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있으니 이번에는 노무현 후보를 도와달라. 아직 한국은 재벌 대통령을 받아들이기에는 정서적으로 거부감이 많다. 노후보가 집권하면 총리든 장관이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
지난 7월 말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한 측근이 정몽준 의원에게 제의했다는 ‘빅딜’ 내용이다. 큰 무게가 실리지 않은 이 제의를 정의원측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후보측 한 인사는 “정의원이 생각보다 고자세였다”고 폄하한다. “국민 지지도 1위라는 현실적인 파워가 정의원의 평심을 무디게 했을 것”이란 나름의 추론도 덧붙인다.
정몽준 의원측은 이를 일축한다. 한 측근은 “같은 조건과 내용을 이미 다른 당(한나라당)으로부터 제의받았다”고 말했다. 고자세가 아닌 자신감이라는 설명이다. 이 측근은 “정의원은 앞으로 아무 일 않더라도 최소한 총리나 장관은 따놓은 당상 아니겠느냐”고 우스개 소리를 했다.
민주당 이인제 의원과 김중권 전 대표, 이한동 전 국무총리, 자민련 조부영 부총재 등 ‘창당 선봉대’가 8월18일 4자 회동을 갖고 국민통합 정당을 만드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들이 준비중인 신당의 중심에도 정의원이 자리잡고 있다. 정의원이 연말 대선의 상수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갤럽과 조선일보가 8월17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의원이 제3신당의 후보로 나설 경우 30.9%의 지지도로, 31.8%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오차 범위 내의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노무현 후보는 19.3%로 3위였다. 이런 추이는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다.
따라서 정몽준 의원의 선택에 따라 연말 대선은 그 구도 자체가 커다란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신당 창당과 합종연횡 및 이합집산의 시나리오는 모두 그를 정점으로 짜여진다. 정의원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이 흐름을 주시하지만, 정확한 지향점은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제3신당의 후보를 노리는지, 통합신당(백지신당) 후보로 나설지, 아니면 독자적인 창당을 할 것인지 도통 알 수 없는 안개 행보의 연속이다.
5자연대 그룹의 회동을 앞둔 지난 18일 오전, 정의원은 “4자연대니, 5자연대니 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며 미리 김을 뺐다. 이날 저녁 회동을 마친 자민련 조부총재는 “우리는 방향을 잡았는데 정의원은 어떨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4자연대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을 보이던 그가 갑자기 발을 뺀 데 대한 서운함이 묻어 있는 말투였다. 5자연대 멤버의 한 측근은 “연대에 호의적이었다가 그림을 그려놓고 청하자 뒤로 물러섰다”며 정의원의 불투명한 행보를 비판했다. 그러나 정의원측은 “앞으로 대화를 해나갈 것”이라며 이날 회동의 의미를 일부 살렸다.
이에 앞서 정의원은 민주당 인사들에게 반창(反昌)연대를 명분으로 한 입당 분위기를 풍겼다. 그러나 민주당 인사들이 신당 창당에 나서면서 후보 문제를 정리하지 못하자 ‘노후보와의 재경선은 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한발 물러섰다. 5자연대를 추진하는 인사들은 물론 민주당도 정의원의 이런 행보에 속수무책이다. 당연하지만 정의원은 이런 ‘밀고 당김’을 통해 대선구도를 자기 구도대로 몰고 가다, 가장 안정적이면서도 당선 가능한 정치지형을 만드는 것이 목표로 보인다.
정의원측은 반창연대 후보로 나서는 상황을 최선책으로 꼽았다. 그러나 재경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노무현 후보의 원칙론에 밀려 사실상 이 구상은 무산됐다. 그 대안은 반창비노(反昌非盧) 연대를 통한 제3신당 창당이다. 앞서 언급한 5자연대의 연대 동기가 바로 ‘반창비노’다. 이의원 등 일부 인사들은 이 작업을 하며 정의원에게 몇 차례 직·간접 메시지를 보냈고 정의원도 화답을 보냈다.
8월18일 4자회동을 통해 내린 결론대로라면 9월 초 중순 신당이 창당된다. 정몽준 대선후보-박근혜 차기 국무총리-이한동 대표-이인제 선대위원장-김종필 고문이라는 역할분담설도 나왔다. 그러나 정의원은 이 회동에 대해 의미를 두지 않고 머뭇거린다. 가장 큰 문제는 역할 분담의 모호함이다. 제3후보군 인사들이 ‘후보’ 자리를 쉽게 넘겨줄 것 같지 않다는 것이 정의원측 시각이다. 이미 후보 자리를 놓고 정의원과 이한동 전 총리는 치열한 신경전을 전개하고 있다.
