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의 WTO(세계무역기구) 가입 이후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은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다. 10년 후 세계 1위의 초강대국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과 WTO 가입 5년 이내에 몰락한다는 극단적 비관론이 공존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중국 내부에서도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2001년 12월25일 중국사회과학원이 2002년 중국 경제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줄 의미 있는 보고회를 개최했다. 이 보고회는 중국사회과학원 내 ‘중국 경제 형세분석과 예측’ 프로젝트팀의 연구결과를 공유하는 자리로, 프로젝트팀의 실무 책임자인 원내 경제연구소 소장 리우수청(劉樹成), 수량경제연구소 소장 왕통산(汪同三) 두 교수가 발표를 맡았다. 참고로 중국사회과학원의 경제연구소는 당 정책과제를 주로 맡고 연구소장은 장쩌민(江澤民) 소조라 불릴 만큼 경제정책 입안의 핵심으로 꼽힌다. 수량경제연구소도 과거 주룽지(朱鎔基) 총리가 연구원으로 있던 곳이다. 어쨌든 시기적으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2001년 경제운영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한 덕분인지 보고회는 화기애애한 가운데 시작되었다.
먼저 발표를 진행한 리우 교수는 보고회 직전 하버드대에서 열린 중국사회과학원-하버드 연례 세미나의 분위기를 소개하며 중국 경제가 일화독수(一花獨秀·중국 홀로 잘 나가고 있다는 의미)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리우 교수의 발표에 이어 왕통산 교수의 발표가 시작되자 분위기는 반전했다. 왕교수는 중국 경제가 안정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두 가지 정책-중국 경제정책의 핵심인 적극적 재정정책과 정부 주도 투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10년 후 최강 vs 5년 내 몰락
사실 적극적 재정정책과 정부 주도의 투자, 이 두 가지는 중국 경제의 성장 예상치와 더불어 현재 중국 경제학계에서 관점이 엇갈리는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이날 왕교수의 지적은 중국사회과학원 내 몇몇 소장학자들과 지방의 일부 경제학자들이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조심스러운 비판의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대변한 것이었다.
중국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대내외의 비판론을 종합해 보면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중국의 적극적 재정정책은 97년 아시아 금융위기에 대응한 한시적인 정책인데 지금까지 계속해 온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다. 적극적 재정정책은 다음 네 가지 위험에 직면해 있다. 첫째, 적극적 재정정책의 성장기여도가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둘째, 국채 투자의 효과(중국어로 효익, 즉 효과와 수익을 동시에 가리킴)가 반감된다. 셋째, 재정 부담이 지속적으로 상승한다. 넷째, 채권상환의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재정 상황을 보면 부채의존도가 60%나 되어 선진국의 10%대는 물론 개발도상국 평균인 25%보다 월등히 높아 이들의 우려가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있다.
다음은 정부 주도의 투자가 지닌 위험성이다. 왕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중국 정부의 성장은 내수와 투자가 주도하고 있는데, 이 투자의 구성에서 정부 주도의 투자는 계속 증가하는 반면 민간 주도의 투자 비중이 줄어들고 있으며 증가율 자체도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중국 경제가 기형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끝으로 이들은 상술한 주장을 근거로 결론적으로 중국 경제의 성장 예상치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중국 경제정책 입안자나 집행자들의 시각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실제로도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적지 않다.
중국 경제에 대한 이런 상반된 시각은 ‘적극적 재정정책’ 부분에서 확실히 드러난다. 이날 보고회에서 왕교수가 투자과열이라고 지적하면서 근거로 내세운 것이 1950년대 말 리우구어광, 동보넝 두 원로교수가 중국 경제의 적정 투자비율은 25%라고 한 연구결과였다. 왕교수는 2000년 현재 50%에 달하는 투자율을 지적하면서 이것이 50~60년대 15%대의 집적률(투자율에 상응하는 사회주의의 개념)은 물론 8차 5개년 계획기간의 30%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며 투자와 소비 간의 심각한 불균형을 우려했다.
사실 이 문제는 중국이 적극적 재정정책을 쓸 때부터 계속된 고민이었다. 97년 이후 중국의 투자율이 점점 높아지자 주룽지 총리는 한때 위기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때 자문에 응한 중국사회과학원의 한 교수가 리우구어광, 동보넝 두 원로교수의 연구를 인용하면서 당시 소비수준과 지금의 소비수준은 천지 차이라는 점을 들어 투자와 소비 간의 연관관계에 대해 설명하자 주총리는 전적으로 동의했고 투자 확대 쪽으로 신념을 굳혔다고 하니 똑같은 자료를 인용하면서 이렇게 해석이 달라질 수도 있다.
