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의 2차 대회전? 산자부가 2월27일 김대중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제7차 정보화전략회의에서 벤처종합상사 설립 추진 계획을 보고하자 IT(정보통신) 업계에서는 당장 이런 얘기가 흘러나왔다. 작년 IT산업 관할권을 둘러싸고 양 부처가 혈전을 벌인 데 이어 이번에는 IT산업 수출정책 주도권 다툼을 벌이려는 것 아니냐는 반응인 셈이다.
산자부가 구상하고 있는 벤처종합상사는 최근 국내 시장의 경쟁 격화, 자금조달 애로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IT 분야를 포함한 벤처기업의 해외진출과 수출, 외자유치, 전략적 제휴 등을 포괄하는 종합적 지원 기능을 수행하는 민간 종합무역상사. 산자부는 이를 위해 올해 중 대외무역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등 제도적 정비를 추진키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산자부의 이런 방침에 심드렁한 분위기. 한 관계자는 “산자부와 정통부의 기능을 통합해 해외 마케팅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조직을 만들어달라는 업계 요구를 외면하던 산자부가 갑자기 벤처종합상사를 들고 나온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벤처종합상사를 단순한 ‘대통령 보고용’이라고 깎아내렸다.
산자부 주변에서도 벤처종합상사 아이디어는 정통부의 한국이동통신수출진흥센터(ICA) 설립을 의식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ICA는 이동통신산업 수출 지원을 위해 시장 조사, 중소기업 지원, 해외 로드쇼 개최 등을 목적으로 정통부가 1월23일 설립한 조직. 정통부는 향후 이를 IT 수출 전반을 지원하는 IT 수출진흥원으로 확대 개편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CA 초대 원장 조성갑씨는 한국IBM 영업본부장을 역임한 IT 전문가. 조원장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오영교 사장을 만나 앞으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며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조원장의 의욕에도 불구하고 ICA 조직의 특성상 정통부 간섭을 벗어나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어렵다는 점에서 ICA의 앞날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이들은 ICA 설립을 정통부의 ‘부처 이기주의’ 차원으로 바라보고 있다.
산자부와 정통부가 앞다퉈 ‘IT 수출’을 외치고 있지만 IT 업체들은 여전히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작년 말 소프트웨어 강국 인도 시장에 진출, 기술력을 인정받은 은행용 통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IMS시스템(대표 임화)은 정부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을 뿐 아니라 인도 시장에까지 진출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 업체는 인도에서 총 8000만 달러의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인도 시장 진출 과정에 가장 아쉬웠던 것은 인도 시장에 대한 정보였지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서도 이를 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이 업체는 인도 시장 조사를 위해 벤처기업으로서는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3억원을 써야 했다.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 앤더슨컨설팅에 시장조사 용역을 맡긴 비용이었다.
해외 시장에 대한 정보 부족은 이 업체만 느끼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작년 415개의 IT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해외 마케팅 능력 부족(21%)과 함께 해외 시장 정보 부족(21%)을 대표적인 수출 애로 요인으로 꼽았다. 이어 정책 지원 부족 및 언어장벽과 무역 실무능력 부족 등을 들었다. 정부의 IT 수출정책이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IT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제대로 된 IT 수출정책을 내놓으려면 무엇보다 산자부와 정통부의 ‘기싸움’부터 없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수출 유망 품목이나 업체 발굴과 이들의 해외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기 위해 관련 부처인 산자부와 정통부의 유기적인 협조체제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지만 두 부처는 여전히 자기 영토 확장에만 관심을 쏟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작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 e비즈니스 아웃소싱 전문업체 이모션(대표 정주형)의 사례는 산자부와 정통부의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간접적으로 시사해 준다. 이모션은 해외 진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중 전경련 국제협력재단 산하 한국벤처거래소의 중개로 역시 해외 IT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던 현대종합상사와 작년 4월 합작으로 미국 뉴욕에 ‘이모션 뉴욕’을 설립하는 결실을 보았다.
