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갑 이상 담배를 피워대던 골초 황재남씨(가명·40)는 2년 전 20년 동안 피워오던 담배를 갑작스럽게 끊었다. 기침이나 가래가 많아서도 아니고, 폐에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었다. 그가 담배를 끊는 ‘기적’을 발휘한 것은 어이없게도 그의 발가락 질환 때문.
3년 전부터 한여름에도 발이 시리고, 발가락에 통증이 심해 병원을 찾은 그는 의사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발가락의 혈관조직이 괴사하고 있다”는 것. 발톱을 깎다 생긴 작은 상처가 덧나기 시작해 결국 그의 발가락을 썩게 만든 것이다.
황씨의 병명은 듣기에도 생소한 ‘버거스씨병’.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 아니라 그의 흡연 습관에서 온 질환이라는 사실이었다. 직업상 비좁은 운전석에 갇혀 하루종일 앉아 있어야 하는 생활은 혈관 조직의 괴사를 더욱 부채질했다.
의사는 치료 전 황씨에게 금연 각서부터 받았다. 원인을 그대로 둔 채 치료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결국 황씨는 담배를 끊었고, 네 번의 수술과 2년에 걸친 치료 끝에 겨우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할 수 있었다.
황씨가 걸린 버거스씨병은 정확한 표현으로 ‘폐쇄혈전 혈관염’. 최근 들어 폐암, 기관지염, 동맥경화증 등과 함께 흡연이 부를 수 있는 가장 무서운 질환 중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병에 걸린 환자들은 지독한 골초들이 대부분이며 심할 경우 사지 절단까지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면 흡연이 어떻게 발가락을 썩게 만드는 것일까. 문제는 담배 속에 든 니코틴과 담배를 피울 때 발생하는 일산화탄소. 이것들이 혈액으로 녹아 들면서 혈관조직을 괴사시키는 것. 니코틴 성분은 담배를 피우는 순간 혈관에 침투해 혈압을 오르게 하고 맥박을 빠르게 하며 말초혈관을 수축시킨다. 또 일산화탄소는 혈액 속의 산소 공급책인 헤모글로빈으로부터 산소 공급 능력을 빼앗아 버린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혈관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이 발끝에 있는 모세혈관 조직의 세포까지 전달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영양분이 결핍된 모세혈관들은 생명력을 잃고 썩어 들어가게 된다.
무엇보다 심각한 사실은 버거스씨병이 주로 사회활동이 왕성한 20~40대의 젊은 남성들에게 나타난다는 점.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을 담배로 풀다 보니 생겨난 결과다. 최근에는 여성흡연자가 늘면서 전체 환자군의 5%가 여성일 정도로 여성환자 수도 늘고 있다.
버거스씨병은 류머티스나 관절염, 혈관 상태가 불량한 당뇨병 등 다른 질환의 합병증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만일 이런 질환에 걸린 환자들이 흡연까지 한다면 발가락이 썩어 들어갈 확률은 거의 100%에 달한다.
문제는 동맥경화 등과 같은 혈관 질환들과 달리 버거스씨병은 치료가 까다롭다는 사실이다. 큰 혈관(동맥) 통로가 좁아지거나 막히는 동맥경화의 경우 혈관 통로에 풍선이나 철망을 투입해 혈관을 넓혀주거나 막힌 부분을 다른 혈관으로 이어주는 혈관우회술을 해주면 치료가 끝난다. 또 다량의 혈액이 오가기 때문에 작은 문제가 생겨도 자각증상이 뚜렷이 나타난다. 반면 버거스씨병은 인체 말단에 거미줄처럼 얽힌 모세혈관이 막혀 들어가 큰 혈관으로 확산되기 때문에 수술이 어렵고 괴사 초기에는 자각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버거스씨병 역시 초기에 발견하면 약물 처치만으로도 개선이 가능하다. 치료의 관건은 동맥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만드는 것. 피부가 차가워지거나 통증이 생기고 썩어 들어가는 등의 모든 증상이 비정상적인 혈액순환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괴사가 시작되기 전이라면 혈소판이 굳어 두꺼워진 혈관벽을 넓히는 약물이나 혈소판을 묽게 하는 약물을 투입해 혈액의 흐름을 호전시킨다. 또 교감신경을 절제해 혈액의 유입량을 늘려주거나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주는 동맥우회수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괴사가 일어났다면 2차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서둘러 절제수술을 받아야 한다. 늦어질수록 괴사가 빠르게 진행되어 절제 부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금연만이 버거스씨병을 예방하는 최선책이지만 도저히 끊을 수 없는 골초라면 자신의 발가락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혹시 발가락이 차갑거나 시리고 통증이 나타났다면 서둘러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또 겨울에 동상에 쉽게 걸리고 조금만 걸어도 장딴지에 쥐가 난다면 버거스씨병을 의심해야 한다.
버거스씨병에 걸린 환자들은 증상이 악화되거나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생활 속에서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발이 차가워지지 않도록 따뜻하게 보온해 주고 발에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한다. 또 발을 보호하기 위해 신발에 연한 패드를 깔고 면양말과 발을 편안하게 감싸는 신발을 신는다. 지나치게 크거나 꼭 죄는 신발은 좋지 않다.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단백질은 육류보다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적은 콩이나 두부 등 식물성이 좋다. 생선의 단백질도 좋다. 면역력을 증진하기 위해 비타민과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비타민 A, C, B군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비타민 A는 녹황색 채소에, 비타민 C는 생과일이나 채소에, 비타민 B군은 현미와 생선, 버섯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치료가 끝났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버거스씨병은 흡연을 시작하면 재발할 확률이 아주 높다. 실제 증상이 재발되어 찾아오는 환자 모두가 다시 담배를 피우게 된 사람들이다.