5자연대는 잡탕이란 혹평도 염려가 된다. 이는 정체성 문제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깨끗한 이미지가 트레이드마크인 정의원측으로서는 걱정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인제 의원에 대해서도 홀가분한 입장은 아니다. 현역의원 동원 능력이 탐나지만 이의원 가슴에 달린 경선불복이라는 주홍글씨가 눈에 밟힌다. 이번 ‘거사’ 역시 제2의 경선불복으로 성격이 규정될 가능성이 있고, 그 경우 신당의 명분 자체가 비판받을 수 있다.
8월18일을 기점으로 민주당 주변에서는 정의원의 통합신당 합류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정의원이 독자 신당을 만들어도 대선 승리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감안해 민주당의 신당과 정의원의 ‘독자 신당’또는 ‘제3신당’이 당 대 당 통합으로 ‘통합신당’을 만드는 방안이다. 한화갑 대표와 정균환 총무, 박상천 최고위원 등은 정의원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게임의 룰을 찾고 있다. 그러나 정의원이 이런 선택을 하려면 민주당은 몇 가지 전제조건을 갖춰야 한다. 우선 신당 대선후보 경선 방식에 일대 변화가 있어야 한다. 최소한 노후보가 기득권을 쥐고 있는 모습만이라도 희석시켜야 한다. 그러나 노후보는 신당의 대통령 후보는 국민경선으로 뽑아야 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 따라 정의원은 현재 독자 신당에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하다. 참신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정몽준-박근혜 의원을 중심으로 당을 만드는 것이 주요 골자다. 9월 초 먼저 독자적으로 출마를 선언, 자리를 잡은 후 정치권의 흐름을 봐가며 마음 맞는 정파와 연합하는 수순을 밟는다는 것. 물론 노무현 후보와의 막판 대타협도 배제할 수 없다.
정의원측은 일단 연대가 가능한 세력인 5자 연대 멤버들과 접촉할 계획이다. 그렇지만 9월까지 안개행보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친노-반노 간의 대립 결과도 불투명하고 당 밖 5자연대 추이도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입에 맞는 떡’을 고르려는 정의원의 ‘신중행보’가 계속될 듯하다.
지난 7월 말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한 측근이 정몽준 의원에게 제의했다는 ‘빅딜’ 내용이다. 큰 무게가 실리지 않은 이 제의를 정의원측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후보측 한 인사는 “정의원이 생각보다 고자세였다”고 폄하한다. “국민 지지도 1위라는 현실적인 파워가 정의원의 평심을 무디게 했을 것”이란 나름의 추론도 덧붙인다.
정몽준 의원측은 이를 일축한다. 한 측근은 “같은 조건과 내용을 이미 다른 당(한나라당)으로부터 제의받았다”고 말했다. 고자세가 아닌 자신감이라는 설명이다. 이 측근은 “정의원은 앞으로 아무 일 않더라도 최소한 총리나 장관은 따놓은 당상 아니겠느냐”고 우스개 소리를 했다.
민주당 이인제 의원과 김중권 전 대표, 이한동 전 국무총리, 자민련 조부영 부총재 등 ‘창당 선봉대’가 8월18일 4자 회동을 갖고 국민통합 정당을 만드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들이 준비중인 신당의 중심에도 정의원이 자리잡고 있다. 정의원이 연말 대선의 상수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갤럽과 조선일보가 8월17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의원이 제3신당의 후보로 나설 경우 30.9%의 지지도로, 31.8%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오차 범위 내의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노무현 후보는 19.3%로 3위였다. 이런 추이는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다.
따라서 정몽준 의원의 선택에 따라 연말 대선은 그 구도 자체가 커다란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신당 창당과 합종연횡 및 이합집산의 시나리오는 모두 그를 정점으로 짜여진다. 정의원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이 흐름을 주시하지만, 정확한 지향점은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제3신당의 후보를 노리는지, 통합신당(백지신당) 후보로 나설지, 아니면 독자적인 창당을 할 것인지 도통 알 수 없는 안개 행보의 연속이다.
