티(county)가 시행계획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도로 건설비 등 개발 예산을 삭감한다.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이 빠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수도권의 대기 질을 개선하려면 10년간 7조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가령 정유회사만 해도 그렇다. 경유차 배기가스를 줄이는 데에는 저유황 경유가 필수적이지만 이를 위해선 수천억원의 투자비가 필요하다. SK㈜ 관계자는 “정부에서 투자비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정유회사 단독으로 감당하기 곤란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난해 환경부가 대기관리를 위해 투자한 예산은 환경부 전체 예산의 4.6% 수준인 650억원에 불과한 실정. 그나마도 천연가스 버스 보급 사업 예산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대기관리 예산은 환경부 전체 예산의 1% 수준이다. 결국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이 없는 한 수도권 특별법은 ‘절름발이’ 신세를 면키 힘들다는 얘기다.
물론 수도권 특별법이 수도권 대기오염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은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또 경제 부처의 합의를 이끌어낸 환경부의 노력도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국회 심의과정에서 미진한 정부안을 보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환경단체들의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