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택시를 탔다가 기사로부터 “박정희, 전두환 같은 대통령이 나와야 할 낀데”라는 말을 듣고 흠칫 놀랐다. 여론조사를 하면 대통령의 자질로 ‘정책능력’과 ‘도덕성’을 첫손에 꼽지만, 여전히 ‘화끈함’과 ‘밀어붙이기’를 더 선호하는 국민 정서를 읽을 수 있었다. KBS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시청자들이 ‘왕건’보다 ‘궁예’에 열광했던 까닭도 궁예가 보여준 카리스마 때문이었다.
그러나 ‘리더가 죽어야 리더십이 산다’의 저자 진재혁 교수(케냐 나이로비 국제대학원·리더십·문화인류학)는 이렇게 반문한다. “과연 궁예와 같은 사람이 현재의 리더라면 이처럼 인기가 있었을까? 우리는 아마도 이를 갈고 불평을 늘어놓기 바빴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카리스마에 대한 우리의 고민이자 양면성이다. 우리는 카리스마 리더에 염증을 느끼고 싫어하면서도 리더에게 카리스마가 없으면 뭔가 불안하고 위태로운 감정을 느낀다.”
한국적 카리스마는 어디에서 왔으며, 지금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진재혁 교수의 ‘리더가 죽어야 리더십이 산다’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는다. 그리고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어떤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를 뽑아야 하는지 우회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일단 저자는 외국의 리더십 이론을 그대로 이식하기에 한국의 상황이 상당히 특수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뿌리 깊은 무속신앙, 조직문화의 기본이 되어온 유교, 근대화 물결 속에서 강력한 엔진 역할을 했던 군사정권의 영향으로 ‘권위주의적 카리스마 리더십’이 먹혀들기에 적합한 환경을 갖췄다. 그래서 세상이 바뀌었는데도 “울지 않는 두견새는 죽여버린다”는 오다 노부나가를, 전쟁터에서 부하의 뺨을 때리는 패튼 장군을,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을 그리워한다. 한 사람의 절대적 카리스마에 의존하는 리더십, 그리고 그 주위를 맴돌며 보필하는 것을 천직으로 여기는 사람들. 저자는 이것이 가장 한국적인 리더십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증세를 파악해야 치료가 가능하듯, 저자는 먼저 한국형 리더십이 앓고 있는 중병 열 가지를 이렇게 요약했다. 무소불위의 권력과 무기력한 사회 시스템으로 유지되는 제왕적 리더십, 권력과의 거리를 통해 권위를 얻는 서열식 리더십, “내가 누구인지 너희가 아느냐”고 큰소리칠 수 있는 지위 중심의 리더십, “아이고 내 새끼”로 표현되는 집단주의적 리더십, 왕따를 양산하는 차별적 리더십, 비굴함으로 살아남는 무소신의 리더십, 과정을 뺀 결과 중심의 리더십, 도덕 불감증의 리더십, 후계 부재의 리더십, 두려움의 리더십.
물론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면서도 권위적이지 않은 리더십이다. 말로만 ‘민주주의적 리더십’을 외칠 게 아니라 구체적 덕목과 자질이 제시돼야 한다. 카리스마 리더십 분야의 최고의 모델은 예수다. 이미 경영학 분야에서 ‘CEO예수’를 연구하는 붐이 불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권위적이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는 철저히 겸손했고 자기희생의 삶을 산 인류의 스승이다. 곧 최고의 카리스마는 ‘도덕성’에서 나온다.
뉴욕에서 어떤 사람이 장난을 쳤다. 뉴욕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명에게 메모를 보냈는데 그 내용은 “Now they know!(그들이 알아내고야 말았다)”였다고 한다. 그 메모가 전달된 후 10명은 24시간 내에 모두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도덕성이 결여된 리더십은 쉽게 무너진다. 도덕성 외에도 전문성, 진정한 신뢰, 원칙, 구체적인 비전, 그리고 후계자를 키우고 나눠주는 리더십을 갖춰야 진정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탁월한 지도자를 만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훌륭한 추종자다. 추종자들이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언제까지 힘을 가진 자들에게 기대어 낮은 자부심으로 만족해하는 무기력한” 군중의 모습으로 살아야 할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우리는 어떤 지도자를 선택해야 할까.