‘이모션 뉴욕’은 설립 이후 현지 대표를 영입하고 마케팅을 본격화해 현재까지 3개의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모션 관계자는 “미국 e서비스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인건비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고품질의 e서비스를 짧은 기간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지 못하기 있기 때문에 틈새시장 공략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벤처거래소 관계자는 “이모션 뉴욕의 성공 사례는 무역 진흥에 공이 큰 산자부와 IT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해 온 정통부가 힘을 합친다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시사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통부가 IT 벤처의 해외 진출을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아이파크를 설립하면서도 정작 해외 시장 개척에 경험이 있는 대기업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
업계 관계자들은 산자부와 정통부의 기싸움이 계속된다면 세계적 수준의 우리나라 IT산업 경쟁력은 사장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더 나아가 인터넷 벤처업계의 한 지도적 인사는 “우리나라 IT산업은 현재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2년 후에는 중국 대만 등에 추월당할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IT산업 수출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작년 IT산업 수출 실적은 전체 수출 실적 1506억 달러의 27%에 해당하는 411억 달러. 작년 세계적인 경기 하락에도 불구하고 CDMA 등 이동통신(100억 달러), ADSL(4억 달러), TFT-LCD(24억 달러) 등 핵심 IT산업들이 선전한 때문이다.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IT산업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IT산업의 위상은 무역수지 측면에서 더욱 빛난다. 작년 무역수지는 95억4000만 달러였지만 IT산업 무역수지는 100억 달러나 됐다. 한마디로 IT산업이 없었다면 우리나라는 수출에서 달러를 한푼도 벌어들이지 못했다는 얘기다. 올 IT산업 수출 목표액은 전체 수출(1620억 달러)의 32%인 510억 달러, 무역수지는 150억 달러 흑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실적이 몇몇 업체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2000년 말 기준 IT 중소벤처기업 중 수출 실적이 있는 업체 수는 1200여개에 달해 전체의 10% 정도에 그치고 있는 실정. 그나마 500만 달러 이상의 수출 업체는 50여개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우수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추고는 있으나 수출 마인드가 미흡하고 효과적인 지원책도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정부가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것도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IT 벤처업체 스스로 해외진출 전략을 짜서 성공한 케이스도 얼마든지 있다. 국내 전자지불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2월27일 중국 내 최대 전자지불 업체 iPayment China의 모회사 UTH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티지코프 정정태 대표는 “잘되면 내 탓, 안되면 정부 탓으로 돌리는 업계 분위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 놓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심지어 산자부와 정통부 관료들도 IT 업체 수출 지원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있으나 부처 이기주의 때문에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결국 산자부와 정통부의 협력체제 구축은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추진할 정부 조직 개편과 맞물려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얘기다.
산자부가 구상하고 있는 벤처종합상사는 최근 국내 시장의 경쟁 격화, 자금조달 애로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IT 분야를 포함한 벤처기업의 해외진출과 수출, 외자유치, 전략적 제휴 등을 포괄하는 종합적 지원 기능을 수행하는 민간 종합무역상사. 산자부는 이를 위해 올해 중 대외무역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등 제도적 정비를 추진키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산자부의 이런 방침에 심드렁한 분위기. 한 관계자는 “산자부와 정통부의 기능을 통합해 해외 마케팅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조직을 만들어달라는 업계 요구를 외면하던 산자부가 갑자기 벤처종합상사를 들고 나온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벤처종합상사를 단순한 ‘대통령 보고용’이라고 깎아내렸다.
산자부 주변에서도 벤처종합상사 아이디어는 정통부의 한국이동통신수출진흥센터(ICA) 설립을 의식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ICA는 이동통신산업 수출 지원을 위해 시장 조사, 중소기업 지원, 해외 로드쇼 개최 등을 목적으로 정통부가 1월23일 설립한 조직. 정통부는 향후 이를 IT 수출 전반을 지원하는 IT 수출진흥원으로 확대 개편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CA 초대 원장 조성갑씨는 한국IBM 영업본부장을 역임한 IT 전문가. 조원장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오영교 사장을 만나 앞으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며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조원장의 의욕에도 불구하고 ICA 조직의 특성상 정통부 간섭을 벗어나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어렵다는 점에서 ICA의 앞날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이들은 ICA 설립을 정통부의 ‘부처 이기주의’ 차원으로 바라보고 있다.
