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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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으로 성장 진통 … 일본 젊은이 감성 터치

  • 입력2004-11-23 1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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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인으로 성장 진통 … 일본 젊은이 감성 터치
    누군가의 말대로 ‘청춘’이란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라면 인간의 생은 한없이 쓸쓸할 것이다. 많은 영화가 청춘의 의지와 정열과 용기에 주목하는 것은 이때의 인간이 그 어떤 꽃보다 아름답기 때문이다. 흔히 청춘영화라고 하면 번뇌하고 방황하고 절망하는 인물이 등장하고, 이들이 통과의례처럼 겪는 사랑이 양념으로 끼어들게 마련이지만 그런 도식을 살짝 비켜가는 두 편의 일본 영화가 있어 눈길을 끈다.

    ‘러브레터’로 잘 알려진 일본 이와이 슈ㄴ지 감독의 조감독이었던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의 영화 ‘GO’(사진)는 일본 최대의 영화사 도에이와 한국의 스타맥스가 함께 만든 한일 합작영화. 일본 아이들(idol) 스타 쿠보즈카 요스케와 시바사키 코우가 주연을 맡았고, 명계남 김민 등이 깜짝 출연한다.

    작년 나오키상 수상작인 재일동포 3세 작가 가네시로 카즈키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이 영화에는 재일한국인 고등학생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스기하라는 중학교까지 조총련계 학교를 다녔지만 고등학교는 일본학교로 진학한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권투를 배운 그의 주변에는 일본인 친구도 많다. 매일 그들과 보내는 게 즐겁지만 진정으로 위안을 얻는 친구는 민족학교를 같이 다닌 정일이. 어느 날 스기하라는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사쿠라이에게 한눈에 사랑을 느끼고 둘은 서서히 가까워진다. 그녀와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그는 자신이 일본계 한국인이라는 사실로 불안해진다.

    언뜻 발랄한 소년 소녀의 사랑이야기 같지만 그 속에 민족의 정체성과 이데올로기 등 묵직한 주제가 조밀하고 촘촘하게 녹아 있다. 새로울 것 없는 주제지만, 젊은이들의 삶의 방식을 그들의 시점에서 속도감 있고 경쾌하게 그려낸 점이 영화의 매력.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전차와 경주를 하면서 뒤지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선로 위를 달리는 위험한 장난에 몰두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처럼 영화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를 ‘쿨’하게 풀어간다.

    한편 오쿠하라 히로시 감독의 영화 ‘타임리스 멜로디’는 일본 내 프리터족 젊은이들이 등장한다. 낡은 당구장의 점원 가와모토와 학교를 자퇴하고 웨이트리스를 하는 소녀 지카코, 어린 시절 실종된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피아노 조율사 다무라. 이들 세 젊은이는 무미건조한 나날을 보내면서 이따금 당구장에 모여 잼 세션(즉흥 연주)을 연다. 불친절할 만큼 대담하게 편집된 화면에도 불구하고 섬세한 영상의 구석구석까지 등장인물의 감정이 파고들어 보는 이의 마음에 깊숙이 전달된다. 일본영화답지 않은 무국적 분위기를 지닌 이 영화는 세 주인공 사이에 흐르는 분위기를 아무런 대사 없이 간결하게 표현해낸다. 공허한 현대 젊은이들의 정서상태를 표현했다고 할까. 이해하기보단 있는 그대로를 느끼고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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