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성과는 다음 반세기 동안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우리는 누구이며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가. 각 분야에서 어떤 발전이 이루어지고 그것들은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경계를 넘나들 것인가. 현재의 예측 중 무엇이 실현되고 어떤 놀라운 인식의 전환이 일어날 것인가.
인간은 늘 좀더 빨리 미래를 알고 싶어한다. 그것도 까마득한 미래가 아니라 나의 세대 혹은 자식의 세대에서 현실이 될 가까운 미래에 관심을 집중한다. 존 브록만이 엮은 ‘앞으로 50년(원제 The Next 50 Years)’은 그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이다. 이 책에는 물리학자, 생물학자, 화학자, 심리학자, 컴퓨터 과학자, 인공지능 연구자, 신경학자, 수학자 등 25명의 세계적인 과학자들이 참여했다. 과학의 미래는 곧 인간의 미래가 아닌가.
이 책의 장점이자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은 대담한 예측이다. 예를 들어 ‘질병 정복’을 쓴 폴 이월드(앰허스트대학 생물학 교수)는 죽상경화증과 당뇨병, 알츠하이머, 암, 대다수의 불임, 심지어 정신병까지도 그 원인이 감염이라는 사실은 50년 내에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이 질병들의 원인물질(병원체)이 밝혀지는 시기를 2010년에서 2025년으로 못박았다. 이런 예측의 결과는 ‘Yes’ 아니면 ‘No’다. 저자 스스로도 “이 예측에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고 할 만큼, 만약 결과가 아닌 것으로 나올 경우 과학자로서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게 된다. 그만큼 이 책은 장밋빛 미래를 보여주는 데 치중하지 않고 충격적인 다소 우울한 예측까지도 과감히 수용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그러나 즐거운 상상부터 해보자. 케임브리지 킹스 칼리지의 마틴 리스 교수는 앞으로 10년 내에 우주탐사선이 화성으로 가서 표면을 연구하고 시료를 갖고 지구로 귀환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노력들은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증명하거나 반박할 확실한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50년 내에 우리는 인류의 동반자를 만날지도 모른다.
캘리포니아대학 신경생물학 교수인 새뮤얼 배런디스는 50년 뒤 정신과의 풍경을 이렇게 묘사했다. 50년 뒤에도 정신병 상담은 계속될 것이다. 여전히 자신이 쓸모없다거나 전지전능하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정신과 문을 두드린다. 새로운 점은 그들의 손에 국립보건국 컴퓨터에 있는 개인의 DNA 파일에 접근할 수 있는 패스워드가 쥐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 파일에는 개인의 유전자 서열과 다양한 장애에 취약하게 만드는 유전자 변이체, 약의 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유전자들의 서열 등 치료에 유용한 정보가 담겨 있다. 정신장애와 관련된 유전 정보를 이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정신과 의사들의 진단과 치료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다.
‘앞으로 50년’은 크게 이론적 미래와 현실적 미래 2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우주론의 발전, 수학에서 ‘가상 비현실 시스템’의 이용, 복잡성 이론의 새로운 방향,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며 우리가 어떻게 학습하고 생각하는지, 우리 의식의 본성은 무엇이며 어떻게 느끼는지 등 이론적으로 미래를 탐구하는 한편, 외계 생명체 탐사와 가상공간, 신경과학, 육아방식의 변화 등 현실적 미래를 아울러 조망한다.
사실 ‘앞으로 50년’을 읽기 전에 탐독해야 할 책이 ‘새로운 천년의 과학’이다. 과학저술가 이인식씨가 엮은 이 책에는 국내외 21명의 과학자와 인문사회학자들이 쓴 정통 과학에세이 21편이 실려 있다. 이 책은 20세기의 빛나는 과학 성과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서 이를 토대로 과학이 열어갈 미래의 모습을 예측한다.
총 6부로 기획된 이 책은 이미 지면을 통해 발표된 글들을 골라 실었음에도 과학의 본질(리처드 파인만, 박이문, 장회익,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동양과 서양의 과학(박성래, 김용운, 이강수, 소홍렬), 과학자의 윤리와 양심(김용준, 임경순, 이필렬), 환경과 생명(김종철, 에드워드 윌슨, 최재천, 호세 루첸버거), 정보사회 정보기술(최정호, 이봉재, 윤정로), 과학과 인류의 미래(스티븐 호킹, 복거일, 이인식)로 과학 전 분야를 짚으면서 참신한 한 권의 책이 된다.
‘새로운 천년의 과학’은 또한 국내 주요 대학의 국어교재에서 가려 뽑은 최고의 ‘과학에세이’를 한번에 읽을 수 있다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책의 말미에 일반 대중을 위해 집필된 과학책과 그 저자들을 소개한 엮은이의 꼼꼼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에게 한 권이라도 더 과학교양서를 읽히고자 하는 열정이 느껴진다.
