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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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盧의 IT사조직 ‘현정포럼’

지난해 초 학계·재계 인사들로 결성 … 대선공약 밑그림 제시 등 ‘IT 싱크탱크’ 역할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3-01-17 10: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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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일 벗은 盧의 IT사조직 ‘현정포럼’

    현정포럼 회원들과 노무현 당선자, 민주당 의원들이 2002년 8월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앞줄 맨 오른쪽이 이주헌 교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내에서 IT(정보통신) 담당자는 민주당에서 파견 나온 전문위원 한 사람이 전부다. 노무현 당선자가 유난히 인터넷과 정보통신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터라 의외의 인선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때문에 ‘그렇다면 노당선자의 숨겨진 IT 인맥은 누구인가’라는 의문이 벤처기업 통신업체 등 재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현정포럼’이 바로 대선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해왔던 노당선자의 ‘IT 사조직’이다. 노당선자 측근에 따르면 현정포럼은 인수위의 정보통신 정책 수립 작업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현정포럼 인사들은 대선 이후에도 거의 외부에 노출되지 않았다. 이들의 면면과 노당선자와의 관계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정포럼’은 ‘노무현을 위한 정보통신 정책 전문가 포럼’의 약자다. 노당선자 이름 앞 글자를 딴 ‘노정포럼’보다는 뒷글자를 딴 ‘현정포럼’의 어감이 더 좋아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여기엔 회원들의 신분 보호 의도도 있었다고 한다.

    현정포럼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이전인 2002년 초 노당선자의 측근인 천정배 의원의 제의로 결성됐다. 당시 천의원은 이주헌 한국외대 교수에게 “노무현씨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네티즌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노무현씨는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보통신 관련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정보통신업계 전문가들을 모아 사조직 형태의 모임을 결성해 노무현씨를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삼성전자 천방훈 상무도 포함 ‘주위 관심’





    천의원이 이교수를 지목한 것은 노당선자, 천의원, 이교수 사이에 친분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천의원과 이교수는 전남 목포중, 목포고 동기다. 이교수는 1990년대 중반 노당선자를 처음 만났다. 당시 천의원과 노당선자가 변호사사무실을 공동 개업했는데 이교수는 이 사무실 개업식에서 천의원의 동업자인 노당선자와 인사를 하게 된 것. 이후 이교수는 수차례의 만남을 통해 노당선자와 친분을 쌓았다. 다음은 이교수의 말. “3년 전 한 벤처기업 소프트웨어 신상품 발표회에 축사를 해주기 위해 간 적이 있다. 내 차례에 앞서 노당선자가 축사를 했다. 이 회사 관계자가 노당선자의 지구당 관리용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어준 인연이 있었다고 한다. 축사를 들어 보니 노당선자는 정보통신에 대한 식견이 상당했다. 기회가 되면 노당선자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이때부터 갖게 됐다.”

    이교수는 천의원의 제의를 받자 이남용 숭실대 교수 등 학계, 재계의 인맥을 동원해 현정포럼을 결성했다. 30여명의 대학교수, 정보통신 관련 기업체 대표 및 간부, 연구소 관계자들이 동참했다(표 참조). 회원 중 시선을 끄는 인물은 천방훈 삼성전자 상무. 천정배 의원의 동생이다. 이주헌 교수는 “천상무는 직접 나서서 도움을 주지는 않았지만 현정포럼 활동 과정에서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이러한 인맥으로 노당선자측과 연결되고 있다는 것은 흥미 있는 일이라는 게 주변 반응이다.

    베일 벗은 盧의 IT사조직 ‘현정포럼’

    현정포럼이 대선 이후에도 노무현 당선자를 계속 지원하기 위해 개설한 인터넷사이트(www.it4korea.org). 최근 600여명이 사이버 회원으로 가입했다.

    노당선자측은 IT 관련 대통령 공약수립 작업의 전권을 현정포럼에 맡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2년 8월28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현정포럼 회원들은 노당선자를 참석시킨 가운데 ‘IT 정책 조찬 간담회’를 열었다. 대선공약 수립작업 과정을 중간점검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남용 교수 등 대학교수는 5명이 참석했다. 이호준 LG-CNS 기술대학원장, 이상엽 한국IBM 전문차장, 홍석동 로커즌 대표이사, 박용찬 인터젠컨설팅그룹 대표이사 등 재계 쪽 현정포럼 회원들이 다수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호준 상무 등 현정포럼의 일부 재계 회원들은 민주당 김근태 의원이 주도했던 전자정부 정책특위에서도 함께 일했다고 한다.

    2002년 11월10일 오전 10시부터 민주당 대통령후보실에선 노당선자와 현정포럼의 두 번째 모임이 열렸다. 이 자리엔 민주당 관계자도 배석했다. 노당선자는 현정포럼이 최종 확정해온 IT 정책 보고서를 꼼꼼히 점검했다. 노당선자는 보고서 내용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도시락을 시켜 먹으며 3시간 동안 회의를 계속했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역대 대통령 등 정치지도자는 대개 IT 정책은 어렵다며 30분 이상 듣지 않으려 하는데 이에 비하면 노당선자는 열의를 갖고 있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노당선자 계속 도울 수 있는 방법 모색”

    현정포럼의 정책은 노당선자에 의해 거의 대부분 수용됐다. 이후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민주당 남궁석 의원 등이 현정포럼 정책의 실효성을 분석하며 공약화 작업을 도왔다. 남궁 의원은 “노당선자의 IT 공약은 현정포럼이 초안을 만든 뒤 나를 비롯한 민주당 내 IT 전문가들이 이를 수정, 보완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 완성됐다”고 말했다.

    대선 막바지 유명 벤처기업 대표 등 전국 IT업계 전문가 1014명은 ‘노무현 후보 공개지지 기자회견’을 했다. 이는 노당선자에게 안정감을 준 효과도 있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시 사회 주류층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지지가 잇따르던 시점이었다. 이런 때 IT 전문가들의 노후보 지지 기자회견이 터져나와 선거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 기자회견은 현정포럼이 노당선자에게 안긴 마지막 작품이었다. 현정포럼 다른 관계자 A씨는 “현정포럼 회원들이 벤처기업, 대학, 연구소 등 IT 각 분야에 포진된 인맥들을 총동원해 기자회견에 동참토록 했다”고 말했다.

    베일 벗은 盧의 IT사조직 ‘현정포럼’

    테헤란밸리 전경. 정보통신업계에선 노무현 당선자의 IT 인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노당선자의 IT 관련 대선공약의 주제는 ‘정보통신 1등국가 실현’이다. 이를 위해 제조업의 정보화, 100만 IT 인력 확보, 지식전자정부 실현, 국가기간산업 정보화, 세계 일류 100대 IT 기술 육성, 동북아 IT 허브화 실현, 남북 IT 협력 활성화 등 10대 실천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남궁석 의원은 기자에게 “이중에서도 전통적 제조업에 IT 기술을 접목시키는 사업은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일로 새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수위가 최근 발표한 10대 아젠다엔 IT 분야가 빠져 있다. 인수위는 IT 분야 정책방향을 별도로 제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인수위 고위 관계자는 “이주헌 교수 등 현정포럼 관계자가 IT 분야의 인수위 활동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헌 교수는 1월10일에도 인수위 사무실을 방문해 인수위 관계자들과 IT 정책을 협의했다.

    장관을 인터넷으로 추천받기로 하는 등 노당선자의 인터넷, 정보통신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다. 이 때문에 노당선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IT업계 측근 인맥도 관심의 대상이다. A씨는 “현정포럼은 노당선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으면서 노당선자를 계속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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