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창호를 상대로 두 번 연거푸 이기는 일은 역시 하늘의 별 따기였다. 흑1은 아주 평범한 수 같아 보이나 이런 데서 이 9단의 형세판단의 힘을 본다. 유리한 바둑을 쉽게 닦아나가는 힘! 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흑1에 정상적으로 응수한다면 백2로 받는 것. 그러면 흑9까지, 하나 이건 탐탁지 않다. 그래서 백2로 변화를 꾀했는데 흑3이 냉정하고도 정확한 카운터펀치. 흑21까지 격차는 더 벌어지고 말았다.
백2에 대해 흑이 16으로 응하는 것은, 즉 백A에 흑B가 교환돼 있다고 가정하면 흑7 때 백은 8을 생략하고 좌변을 지킬 여유가 있다. 흑이 좌하귀를 추궁하더라도 백C로 막고 사는 숨통이 있기 때문이다. 145수 끝, 흑 불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