앞으로 50년/ 존 브록만 엮음/ 이한음 옮김/ 생각의 나무 펴냄/ 428쪽/ 1만7500원
새로운 천년의 과학/ 이인식 엮음/ 해나무 펴냄/ 384쪽/ 1만2000원
인간은 늘 좀더 빨리 미래를 알고 싶어한다. 그것도 까마득한 미래가 아니라 나의 세대 혹은 자식의 세대에서 현실이 될 가까운 미래에 관심을 집중한다. 존 브록만이 엮은 ‘앞으로 50년(원제 The Next 50 Years)’은 그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이다. 이 책에는 물리학자, 생물학자, 화학자, 심리학자, 컴퓨터 과학자, 인공지능 연구자, 신경학자, 수학자 등 25명의 세계적인 과학자들이 참여했다. 과학의 미래는 곧 인간의 미래가 아닌가.
이 책의 장점이자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은 대담한 예측이다. 예를 들어 ‘질병 정복’을 쓴 폴 이월드(앰허스트대학 생물학 교수)는 죽상경화증과 당뇨병, 알츠하이머, 암, 대다수의 불임, 심지어 정신병까지도 그 원인이 감염이라는 사실은 50년 내에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이 질병들의 원인물질(병원체)이 밝혀지는 시기를 2010년에서 2025년으로 못박았다. 이런 예측의 결과는 ‘Yes’ 아니면 ‘No’다. 저자 스스로도 “이 예측에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고 할 만큼, 만약 결과가 아닌 것으로 나올 경우 과학자로서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게 된다. 그만큼 이 책은 장밋빛 미래를 보여주는 데 치중하지 않고 충격적인 다소 우울한 예측까지도 과감히 수용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그러나 즐거운 상상부터 해보자. 케임브리지 킹스 칼리지의 마틴 리스 교수는 앞으로 10년 내에 우주탐사선이 화성으로 가서 표면을 연구하고 시료를 갖고 지구로 귀환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노력들은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증명하거나 반박할 확실한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50년 내에 우리는 인류의 동반자를 만날지도 모른다.
캘리포니아대학 신경생물학 교수인 새뮤얼 배런디스는 50년 뒤 정신과의 풍경을 이렇게 묘사했다. 50년 뒤에도 정신병 상담은 계속될 것이다. 여전히 자신이 쓸모없다거나 전지전능하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정신과 문을 두드린다. 새로운 점은 그들의 손에 국립보건국 컴퓨터에 있는 개인의 DNA 파일에 접근할 수 있는 패스워드가 쥐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 파일에는 개인의 유전자 서열과 다양한 장애에 취약하게 만드는 유전자 변이체, 약의 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유전자들의 서열 등 치료에 유용한 정보가 담겨 있다. 정신장애와 관련된 유전 정보를 이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정신과 의사들의 진단과 치료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다.
‘앞으로 50년’은 크게 이론적 미래와 현실적 미래 2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우주론의 발전, 수학에서 ‘가상 비현실 시스템’의 이용, 복잡성 이론의 새로운 방향,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며 우리가 어떻게 학습하고 생각하는지, 우리 의식의 본성은 무엇이며 어떻게 느끼는지 등 이론적으로 미래를 탐구하는 한편, 외계 생명체 탐사와 가상공간, 신경과학, 육아방식의 변화 등 현실적 미래를 아울러 조망한다.
사실 ‘앞으로 50년’을 읽기 전에 탐독해야 할 책이 ‘새로운 천년의 과학’이다. 과학저술가 이인식씨가 엮은 이 책에는 국내외 21명의 과학자와 인문사회학자들이 쓴 정통 과학에세이 21편이 실려 있다. 이 책은 20세기의 빛나는 과학 성과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서 이를 토대로 과학이 열어갈 미래의 모습을 예측한다.
총 6부로 기획된 이 책은 이미 지면을 통해 발표된 글들을 골라 실었음에도 과학의 본질(리처드 파인만, 박이문, 장회익,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동양과 서양의 과학(박성래, 김용운, 이강수, 소홍렬), 과학자의 윤리와 양심(김용준, 임경순, 이필렬), 환경과 생명(김종철, 에드워드 윌슨, 최재천, 호세 루첸버거), 정보사회 정보기술(최정호, 이봉재, 윤정로), 과학과 인류의 미래(스티븐 호킹, 복거일, 이인식)로 과학 전 분야를 짚으면서 참신한 한 권의 책이 된다.
‘새로운 천년의 과학’은 또한 국내 주요 대학의 국어교재에서 가려 뽑은 최고의 ‘과학에세이’를 한번에 읽을 수 있다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책의 말미에 일반 대중을 위해 집필된 과학책과 그 저자들을 소개한 엮은이의 꼼꼼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에게 한 권이라도 더 과학교양서를 읽히고자 하는 열정이 느껴진다.
앞으로 50년/ 존 브록만 엮음/ 이한음 옮김/ 생각의 나무 펴냄/ 428쪽/ 1만7500원
새로운 천년의 과학/ 이인식 엮음/ 해나무 펴냄/ 384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