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한 달을 넘겼다. 원하는 성과를 얻고 있다는 것이 백악관과 펜타곤의 자평이다. 아프가니스탄을 남과 북 두 전역(theater)으로 나누어 실시한 한 달간의 공습은 대(對)테러 전쟁의 1회전이었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진두지휘하는 펜타곤의 군사 전략대로라면, 1회전이 끝나기 전에 탈레반은 이미 많은 이탈자가 생겨 붕괴 직전이어야 하고, 지금쯤 탈레반의 후속 정권을 선택하는 문제로 고민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탈레반은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100년이 가더라도 싸우겠다”고 기세등등하다. 또한 미국의 초기 공습을 버텨냄으로써 자신감마저 얻었다.
공습 한 달이 지나고 다음날인 지난 11월8일, 미국의 한 달간 전쟁 전략을 평가한 ‘뉴욕 타임스’의 한 기사는 “펜타곤이 원했던 것은 미군의 공습으로 알 카에다와 탈레반 지도자들이 은신처에서 빠져나와 외부에 노출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특공대를 태운 무장 헬리콥터들이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핵심 추종자들을 맹렬히 추격하는 장면이 연출되었을 것이다. 이것이 펜타곤이 머릿속에 그린 것이었다”고 쓰고 있다. 하지만 펜타곤의 희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살았든 죽었든’ 빈 라덴을 잡고야 말겠다고 벼른 부시 대통령은 1회전의 결과가 드러나기 시작하자 ‘1회전은 졌다’는 미 국내 여론에 부딪혔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연구원인 로버트 케이건은 초기전 완패론자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외교 군사 정치 모든 면에서 1회전은 완패다. 특히 군사작전을 볼 때, 적을 과소평가해 패배한 베트남전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빈 라덴을 못 잡을 수도 있다는 럼스펠드 장관의 말이나 예상 외로 저항이 완강하다고 한 펜타곤 지휘부의 언급은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은 것이라고 본다.”
진보진영 인사들은 부시 행정부의 대아프간 공습에 더 냉소적이다. “미국은 지금 아프가니스탄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빠져들었다. 탈레반을 상대로 한 전쟁의 1회전에서 패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탈레반에게 졌다.”(‘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제이콥 헤일브룬 논설위원)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군사작전은 처음부터 장기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의 현지 조건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제정치 상황과 미국 내 강경파와 온건파의 날카로운 의견 대립이 지금도 공습의 강도와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우선, 아프가니스탄 공습 시작 전에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 전쟁 확산 여부였다. 아프가니스탄 영토 바깥으로 전쟁을 확산시키느냐 마느냐 하는 확전론의 일차 대상은 물론 이라크를 겨냥한 것이었다. 폴 월포위츠 국방차관이 보수 강경파를 대표해 확전론의 중심에 섰고,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확전 불가론으로 맞섰다. 그렇지 않아도 파월 장관은 부시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보수파 외교정책 참모들로부터 국제연대 구축에만 너무 집착한다는 비판을 받던 참이었다.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시작되면서 확전론의 기세는 일단 수그러들었고, 파월 국무장관에게 힘이 실렸다. 그러나 공습이 진행되면서 강온의 의견 대립이 또 불거졌다. 탈레반 붕괴를 전제로 한 아프가니스탄의 차기 정권 문제였다. 파월 장관은 협상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며, 공습 속도를 늦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습 개시 초기에 탈레반 전선에 대한 공습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진 것도 이 때문이었다.
아프가니스탄 북부동맹은 불평을 터뜨렸다. 초기에 대규모 맹폭을 퍼부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국 내 강경파도 파월 장관의 국무부에 화살을 돌렸다. “국무부의 전략은 전쟁 속도를 늦추고 탈레반에 대한 우리의 승리를 연기시키는 꼴”이라며 파월 장관의 ‘지연 전략’(go slow’ strategy)을 비난했다.
‘워싱턴 포스트’의 칼럼니스트 E. J. 다이온은 “이런 문제들은 워싱턴 정책 결정자라면 누구나 겪은 전통적인 숙제”라면, “국무부는 탈레반 이후 아프가니스탄이 원만한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전쟁 속도를 늦추었으면 한다”고 평했다.
부시 대통령은 기다렸다. 그러나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본격적인 공습이 너무 늦어질 경우 애써 구축한 국제연대 국가들의 기억에서 9월11일의 테러참상은 점차 희미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부시 행정부는 이제 더 이상 어정쩡한 공습은 없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탈레반의 패색을 짙게 만드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미국이 과연 군사적으로 완전한 승리를 거둘 수 있는가? 완전한 승리라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가? 어떤 상태가 완전한 승리인가? 또 군사적 승리라는 것이 정치적 해법 없이도 가능한 것일까?