정부 주도 투자에 대한 관점에서도 양측의 시각차는 확연히 드러난다. 투자가 정부 주도로 편중되어 있고 민간투자가 저조하다는 지적과 달리, 주류의 시각은 비정부 부분의 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데 일치하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계획위원회 경제연구소 소장인 천둥치(陳東琪) 교수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고질적인 유효수요 부족 상황에서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의 증가율이 아시아 금융위기 때의 14%대와 비교해 99년 5.1%, 2000년 9.3%로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비정부 부문 투자의 증가율이 2001년 1월에서 10월 사이 17.4%로 2000년의 9.3% 비해 현저히 높아졌음을 예로 들었다.
이런 정부의 공식입장은 왕교수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하지만 이 문제는 중국의 각 투자 부문의 형태에 대한 시각차에서 발생한 것이다. 천교수가 제시한 비정부 부문과 왕교수가 2001년 7.5% 증가했다고 주장하는 비국유 부문과의 차이인 것이다.
다음 중국의 올해 성장 예상치에 대한 논쟁을 살펴보자. 이 논쟁은 먼저 천교수가 중국 경제가 확대 내수정책의 실시로 외부의 장애를 극복하며 93~99년 7.1%의 성장률로 저점을 통과한 뒤 2000년 8%, 2001년 7.3%의 W형 파동을 그리고 있다며 2002년 성장 예상치로 7.5%를 제시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에 대해 왕젠(王建) 국가발전계획위원회 거시경제연구원 부주임은 선진국 경기가 바닥권에 있으며 중국 역시 하향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상반된 의견을 제시했다.
사실 이런 의견차는 늘 있어 왔다. 2001년 경제성장 예상치만 봐도 중국 경제가 V자를 그리며 8~9% 성장할 것이란 낙관론과, 7.5~8%의 안정적 성장을 할 것이라는 신중한 낙관론, 그리고 중국 경제의 회생력 부족으로 7~7.5% 성장할 것이라는 상대적 비관론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작년 중국 경제는 7.3%의 성장에 그쳤지만 그것이 상대적 비관론의 입장처럼 회생력 부족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렇게 중국 내 경제전망이 투자와 소비 관계를 중심으로 한 적극적 재정정책을 축으로 엇갈리고 있는 데 반해, 외부의 시각은 좀더 근본적인 문제에 쏠려 있다. 특히 요사이 유행하고 있는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관점의 책들은 이 부분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다.
중국 경제학계에서도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세 가지 방면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관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먼저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안정성장에 대한 문제다. 중국 경제는 96년 연착륙 성공 이후 7~8%대의 안정적인 성장을 계속하고 있지만 이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이 문제는 중국 정부로 하여금 계속적인 적극적 재정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게 하는 근본 원인인데, 이에 대해 앞에서 보았듯 비판의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다.
다음으로 구조조정은 외부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인데 중국은 현재 금융기관, 국유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문제 뿐 아니라 소유제개혁 등 체제개혁을 위한 전 사회적인 구조조정의 난제를 안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심각한 ‘두 방면의 격차’ 문제가 있다. 계층간 격차와 지역간 격차 이 두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중국의 고민이다. 계층 간 소득격차를 표시하는 지니계수를 보면 현재 중국은 0.4로, 20년 전 0.1~0.2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이 문제는 구조조정을 통한 실업과 맞물리면서 심각한 빈곤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빈곤이 도시에서는 부분적으로 나타나는 반면 농촌에서는 전면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하다.
이에 대해 중국 경제학계는 서구적인 급격한 구조조정에 일단 반대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다.
주룽지 총리가 서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중국의 국유기업은 세 명이 할 일을 다섯 명이 하고 있다. 서구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사회주의의 강점이다”고 한 것은 구조조정과 실업 사이에서 중국이 택할 수 있는 길을 웅변한다. 그렇다고 중국이 구조조정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중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사회 전반에 걸쳐 구조조정을 해오고 있으며 지금도 진행중이다. 특히 중국은 이 부분에 대한 외부의 노하우를 배우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국이 IMF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에 열중하고 있을 때 중국은 발빠르게 성업공사 관계자를 초청하여 그 경험을 전수받은 바 있다. 즉 중국은 구조조정을 모르는 게 아니라 할 수 없는 것이다. 급격한 구조조정이 가져올 사회불안이 두렵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 경제의 문제점은 중국 정부, 구체적으로는 중국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의 문제로 남는다. 객관적으로 중국 정부가 적절한 거시조절 정책을 실시함으로써 아시아 금융위기 전후로 급박한 위기를 넘기고 안정성장을 구가하고 있음에도 중국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들은 상존하고 있으며, 중국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외부의 시각에서 보면 너무 느리고 지루한 게 문제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는 그것만이 사회적 혼란을 줄이는 길이다.
