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은 감이 있지만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밀레니엄 맘보’(2001년)가 곧 국내 관객에게 선보인다. 허우 샤오시엔 감독은 일찍이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올랐음에도 어쩐 일인지 그의 작품이 국내에 개봉된 것은 ‘비정성시’라는 작품 한 편뿐이다.
‘비정성시’가 개봉된 것이 1989년도였으니까 14년 만에 그의 후기 작품을 일반 스크린을 통해 감상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당시는 홍콩의 무협영화와 쿵푸영화들이 한창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던 때라서 ‘비정성시’(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는 그저 액션 없는 지루한 홍콩 통속극쯤으로 치부됐다. 그 작품 속에서 대만 근대사의 비극적 정조(情調)를 간파해낸 일부 평자들만 열광했다.
‘비정성시’는 아시아영화가 살아 있음을 세계 만방에 각인시켰고, 허우 샤오시엔이라는 이름은 영화계의 전설이 되었다. 그래서 이전에도 소규모 영화동호회를 중심으로 그의 회고전이 열린 적이 있고, 최근에는 그의 전성기 때의 대표작들을 모아 상영하는 본격적인 회고전이 열려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그의 최근작 ‘밀레니엄 맘보’가 상업적 루트를 통해 공개되면서 마니아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들도 그의 작품세계를 접할 수 있게 됐다.
허우 샤오시엔 감독은 ‘밀레니엄 맘보’를 통해 새 천년의 도래로 전 세계가 들떠 있었던 2000년의 시점에서 그가 몸담고 있는 대만의 현실을 조용히 성찰하고 있다. 그렇다고 자전적인 영화는 결코 아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대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청춘 남녀들이다. 그들은 천지가 개벽이라도 할 것 같은 새로운 밀레니엄을 코앞에 두고도 여전히 사랑하고 티격태격하며 살아간다.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된 지 10여년이 지난 시점에서 여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영화가 전개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감독은 달력 속 숫자의 변화는 그야말로 숫자의 변화일 뿐이라고 역설하는 듯하다. 감독은 새로운 밀레니엄을 낙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것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희망 찬 미래가 아니다. 오히려 미래의 시점에서 반추해볼 때 하나의 통과의례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영화 속 주인공들은 어떤 모습일까? 고등학교를 중퇴한 비키(수키 분)는 오다가다 만난 남자친구 하오하오(투안 춘하오 분)와 동거중이다. 허영기가 있는 비키는 호스티스 클럽에서 일하며 근근히 생활해 나가지만, 집에서 빈둥거리는 하오하오는 그런 비키를 의심하고 질투한다. 그리고 반복되는 두 사람의 일상들.
차츰 어긋나는 두 사람의 관계 속으로 야쿠자 중간보스인 잭(잭 카오 분)이라는 사내가 끼어든다. 비키에게 듬직한 후견인이자 따뜻하게 감싸주는 연인 같은 존재가 다가온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 세 사람의 관계가 치정으로 치닫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들 각자는 이미 해체된 가족관계 속에서 홀로 설 수밖에 없는 아버지, 아들 그리고 딸의 또 다른 모습일 따름이다.
‘밀레니엄 맘보’는 사실 희망적인 얘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우울한 얘기는 더더욱 아니다. 그들의 사랑과 좌절, 그리고 그로 인한 고통은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새로운 밀레니엄의 벽두에 있었던 추억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는 대만 뉴웨이브를 이끌며 아시아 예술영화의 활성화에 지대한 공헌을 했던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영화 자체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 배어 있다. 영화 속의 한 로케이션 장소로 설정되어 있는 일본 유바리영화제에 대한 언급이 단적인 예다. 비키가 만난 일본인 친구들이 사는 곳이 마침 유바리였고, 비키는 그곳을 방문하여 온통 눈꽃 천지인 유바리의 환상적인 모습에 흠뻑 취한다. 감독은 가상세계인 영화 속에서 오늘을 사는 우리의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메워줄 인간 구원의 메시지를 찾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허우 샤오시엔 감독은 1983년 ‘펑쿠이에서 온 소년’으로 낭트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면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고, 이어 ‘희몽인생’(1993, 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호남호녀’(1995, 하와이영화제 그랑프리) 등으로 ‘대만 근대사 삼부작’을 완성했다.
