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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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美·反美보다 知美가 우선 순위”

  • 입력2003-07-18 13: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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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親美·反美보다  知美가 우선 순위”
    며칠 전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학 장석정 교수(경영학·사진)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최근 살림지식총서 8, 9번으로 나온 ‘미국 뒤집어보기’와 ‘미국문화지도’(살림출판사 펴냄)에 대한 저자의 소회를 밝힌 편지였다.

    “사실 요즘같이 반미감정이 고조된 상황에서는 이런 친미적인 글이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욕만 먹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누구에게 권하기도 꺼리게 되지만 나름대로 미국문화에 관한 다양하고 폭넓은 주제들을 평범한 일반인의 시각에서 쉽게 풀이해본 책입니다.”

    이 시점에서 미국에 대한 글을 쓰는 일이 쉽지 않았다는 뜻이 담겨 있다. 장교수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70년대 말 미국으로 건너가 20년간 미국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대 경영대 초빙교수로 잠시 한국에 머물기도 했다. 한국인이면서 동시에 미국의 한 부분을 이루며 두 문화를 오가는 그의 입장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한국의 맹목적인 영어 배우기 열풍이다. 그래서 그는 좋든 싫든 영어를 배워야 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문화적인 접근을 통해 영어를 익혀야 한다는 내용의 ‘한국인의 영어병 고치기’(2001년, 씨앗을 뿌리는 사람 펴냄)를 썼다.

    그 후 놀란 것은 한국사회에 팽배한 반미 정서였다. 물론 장교수는 미국의 책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미국은 자신들의 방법만이 유일하다거나 최선이라는 오만을 버리고, 거기에도 오류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인식해야 한다.”

    “親美·反美보다  知美가 우선 순위”
    그는 이와 함께 미국을 바라보는 한국의 시각에도 문제가 있음을 적시한다. “최근 한국에서 일고 있는 ‘반미감정’의 경우 방법론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떠나 종종 분별없는 ‘감정적’ 반대로 이어지고 있기에 걱정스럽다.” 그는 미국이나 한국 모두에게 서로 다른 가치관, 다른 이상, 다른 문화를 존중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100쪽 안팎의 작은 책 ‘미국 뒤집어보기’와 ‘미국문화지도’를 쓰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교수가 쓴 두 권의 책 외에도 살림지식총서 1차분 10권의 주제는 모두 미국이다. 한국외국어대 김형인 교수의 ‘미국의 정체성’, 경북대 김진웅 교수의 ‘반미’, 청주대 손영호 교수의 ‘마이너리티 역사 혹은 자유의 여신상’, 건국대 이주영 교수의 ‘미국의 좌파와 우파’ 등이 있다.

    장교수는 요즘 누군가 자신에게 친미(親美)주의자라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면 이렇게 말한다고 했다. “친미든 반미(反美)든, 또는 비미(批美), 극미(克美), 용미(用美)든 간에 지미(知美)가 선행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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