3년 전부터 한여름에도 발이 시리고, 발가락에 통증이 심해 병원을 찾은 그는 의사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발가락의 혈관조직이 괴사하고 있다”는 것. 발톱을 깎다 생긴 작은 상처가 덧나기 시작해 결국 그의 발가락을 썩게 만든 것이다.
황씨의 병명은 듣기에도 생소한 ‘버거스씨병’.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 아니라 그의 흡연 습관에서 온 질환이라는 사실이었다. 직업상 비좁은 운전석에 갇혀 하루종일 앉아 있어야 하는 생활은 혈관 조직의 괴사를 더욱 부채질했다.
의사는 치료 전 황씨에게 금연 각서부터 받았다. 원인을 그대로 둔 채 치료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결국 황씨는 담배를 끊었고, 네 번의 수술과 2년에 걸친 치료 끝에 겨우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할 수 있었다.
황씨가 걸린 버거스씨병은 정확한 표현으로 ‘폐쇄혈전 혈관염’. 최근 들어 폐암, 기관지염, 동맥경화증 등과 함께 흡연이 부를 수 있는 가장 무서운 질환 중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병에 걸린 환자들은 지독한 골초들이 대부분이며 심할 경우 사지 절단까지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면 흡연이 어떻게 발가락을 썩게 만드는 것일까. 문제는 담배 속에 든 니코틴과 담배를 피울 때 발생하는 일산화탄소. 이것들이 혈액으로 녹아 들면서 혈관조직을 괴사시키는 것. 니코틴 성분은 담배를 피우는 순간 혈관에 침투해 혈압을 오르게 하고 맥박을 빠르게 하며 말초혈관을 수축시킨다. 또 일산화탄소는 혈액 속의 산소 공급책인 헤모글로빈으로부터 산소 공급 능력을 빼앗아 버린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혈관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이 발끝에 있는 모세혈관 조직의 세포까지 전달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영양분이 결핍된 모세혈관들은 생명력을 잃고 썩어 들어가게 된다.
무엇보다 심각한 사실은 버거스씨병이 주로 사회활동이 왕성한 20~40대의 젊은 남성들에게 나타난다는 점.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을 담배로 풀다 보니 생겨난 결과다. 최근에는 여성흡연자가 늘면서 전체 환자군의 5%가 여성일 정도로 여성환자 수도 늘고 있다.
버거스씨병은 류머티스나 관절염, 혈관 상태가 불량한 당뇨병 등 다른 질환의 합병증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만일 이런 질환에 걸린 환자들이 흡연까지 한다면 발가락이 썩어 들어갈 확률은 거의 100%에 달한다.
문제는 동맥경화 등과 같은 혈관 질환들과 달리 버거스씨병은 치료가 까다롭다는 사실이다. 큰 혈관(동맥) 통로가 좁아지거나 막히는 동맥경화의 경우 혈관 통로에 풍선이나 철망을 투입해 혈관을 넓혀주거나 막힌 부분을 다른 혈관으로 이어주는 혈관우회술을 해주면 치료가 끝난다. 또 다량의 혈액이 오가기 때문에 작은 문제가 생겨도 자각증상이 뚜렷이 나타난다. 반면 버거스씨병은 인체 말단에 거미줄처럼 얽힌 모세혈관이 막혀 들어가 큰 혈관으로 확산되기 때문에 수술이 어렵고 괴사 초기에는 자각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버거스씨병 역시 초기에 발견하면 약물 처치만으로도 개선이 가능하다. 치료의 관건은 동맥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만드는 것. 피부가 차가워지거나 통증이 생기고 썩어 들어가는 등의 모든 증상이 비정상적인 혈액순환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괴사가 시작되기 전이라면 혈소판이 굳어 두꺼워진 혈관벽을 넓히는 약물이나 혈소판을 묽게 하는 약물을 투입해 혈액의 흐름을 호전시킨다. 또 교감신경을 절제해 혈액의 유입량을 늘려주거나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주는 동맥우회수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괴사가 일어났다면 2차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서둘러 절제수술을 받아야 한다. 늦어질수록 괴사가 빠르게 진행되어 절제 부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금연만이 버거스씨병을 예방하는 최선책이지만 도저히 끊을 수 없는 골초라면 자신의 발가락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혹시 발가락이 차갑거나 시리고 통증이 나타났다면 서둘러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또 겨울에 동상에 쉽게 걸리고 조금만 걸어도 장딴지에 쥐가 난다면 버거스씨병을 의심해야 한다.
버거스씨병에 걸린 환자들은 증상이 악화되거나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생활 속에서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발이 차가워지지 않도록 따뜻하게 보온해 주고 발에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한다. 또 발을 보호하기 위해 신발에 연한 패드를 깔고 면양말과 발을 편안하게 감싸는 신발을 신는다. 지나치게 크거나 꼭 죄는 신발은 좋지 않다.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단백질은 육류보다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적은 콩이나 두부 등 식물성이 좋다. 생선의 단백질도 좋다. 면역력을 증진하기 위해 비타민과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비타민 A, C, B군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비타민 A는 녹황색 채소에, 비타민 C는 생과일이나 채소에, 비타민 B군은 현미와 생선, 버섯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치료가 끝났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버거스씨병은 흡연을 시작하면 재발할 확률이 아주 높다. 실제 증상이 재발되어 찾아오는 환자 모두가 다시 담배를 피우게 된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