미국의 고민은 이것이다. 이런 질문들에 대해 어느 누구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E. J. 다이온은 이에 대해 “탈레반을 척결했다고 해서 테러 네트워크를 없앴다고 할 수는 없다. 아프가니스탄에 미국에 우호적이고 국제 테러를 적대시하는 정치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친미 정권 수립이다.
다부족 국가며 파키스탄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고, 뚜렷한 중심 세력이 없는 아프가니스탄의 정치적 장래는 미국조차 성급한 판단을 내리기 힘든 상황이다. 미국은 현재 반탈레반 전선에서는 북부동맹을 필요로 하며, 차기 정권에 북부동맹 일부가 참여하는 것까지는 수긍하지만, 탈레반 이후 정권을 북부동맹에 단독으로 맡길 생각은 없다.
북부동맹 자체의 구심점이 없을 뿐 아니라 정치 색깔마저 모호한 탓이다. 북부동맹에 참여한 부족 가운데 타지크와 우즈벡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파키스탄은 이들에게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등 내부 사정이 얽힐 대로 얽혀 있다.
파월 장관은 탈레반 이후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미국은 상관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외교에 개입할 경우 정치적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 파월 독트린의 기본이다. 이 말은 군사행동을 할 경우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막강한 군사력으로 끝장을 봐야 하며, 군사 개입을 하기 전에 언제 빠져나올지도 정해놓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경파들에게서 수동적 고립주의라고 손가락질받긴 하지만 이 파월 독트린은 9월11일 대참사 이후 미 외교정책에서 일정한 몫을 해낸 것도 사실이다.
미국의 대테러 전쟁은 군사 전략과 외교 전략, 게다가 국내 정치와 맞물려 그 폭과 속도가 달라진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연대 구축에 동참하는 새 질서도 만들어졌다. 이런 새 질서에 대해서도 역시 미국 내 강온파의 해석은 사뭇 다르다.
‘이코노미스트’는 최신 호에 이렇게 썼다. ‘콜린 파월은 세계 지도를 다시 그리고 싶어한다. 그의 보스도 같은 그림을 구상하고 있는 것일까?‘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진두지휘하는 펜타곤의 군사 전략대로라면, 1회전이 끝나기 전에 탈레반은 이미 많은 이탈자가 생겨 붕괴 직전이어야 하고, 지금쯤 탈레반의 후속 정권을 선택하는 문제로 고민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탈레반은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100년이 가더라도 싸우겠다”고 기세등등하다. 또한 미국의 초기 공습을 버텨냄으로써 자신감마저 얻었다.
공습 한 달이 지나고 다음날인 지난 11월8일, 미국의 한 달간 전쟁 전략을 평가한 ‘뉴욕 타임스’의 한 기사는 “펜타곤이 원했던 것은 미군의 공습으로 알 카에다와 탈레반 지도자들이 은신처에서 빠져나와 외부에 노출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특공대를 태운 무장 헬리콥터들이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핵심 추종자들을 맹렬히 추격하는 장면이 연출되었을 것이다. 이것이 펜타곤이 머릿속에 그린 것이었다”고 쓰고 있다. 하지만 펜타곤의 희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살았든 죽었든’ 빈 라덴을 잡고야 말겠다고 벼른 부시 대통령은 1회전의 결과가 드러나기 시작하자 ‘1회전은 졌다’는 미 국내 여론에 부딪혔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연구원인 로버트 케이건은 초기전 완패론자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외교 군사 정치 모든 면에서 1회전은 완패다. 특히 군사작전을 볼 때, 적을 과소평가해 패배한 베트남전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빈 라덴을 못 잡을 수도 있다는 럼스펠드 장관의 말이나 예상 외로 저항이 완강하다고 한 펜타곤 지휘부의 언급은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은 것이라고 본다.”