산자부와 정통부가 앞다퉈 ‘IT 수출’을 외치고 있지만 IT 업체들은 여전히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작년 말 소프트웨어 강국 인도 시장에 진출, 기술력을 인정받은 은행용 통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IMS시스템(대표 임화)은 정부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을 뿐 아니라 인도 시장에까지 진출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 업체는 인도에서 총 8000만 달러의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인도 시장 진출 과정에 가장 아쉬웠던 것은 인도 시장에 대한 정보였지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서도 이를 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이 업체는 인도 시장 조사를 위해 벤처기업으로서는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3억원을 써야 했다.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 앤더슨컨설팅에 시장조사 용역을 맡긴 비용이었다.
해외 시장에 대한 정보 부족은 이 업체만 느끼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작년 415개의 IT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해외 마케팅 능력 부족(21%)과 함께 해외 시장 정보 부족(21%)을 대표적인 수출 애로 요인으로 꼽았다. 이어 정책 지원 부족 및 언어장벽과 무역 실무능력 부족 등을 들었다. 정부의 IT 수출정책이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IT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제대로 된 IT 수출정책을 내놓으려면 무엇보다 산자부와 정통부의 ‘기싸움’부터 없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수출 유망 품목이나 업체 발굴과 이들의 해외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기 위해 관련 부처인 산자부와 정통부의 유기적인 협조체제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지만 두 부처는 여전히 자기 영토 확장에만 관심을 쏟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작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 e비즈니스 아웃소싱 전문업체 이모션(대표 정주형)의 사례는 산자부와 정통부의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간접적으로 시사해 준다. 이모션은 해외 진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중 전경련 국제협력재단 산하 한국벤처거래소의 중개로 역시 해외 IT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던 현대종합상사와 작년 4월 합작으로 미국 뉴욕에 ‘이모션 뉴욕’을 설립하는 결실을 보았다.
‘이모션 뉴욕’은 설립 이후 현지 대표를 영입하고 마케팅을 본격화해 현재까지 3개의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모션 관계자는 “미국 e서비스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인건비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고품질의 e서비스를 짧은 기간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지 못하기 있기 때문에 틈새시장 공략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벤처거래소 관계자는 “이모션 뉴욕의 성공 사례는 무역 진흥에 공이 큰 산자부와 IT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해 온 정통부가 힘을 합친다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시사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통부가 IT 벤처의 해외 진출을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아이파크를 설립하면서도 정작 해외 시장 개척에 경험이 있는 대기업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
업계 관계자들은 산자부와 정통부의 기싸움이 계속된다면 세계적 수준의 우리나라 IT산업 경쟁력은 사장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더 나아가 인터넷 벤처업계의 한 지도적 인사는 “우리나라 IT산업은 현재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2년 후에는 중국 대만 등에 추월당할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IT산업 수출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작년 IT산업 수출 실적은 전체 수출 실적 1506억 달러의 27%에 해당하는 411억 달러. 작년 세계적인 경기 하락에도 불구하고 CDMA 등 이동통신(100억 달러), ADSL(4억 달러), TFT-LCD(24억 달러) 등 핵심 IT산업들이 선전한 때문이다.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IT산업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IT산업의 위상은 무역수지 측면에서 더욱 빛난다. 작년 무역수지는 95억4000만 달러였지만 IT산업 무역수지는 100억 달러나 됐다. 한마디로 IT산업이 없었다면 우리나라는 수출에서 달러를 한푼도 벌어들이지 못했다는 얘기다. 올 IT산업 수출 목표액은 전체 수출(1620억 달러)의 32%인 510억 달러, 무역수지는 150억 달러 흑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실적이 몇몇 업체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2000년 말 기준 IT 중소벤처기업 중 수출 실적이 있는 업체 수는 1200여개에 달해 전체의 10% 정도에 그치고 있는 실정. 그나마 500만 달러 이상의 수출 업체는 50여개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우수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추고는 있으나 수출 마인드가 미흡하고 효과적인 지원책도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정부가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것도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IT 벤처업체 스스로 해외진출 전략을 짜서 성공한 케이스도 얼마든지 있다. 국내 전자지불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2월27일 중국 내 최대 전자지불 업체 iPayment China의 모회사 UTH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티지코프 정정태 대표는 “잘되면 내 탓, 안되면 정부 탓으로 돌리는 업계 분위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 놓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심지어 산자부와 정통부 관료들도 IT 업체 수출 지원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있으나 부처 이기주의 때문에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결국 산자부와 정통부의 협력체제 구축은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추진할 정부 조직 개편과 맞물려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