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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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명! 측면 역습… 왼쪽을 뚫어라

레프트 풀백에서 번개같은 침투 단연 일품… 거친 숨소리 굵은 땀방울 튀는 터치라인 ‘주목’

  • < 김한석/ 스포츠서울 체육부 기자 > hans@sportsseoul.com

    입력2004-10-29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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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을 주목하라.’ 이제 세계 축구의 판도를 가르는 핵심 키워드는 속도다. 기민한 패스워크와 신속한 역습, 빠른 수비 전환이 가능한 팀만이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 때문에 측면 공수라인은 날이 갈수록 그 의미가 중요해지고 있다. 중앙 압박 플레이가 심해짐에 따라 측면을 활용하는 추세로 변하고 있는 까닭이다.

    공격날개의 단순한 윙 플레이만으로 오픈 공격을 펼친다면 상대에게 큰 위협이 되지 못한다. 이제는 배후에서 측면을 침투해 공격력을 배가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따라서 공격적인 축구를 추구하는 팀은 측면 수비수, 즉 사이드백(풀백) 혹은 윙백의 공격 가담에 큰 무게를 둔다. 브라질의 호베르투 카를로스(29·레알 마드리드)와 프랑스의 빅상트 리자라쥐(33·바이에른 뮌헨)를 주목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상 최악의 예선을 통해 만신창이가 됐지만 통산 5회 우승으로 명예 회복을 노리는‘카나리아 군단’브라질의 스콜라리 감독은 카를로스를 더욱 공격적으로 활용하는 카드를 빼들었다. 전통의 4-4-2시스템 대신 3-5-2를 택해 수비에 안정을 두면서도 빠른 측면 공격을 통한 역습에 승부를 걸려는 것. 유럽식 전형을 따라가는 이런 변화는 카를로스 같은 윙백이 없다면 구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악착같은 대인 마크를 펼치다가도 틈만 생기면 언제든지 총알 스피드로 상대 진영을 뚫어내는 오버래핑의 일인자, 거리와 각도에 관계없이 평균 시속 120km가 넘는 광속으로 프리킥 슈팅을 자유자재로 날려 상대 골키퍼를 공포에 떨게 하는‘왼발의 마법사’가 브라질의 전술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단연 독보적이다.

    특유의 4-2-3-1시스템을 견고히 하면서 2연속 월드컵 우승 도전에 자신감을 더해가는‘레 블뢰’(Les Bleus) 프랑스도 베테랑 풀백 리자라쥐를 활용한 왼쪽 역공에 비중을 두고 있다. 스피드나 공격 가담 거리 면에서는 카를로스에 미치지 못하지만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이나 노련함은 한 수 위다. 강한 압박 마크로 수비 안정에 버팀목이 되다가도 역습 타이밍에는 동료 미드필더와의 기민한 패스워크로 어김없이 공격 활로를 개척해 내는 ‘왼쪽 라인의 파수꾼’리자라쥐. ‘날다람쥐’라는 별명처럼 사뿐한 동작으로 터치라인을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 단연 일품이다.

    두 스타는 빅 매치에서 두 번의 대결을 펼친 바 있다. 97년 6월 프레월드컵 경기에서 카를로스는 그 유명한 ‘UFO골’을 작렬시킨다. 골대 앞 32m 지점 미드필드 중앙에서 날린 카를로스의 왼발 프리킥 슛이 프랑스의 오른쪽 벽을 비껴 나갔다. 그러나 골대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날 것 같던 슛이 부메랑처럼 휘어져 들어오면서 프랑스 골키퍼 바르테즈가 미처 손 한번 쓰기도 전에 오른쪽 골대 하단을 맞고 네트에 휘감긴다. 말 그대로 경악이었다. 이 한 방으로 카를로스는 세계 최고의 프리킥 슈터로 올라섰다. 그해 국제축구연맹(FIFA) 선정‘올해의 선수’ 랭킹에서도 호나우두에 이어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94년 월드컵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45m 대각선 땅볼 슛을 명중시킨 ‘왼발의 달인’ 브랑코의 명성을 단숨에 뛰어넘은 사건이었다.



    그가 보여주는 마술 프리킥의 비밀은 무엇일까. 168cm, 70kg의 땅딸막한 체격, 둘레가 61cm나 되는 왼쪽 허벅지가 우선 힘의 원천이다. 여기에 “발가락이 시퍼렇게 멍들 정도”의 노력을 어린 시절부터 쏟아 부으며, 발가락 세 개를 사용해 볼을 빠르고 강하게 휘어 차는 비법을 단련해 온 것. 슛을 하기 전 10m 뒤에서부터 달려올 때의 최고 속도는 100m를 10초6에 끊는 스피드다.

    이듬해 98년 프랑스월드컵 결승. 이번에는 리자라쥐가 판정승을 거뒀다. 브라질의 오른쪽 풀백 카푸의 발목에 족쇄를 채워 브라질의 오른쪽 공격을 철저히 차단했던 것. 1라운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 앙리의 골을 어시스트하고 이어 직접 왼쪽 골 마우스까지 침투해 쐐기골을 넣었던 상승세가 절정에 달한 경기였다. 이날 카를로스는 페이스가 떨어져 전혀 위협적인 공격을 보여주지 못했다.

    카를로스의 이름이 화려함으로 빛난다면 리자라쥐의 이름은 실속으로 꽉 차 있다. 98월드컵, 유로2000, 2001년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의 현장을 모두 지켜 프랑스의 ‘트레블 신화’의 중심에 서 있는 것. 이는 지단도 이루지 못한 위업이다. 게다가 97∼98 시즌에 독일 바이에른 뮌헨으로 옮기자마자 독일 FA(축구협회)컵을 거머쥐었고, 99년부터는 3연속 리그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지난해 거둔 유럽챔피언스리그와 도요다컵 우승을 포함하면 우승 경력만 10회. 우승을 못 해본 메이저대회가 거의 없는 셈이다.

    반면 카를로스는 상복과는 별 인연이 없다. 프로리그나 대표팀 경력 동안 우승 현장에 있었던 적은 단 네 번뿐. 91년 세계청소년선수권 결승에서는 피구가 이끄는 포르투갈에 승부차기로 패했고, 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는 3위에 그쳤다. 97년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비로소 우승을 거뒀지만 이듬해 월드컵에서는 다시 준우승. 1998, 2000년 유럽챔피언스리그과 98년 도요다컵 우승으로 뒤늦게 명예를 얻었다.

    프랑스와 브라질이 벌일 2002월드컵 ‘빅 매치’의 승패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달인 카를로스와 행운아 리자라쥐가 오르내릴 터치라인을 주목해 보자. 두 라이벌이 번개같은 측면 침투로 21세기의 첫 월드컵을 뒤흔든다면? 그때 드러날 공격 축구의 화려함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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