‘비정성시’가 개봉된 것이 1989년도였으니까 14년 만에 그의 후기 작품을 일반 스크린을 통해 감상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당시는 홍콩의 무협영화와 쿵푸영화들이 한창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던 때라서 ‘비정성시’(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는 그저 액션 없는 지루한 홍콩 통속극쯤으로 치부됐다. 그 작품 속에서 대만 근대사의 비극적 정조(情調)를 간파해낸 일부 평자들만 열광했다.
‘비정성시’는 아시아영화가 살아 있음을 세계 만방에 각인시켰고, 허우 샤오시엔이라는 이름은 영화계의 전설이 되었다. 그래서 이전에도 소규모 영화동호회를 중심으로 그의 회고전이 열린 적이 있고, 최근에는 그의 전성기 때의 대표작들을 모아 상영하는 본격적인 회고전이 열려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그의 최근작 ‘밀레니엄 맘보’가 상업적 루트를 통해 공개되면서 마니아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들도 그의 작품세계를 접할 수 있게 됐다.
허우 샤오시엔 감독은 ‘밀레니엄 맘보’를 통해 새 천년의 도래로 전 세계가 들떠 있었던 2000년의 시점에서 그가 몸담고 있는 대만의 현실을 조용히 성찰하고 있다. 그렇다고 자전적인 영화는 결코 아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대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청춘 남녀들이다. 그들은 천지가 개벽이라도 할 것 같은 새로운 밀레니엄을 코앞에 두고도 여전히 사랑하고 티격태격하며 살아간다.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된 지 10여년이 지난 시점에서 여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영화가 전개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감독은 달력 속 숫자의 변화는 그야말로 숫자의 변화일 뿐이라고 역설하는 듯하다. 감독은 새로운 밀레니엄을 낙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것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희망 찬 미래가 아니다. 오히려 미래의 시점에서 반추해볼 때 하나의 통과의례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영화 속 주인공들은 어떤 모습일까? 고등학교를 중퇴한 비키(수키 분)는 오다가다 만난 남자친구 하오하오(투안 춘하오 분)와 동거중이다. 허영기가 있는 비키는 호스티스 클럽에서 일하며 근근히 생활해 나가지만, 집에서 빈둥거리는 하오하오는 그런 비키를 의심하고 질투한다. 그리고 반복되는 두 사람의 일상들.
차츰 어긋나는 두 사람의 관계 속으로 야쿠자 중간보스인 잭(잭 카오 분)이라는 사내가 끼어든다. 비키에게 듬직한 후견인이자 따뜻하게 감싸주는 연인 같은 존재가 다가온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 세 사람의 관계가 치정으로 치닫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들 각자는 이미 해체된 가족관계 속에서 홀로 설 수밖에 없는 아버지, 아들 그리고 딸의 또 다른 모습일 따름이다.
‘밀레니엄 맘보’는 사실 희망적인 얘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우울한 얘기는 더더욱 아니다. 그들의 사랑과 좌절, 그리고 그로 인한 고통은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새로운 밀레니엄의 벽두에 있었던 추억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는 대만 뉴웨이브를 이끌며 아시아 예술영화의 활성화에 지대한 공헌을 했던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영화 자체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 배어 있다. 영화 속의 한 로케이션 장소로 설정되어 있는 일본 유바리영화제에 대한 언급이 단적인 예다. 비키가 만난 일본인 친구들이 사는 곳이 마침 유바리였고, 비키는 그곳을 방문하여 온통 눈꽃 천지인 유바리의 환상적인 모습에 흠뻑 취한다. 감독은 가상세계인 영화 속에서 오늘을 사는 우리의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메워줄 인간 구원의 메시지를 찾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허우 샤오시엔 감독은 1983년 ‘펑쿠이에서 온 소년’으로 낭트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면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고, 이어 ‘희몽인생’(1993, 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호남호녀’(1995, 하와이영화제 그랑프리) 등으로 ‘대만 근대사 삼부작’을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