중국 정부를 신뢰하는 입장에서 보면 중국 경제는 지금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를 신뢰하지 못한다면, 좀더 근본적으로 중국공산당을 타도의 대상으로 생각한다면 중국 경제는 지금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2001년 12월25일 중국사회과학원이 2002년 중국 경제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줄 의미 있는 보고회를 개최했다. 이 보고회는 중국사회과학원 내 ‘중국 경제 형세분석과 예측’ 프로젝트팀의 연구결과를 공유하는 자리로, 프로젝트팀의 실무 책임자인 원내 경제연구소 소장 리우수청(劉樹成), 수량경제연구소 소장 왕통산(汪同三) 두 교수가 발표를 맡았다. 참고로 중국사회과학원의 경제연구소는 당 정책과제를 주로 맡고 연구소장은 장쩌민(江澤民) 소조라 불릴 만큼 경제정책 입안의 핵심으로 꼽힌다. 수량경제연구소도 과거 주룽지(朱鎔基) 총리가 연구원으로 있던 곳이다. 어쨌든 시기적으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2001년 경제운영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한 덕분인지 보고회는 화기애애한 가운데 시작되었다.
먼저 발표를 진행한 리우 교수는 보고회 직전 하버드대에서 열린 중국사회과학원-하버드 연례 세미나의 분위기를 소개하며 중국 경제가 일화독수(一花獨秀·중국 홀로 잘 나가고 있다는 의미)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리우 교수의 발표에 이어 왕통산 교수의 발표가 시작되자 분위기는 반전했다. 왕교수는 중국 경제가 안정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두 가지 정책-중국 경제정책의 핵심인 적극적 재정정책과 정부 주도 투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10년 후 최강 vs 5년 내 몰락
사실 적극적 재정정책과 정부 주도의 투자, 이 두 가지는 중국 경제의 성장 예상치와 더불어 현재 중국 경제학계에서 관점이 엇갈리는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이날 왕교수의 지적은 중국사회과학원 내 몇몇 소장학자들과 지방의 일부 경제학자들이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조심스러운 비판의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대변한 것이었다.
중국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대내외의 비판론을 종합해 보면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중국의 적극적 재정정책은 97년 아시아 금융위기에 대응한 한시적인 정책인데 지금까지 계속해 온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다. 적극적 재정정책은 다음 네 가지 위험에 직면해 있다. 첫째, 적극적 재정정책의 성장기여도가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둘째, 국채 투자의 효과(중국어로 효익, 즉 효과와 수익을 동시에 가리킴)가 반감된다. 셋째, 재정 부담이 지속적으로 상승한다. 넷째, 채권상환의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재정 상황을 보면 부채의존도가 60%나 되어 선진국의 10%대는 물론 개발도상국 평균인 25%보다 월등히 높아 이들의 우려가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있다.
다음은 정부 주도의 투자가 지닌 위험성이다. 왕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중국 정부의 성장은 내수와 투자가 주도하고 있는데, 이 투자의 구성에서 정부 주도의 투자는 계속 증가하는 반면 민간 주도의 투자 비중이 줄어들고 있으며 증가율 자체도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중국 경제가 기형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끝으로 이들은 상술한 주장을 근거로 결론적으로 중국 경제의 성장 예상치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중국 경제정책 입안자나 집행자들의 시각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실제로도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적지 않다.
중국 경제에 대한 이런 상반된 시각은 ‘적극적 재정정책’ 부분에서 확실히 드러난다. 이날 보고회에서 왕교수가 투자과열이라고 지적하면서 근거로 내세운 것이 1950년대 말 리우구어광, 동보넝 두 원로교수가 중국 경제의 적정 투자비율은 25%라고 한 연구결과였다. 왕교수는 2000년 현재 50%에 달하는 투자율을 지적하면서 이것이 50~60년대 15%대의 집적률(투자율에 상응하는 사회주의의 개념)은 물론 8차 5개년 계획기간의 30%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며 투자와 소비 간의 심각한 불균형을 우려했다.
사실 이 문제는 중국이 적극적 재정정책을 쓸 때부터 계속된 고민이었다. 97년 이후 중국의 투자율이 점점 높아지자 주룽지 총리는 한때 위기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때 자문에 응한 중국사회과학원의 한 교수가 리우구어광, 동보넝 두 원로교수의 연구를 인용하면서 당시 소비수준과 지금의 소비수준은 천지 차이라는 점을 들어 투자와 소비 간의 연관관계에 대해 설명하자 주총리는 전적으로 동의했고 투자 확대 쪽으로 신념을 굳혔다고 하니 똑같은 자료를 인용하면서 이렇게 해석이 달라질 수도 있다.