진보진영 인사들은 부시 행정부의 대아프간 공습에 더 냉소적이다. “미국은 지금 아프가니스탄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빠져들었다. 탈레반을 상대로 한 전쟁의 1회전에서 패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탈레반에게 졌다.”(‘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제이콥 헤일브룬 논설위원)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군사작전은 처음부터 장기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의 현지 조건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제정치 상황과 미국 내 강경파와 온건파의 날카로운 의견 대립이 지금도 공습의 강도와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우선, 아프가니스탄 공습 시작 전에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 전쟁 확산 여부였다. 아프가니스탄 영토 바깥으로 전쟁을 확산시키느냐 마느냐 하는 확전론의 일차 대상은 물론 이라크를 겨냥한 것이었다. 폴 월포위츠 국방차관이 보수 강경파를 대표해 확전론의 중심에 섰고,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확전 불가론으로 맞섰다. 그렇지 않아도 파월 장관은 부시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보수파 외교정책 참모들로부터 국제연대 구축에만 너무 집착한다는 비판을 받던 참이었다.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시작되면서 확전론의 기세는 일단 수그러들었고, 파월 국무장관에게 힘이 실렸다. 그러나 공습이 진행되면서 강온의 의견 대립이 또 불거졌다. 탈레반 붕괴를 전제로 한 아프가니스탄의 차기 정권 문제였다. 파월 장관은 협상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며, 공습 속도를 늦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습 개시 초기에 탈레반 전선에 대한 공습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진 것도 이 때문이었다.
아프가니스탄 북부동맹은 불평을 터뜨렸다. 초기에 대규모 맹폭을 퍼부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국 내 강경파도 파월 장관의 국무부에 화살을 돌렸다. “국무부의 전략은 전쟁 속도를 늦추고 탈레반에 대한 우리의 승리를 연기시키는 꼴”이라며 파월 장관의 ‘지연 전략’(go slow’ strategy)을 비난했다.
‘워싱턴 포스트’의 칼럼니스트 E. J. 다이온은 “이런 문제들은 워싱턴 정책 결정자라면 누구나 겪은 전통적인 숙제”라면, “국무부는 탈레반 이후 아프가니스탄이 원만한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전쟁 속도를 늦추었으면 한다”고 평했다.
부시 대통령은 기다렸다. 그러나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본격적인 공습이 너무 늦어질 경우 애써 구축한 국제연대 국가들의 기억에서 9월11일의 테러참상은 점차 희미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부시 행정부는 이제 더 이상 어정쩡한 공습은 없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탈레반의 패색을 짙게 만드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미국이 과연 군사적으로 완전한 승리를 거둘 수 있는가? 완전한 승리라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가? 어떤 상태가 완전한 승리인가? 또 군사적 승리라는 것이 정치적 해법 없이도 가능한 것일까?
미국의 고민은 이것이다. 이런 질문들에 대해 어느 누구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E. J. 다이온은 이에 대해 “탈레반을 척결했다고 해서 테러 네트워크를 없앴다고 할 수는 없다. 아프가니스탄에 미국에 우호적이고 국제 테러를 적대시하는 정치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친미 정권 수립이다.
다부족 국가며 파키스탄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고, 뚜렷한 중심 세력이 없는 아프가니스탄의 정치적 장래는 미국조차 성급한 판단을 내리기 힘든 상황이다. 미국은 현재 반탈레반 전선에서는 북부동맹을 필요로 하며, 차기 정권에 북부동맹 일부가 참여하는 것까지는 수긍하지만, 탈레반 이후 정권을 북부동맹에 단독으로 맡길 생각은 없다.
북부동맹 자체의 구심점이 없을 뿐 아니라 정치 색깔마저 모호한 탓이다. 북부동맹에 참여한 부족 가운데 타지크와 우즈벡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파키스탄은 이들에게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등 내부 사정이 얽힐 대로 얽혀 있다.
파월 장관은 탈레반 이후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미국은 상관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외교에 개입할 경우 정치적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 파월 독트린의 기본이다. 이 말은 군사행동을 할 경우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막강한 군사력으로 끝장을 봐야 하며, 군사 개입을 하기 전에 언제 빠져나올지도 정해놓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경파들에게서 수동적 고립주의라고 손가락질받긴 하지만 이 파월 독트린은 9월11일 대참사 이후 미 외교정책에서 일정한 몫을 해낸 것도 사실이다.
미국의 대테러 전쟁은 군사 전략과 외교 전략, 게다가 국내 정치와 맞물려 그 폭과 속도가 달라진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연대 구축에 동참하는 새 질서도 만들어졌다. 이런 새 질서에 대해서도 역시 미국 내 강온파의 해석은 사뭇 다르다.
‘이코노미스트’는 최신 호에 이렇게 썼다. ‘콜린 파월은 세계 지도를 다시 그리고 싶어한다. 그의 보스도 같은 그림을 구상하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