리더가 죽어야 리더십이 산다/ 진재혁 지음/ 더난 출판 펴냄/ 240쪽/ 1만원
그러나 ‘리더가 죽어야 리더십이 산다’의 저자 진재혁 교수(케냐 나이로비 국제대학원·리더십·문화인류학)는 이렇게 반문한다. “과연 궁예와 같은 사람이 현재의 리더라면 이처럼 인기가 있었을까? 우리는 아마도 이를 갈고 불평을 늘어놓기 바빴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카리스마에 대한 우리의 고민이자 양면성이다. 우리는 카리스마 리더에 염증을 느끼고 싫어하면서도 리더에게 카리스마가 없으면 뭔가 불안하고 위태로운 감정을 느낀다.”
한국적 카리스마는 어디에서 왔으며, 지금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진재혁 교수의 ‘리더가 죽어야 리더십이 산다’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는다. 그리고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어떤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를 뽑아야 하는지 우회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일단 저자는 외국의 리더십 이론을 그대로 이식하기에 한국의 상황이 상당히 특수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뿌리 깊은 무속신앙, 조직문화의 기본이 되어온 유교, 근대화 물결 속에서 강력한 엔진 역할을 했던 군사정권의 영향으로 ‘권위주의적 카리스마 리더십’이 먹혀들기에 적합한 환경을 갖췄다. 그래서 세상이 바뀌었는데도 “울지 않는 두견새는 죽여버린다”는 오다 노부나가를, 전쟁터에서 부하의 뺨을 때리는 패튼 장군을,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을 그리워한다. 한 사람의 절대적 카리스마에 의존하는 리더십, 그리고 그 주위를 맴돌며 보필하는 것을 천직으로 여기는 사람들. 저자는 이것이 가장 한국적인 리더십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증세를 파악해야 치료가 가능하듯, 저자는 먼저 한국형 리더십이 앓고 있는 중병 열 가지를 이렇게 요약했다. 무소불위의 권력과 무기력한 사회 시스템으로 유지되는 제왕적 리더십, 권력과의 거리를 통해 권위를 얻는 서열식 리더십, “내가 누구인지 너희가 아느냐”고 큰소리칠 수 있는 지위 중심의 리더십, “아이고 내 새끼”로 표현되는 집단주의적 리더십, 왕따를 양산하는 차별적 리더십, 비굴함으로 살아남는 무소신의 리더십, 과정을 뺀 결과 중심의 리더십, 도덕 불감증의 리더십, 후계 부재의 리더십, 두려움의 리더십.
물론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면서도 권위적이지 않은 리더십이다. 말로만 ‘민주주의적 리더십’을 외칠 게 아니라 구체적 덕목과 자질이 제시돼야 한다. 카리스마 리더십 분야의 최고의 모델은 예수다. 이미 경영학 분야에서 ‘CEO예수’를 연구하는 붐이 불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권위적이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는 철저히 겸손했고 자기희생의 삶을 산 인류의 스승이다. 곧 최고의 카리스마는 ‘도덕성’에서 나온다.
뉴욕에서 어떤 사람이 장난을 쳤다. 뉴욕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명에게 메모를 보냈는데 그 내용은 “Now they know!(그들이 알아내고야 말았다)”였다고 한다. 그 메모가 전달된 후 10명은 24시간 내에 모두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도덕성이 결여된 리더십은 쉽게 무너진다. 도덕성 외에도 전문성, 진정한 신뢰, 원칙, 구체적인 비전, 그리고 후계자를 키우고 나눠주는 리더십을 갖춰야 진정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탁월한 지도자를 만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훌륭한 추종자다. 추종자들이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언제까지 힘을 가진 자들에게 기대어 낮은 자부심으로 만족해하는 무기력한” 군중의 모습으로 살아야 할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우리는 어떤 지도자를 선택해야 할까.
리더가 죽어야 리더십이 산다/ 진재혁 지음/ 더난 출판 펴냄/ 240쪽/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