5자연대 그룹의 회동을 앞둔 지난 18일 오전, 정의원은 “4자연대니, 5자연대니 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며 미리 김을 뺐다. 이날 저녁 회동을 마친 자민련 조부총재는 “우리는 방향을 잡았는데 정의원은 어떨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4자연대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을 보이던 그가 갑자기 발을 뺀 데 대한 서운함이 묻어 있는 말투였다. 5자연대 멤버의 한 측근은 “연대에 호의적이었다가 그림을 그려놓고 청하자 뒤로 물러섰다”며 정의원의 불투명한 행보를 비판했다. 그러나 정의원측은 “앞으로 대화를 해나갈 것”이라며 이날 회동의 의미를 일부 살렸다.
이에 앞서 정의원은 민주당 인사들에게 반창(反昌)연대를 명분으로 한 입당 분위기를 풍겼다. 그러나 민주당 인사들이 신당 창당에 나서면서 후보 문제를 정리하지 못하자 ‘노후보와의 재경선은 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한발 물러섰다. 5자연대를 추진하는 인사들은 물론 민주당도 정의원의 이런 행보에 속수무책이다. 당연하지만 정의원은 이런 ‘밀고 당김’을 통해 대선구도를 자기 구도대로 몰고 가다, 가장 안정적이면서도 당선 가능한 정치지형을 만드는 것이 목표로 보인다.
정의원측은 반창연대 후보로 나서는 상황을 최선책으로 꼽았다. 그러나 재경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노무현 후보의 원칙론에 밀려 사실상 이 구상은 무산됐다. 그 대안은 반창비노(反昌非盧) 연대를 통한 제3신당 창당이다. 앞서 언급한 5자연대의 연대 동기가 바로 ‘반창비노’다. 이의원 등 일부 인사들은 이 작업을 하며 정의원에게 몇 차례 직·간접 메시지를 보냈고 정의원도 화답을 보냈다.
8월18일 4자회동을 통해 내린 결론대로라면 9월 초 중순 신당이 창당된다. 정몽준 대선후보-박근혜 차기 국무총리-이한동 대표-이인제 선대위원장-김종필 고문이라는 역할분담설도 나왔다. 그러나 정의원은 이 회동에 대해 의미를 두지 않고 머뭇거린다. 가장 큰 문제는 역할 분담의 모호함이다. 제3후보군 인사들이 ‘후보’ 자리를 쉽게 넘겨줄 것 같지 않다는 것이 정의원측 시각이다. 이미 후보 자리를 놓고 정의원과 이한동 전 총리는 치열한 신경전을 전개하고 있다.
5자연대는 잡탕이란 혹평도 염려가 된다. 이는 정체성 문제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깨끗한 이미지가 트레이드마크인 정의원측으로서는 걱정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인제 의원에 대해서도 홀가분한 입장은 아니다. 현역의원 동원 능력이 탐나지만 이의원 가슴에 달린 경선불복이라는 주홍글씨가 눈에 밟힌다. 이번 ‘거사’ 역시 제2의 경선불복으로 성격이 규정될 가능성이 있고, 그 경우 신당의 명분 자체가 비판받을 수 있다.
8월18일을 기점으로 민주당 주변에서는 정의원의 통합신당 합류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정의원이 독자 신당을 만들어도 대선 승리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감안해 민주당의 신당과 정의원의 ‘독자 신당’또는 ‘제3신당’이 당 대 당 통합으로 ‘통합신당’을 만드는 방안이다. 한화갑 대표와 정균환 총무, 박상천 최고위원 등은 정의원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게임의 룰을 찾고 있다. 그러나 정의원이 이런 선택을 하려면 민주당은 몇 가지 전제조건을 갖춰야 한다. 우선 신당 대선후보 경선 방식에 일대 변화가 있어야 한다. 최소한 노후보가 기득권을 쥐고 있는 모습만이라도 희석시켜야 한다. 그러나 노후보는 신당의 대통령 후보는 국민경선으로 뽑아야 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 따라 정의원은 현재 독자 신당에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하다. 참신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정몽준-박근혜 의원을 중심으로 당을 만드는 것이 주요 골자다. 9월 초 먼저 독자적으로 출마를 선언, 자리를 잡은 후 정치권의 흐름을 봐가며 마음 맞는 정파와 연합하는 수순을 밟는다는 것. 물론 노무현 후보와의 막판 대타협도 배제할 수 없다.
정의원측은 일단 연대가 가능한 세력인 5자 연대 멤버들과 접촉할 계획이다. 그렇지만 9월까지 안개행보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친노-반노 간의 대립 결과도 불투명하고 당 밖 5자연대 추이도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입에 맞는 떡’을 고르려는 정의원의 ‘신중행보’가 계속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