정부 주도 투자에 대한 관점에서도 양측의 시각차는 확연히 드러난다. 투자가 정부 주도로 편중되어 있고 민간투자가 저조하다는 지적과 달리, 주류의 시각은 비정부 부분의 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데 일치하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계획위원회 경제연구소 소장인 천둥치(陳東琪) 교수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고질적인 유효수요 부족 상황에서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의 증가율이 아시아 금융위기 때의 14%대와 비교해 99년 5.1%, 2000년 9.3%로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비정부 부문 투자의 증가율이 2001년 1월에서 10월 사이 17.4%로 2000년의 9.3% 비해 현저히 높아졌음을 예로 들었다.
이런 정부의 공식입장은 왕교수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하지만 이 문제는 중국의 각 투자 부문의 형태에 대한 시각차에서 발생한 것이다. 천교수가 제시한 비정부 부문과 왕교수가 2001년 7.5% 증가했다고 주장하는 비국유 부문과의 차이인 것이다.
다음 중국의 올해 성장 예상치에 대한 논쟁을 살펴보자. 이 논쟁은 먼저 천교수가 중국 경제가 확대 내수정책의 실시로 외부의 장애를 극복하며 93~99년 7.1%의 성장률로 저점을 통과한 뒤 2000년 8%, 2001년 7.3%의 W형 파동을 그리고 있다며 2002년 성장 예상치로 7.5%를 제시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에 대해 왕젠(王建) 국가발전계획위원회 거시경제연구원 부주임은 선진국 경기가 바닥권에 있으며 중국 역시 하향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상반된 의견을 제시했다.
사실 이런 의견차는 늘 있어 왔다. 2001년 경제성장 예상치만 봐도 중국 경제가 V자를 그리며 8~9% 성장할 것이란 낙관론과, 7.5~8%의 안정적 성장을 할 것이라는 신중한 낙관론, 그리고 중국 경제의 회생력 부족으로 7~7.5% 성장할 것이라는 상대적 비관론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작년 중국 경제는 7.3%의 성장에 그쳤지만 그것이 상대적 비관론의 입장처럼 회생력 부족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렇게 중국 내 경제전망이 투자와 소비 관계를 중심으로 한 적극적 재정정책을 축으로 엇갈리고 있는 데 반해, 외부의 시각은 좀더 근본적인 문제에 쏠려 있다. 특히 요사이 유행하고 있는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관점의 책들은 이 부분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다.
중국 경제학계에서도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세 가지 방면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관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먼저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안정성장에 대한 문제다. 중국 경제는 96년 연착륙 성공 이후 7~8%대의 안정적인 성장을 계속하고 있지만 이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이 문제는 중국 정부로 하여금 계속적인 적극적 재정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게 하는 근본 원인인데, 이에 대해 앞에서 보았듯 비판의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다.
다음으로 구조조정은 외부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인데 중국은 현재 금융기관, 국유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문제 뿐 아니라 소유제개혁 등 체제개혁을 위한 전 사회적인 구조조정의 난제를 안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심각한 ‘두 방면의 격차’ 문제가 있다. 계층간 격차와 지역간 격차 이 두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중국의 고민이다. 계층 간 소득격차를 표시하는 지니계수를 보면 현재 중국은 0.4로, 20년 전 0.1~0.2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이 문제는 구조조정을 통한 실업과 맞물리면서 심각한 빈곤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빈곤이 도시에서는 부분적으로 나타나는 반면 농촌에서는 전면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하다.
이에 대해 중국 경제학계는 서구적인 급격한 구조조정에 일단 반대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다.
주룽지 총리가 서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중국의 국유기업은 세 명이 할 일을 다섯 명이 하고 있다. 서구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사회주의의 강점이다”고 한 것은 구조조정과 실업 사이에서 중국이 택할 수 있는 길을 웅변한다. 그렇다고 중국이 구조조정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중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사회 전반에 걸쳐 구조조정을 해오고 있으며 지금도 진행중이다. 특히 중국은 이 부분에 대한 외부의 노하우를 배우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국이 IMF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에 열중하고 있을 때 중국은 발빠르게 성업공사 관계자를 초청하여 그 경험을 전수받은 바 있다. 즉 중국은 구조조정을 모르는 게 아니라 할 수 없는 것이다. 급격한 구조조정이 가져올 사회불안이 두렵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 경제의 문제점은 중국 정부, 구체적으로는 중국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의 문제로 남는다. 객관적으로 중국 정부가 적절한 거시조절 정책을 실시함으로써 아시아 금융위기 전후로 급박한 위기를 넘기고 안정성장을 구가하고 있음에도 중국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들은 상존하고 있으며, 중국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외부의 시각에서 보면 너무 느리고 지루한 게 문제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는 그것만이 사회적 혼란을 줄이는 길이다.
중국 정부를 신뢰하는 입장에서 보면 중국 경제는 지금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를 신뢰하지 못한다면, 좀더 근본적으로 중국공산당을 타도의 대상으로 생각한다면 중국 경제는 지금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