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9일 치안총수 자리에 오른 신임 이팔호(李八浩) 경찰청장에 대한 경찰 안팎의 반응은 ‘놀라움’ 속의 ‘긍정’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청장의 경찰청장 임용을 예견하지 못한 것은 그가 순경 출신의 비호남권 인사라는 점 때문이다. 정권 말기 운명을 같이할 치안총수 자리에는 대통령과 동향 출신의 간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전임 청장과 간부 후보생 동기인 데다 자민련 텃밭인 충남 출신의 청장이 발탁되리라고는 누구도 생각 못한 것이 사실. 게다가 이청장은 경찰간부 후보생 19기로 경위에 임관되기 두 해 전인 지난 68년 이미 순경으로 경찰직을 시작한 인물이다. 고시 출신과 간부 후보생이 득세하는 현 상황에서 순경 출신의 치안총수 간택은 ‘파격’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역편중 인사 논란으로 여권의 인적쇄신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보면 이는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대통령이 여당 총재직까지 내놓은 상황에서 내년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호남 출신을 청장에 앉힐 경우 경찰 안팎에서 터져나올 불만은 여권이 짊어지기에 너무 큰 부담이었기 때문. 현 정권에서 비호남 출신이 경찰총장으로 있었던 것은 경북 출신 김광식(金光植) 청장의 재임기간 10개월이 전부였다.
이 같은 상황과 맞물려 이무영 전임 청장이 퇴임 이전 전북도지사 출마를 공공연히 밝히면서 생긴 경찰조직의 동요도 그가 총수로 발탁된 또 다른 요인이 됐다. 실제 그는 치안정감 중 나이와 경찰 입문에서 가장 앞설 뿐 아니라, 서울경찰청장이 후임 경찰청장에 오르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진 상황에서 조직을 추스르기 위해서는 ‘순리’(順理)를 따를 수밖에 없었던 것.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그를 경찰청장에 오르게 한 결정적 요인으로 절대로 적을 두지 않는 그의 성품을 꼽는다. 그와 동기생인 경찰간부 후보 19기 출신들은 경찰 내에서 ‘인물’이 많기로 정평난 기수. 이무영 전 청장을 비롯해 치안정감만 무려 5명을 배출했다. 서울 경찰청장에 오르기 전까지 동기생 중 최선두 그룹에 단 한번도 속하지 못한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동기생에 대한 평가는 입밖에 꺼내지 않았다. 경찰청장 발표가 있기 며칠 전 그는 사석에서 “청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내가 되고 싶다고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지금까지 거쳐온 어떤 자리도 내가 되려고 노력한 적은 없다”며 “주어지는 대로 살아가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운명론적 처세술을 그대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그가 ‘나무에서 감이 떨어지기 만을 기다리는’ 사람은 아니다. 빈틈없는 일 처리로 소리없이 빛을 내며 때를 기다렸다는 표현이 적합할 듯하다. 서울 용산경찰서 형사계장을 시작으로 ‘범죄와의 전쟁’ 당시 서울경찰청 폭력과장을 거친 그는 조직폭력배의 계보를 정확히 꿰뚫고 있는 경찰 내 ‘형사통’. 지난 94년에는 당시 창설된 광역수사단 초대단장에 취임하며 부하 직원들에게 “범인과 함께 죽을 각오가 서 있지 않은 사람은 당장 나가라”고 말할 정도로 업무 면에서는 완벽주의자에 가깝다.
조폭 계보 꿰뚫는 형사통 … 험난한 정국서 역할 주목
‘형사통’답게 판단력과 기획수사력에서도 일가를 이루었다는 평가다. 경찰청 형사국장 당시 그는 탈옥수 신창원 검거 직후 내부 반발을 무릅쓰고 신창원의 일기장을 공개했다. 수사권 독립을 둘러싸고 검찰과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에서도 경찰을 조롱하는 내용이 가득 담긴 일기장을 공개한 것. 검찰과 언론의 쓸데없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판단은 옳았고 경찰은 이후 더 이상 신창원 파장에 휩쓸리지 않았다. 충남경찰청장 재직 때 시작해 본청 형사국장이 된 후 전국적으로 확대한 ‘아파트 운영 관리비 실태 수사’는 여론으로부터 “경찰 역사상 가장 국민의 공감대를 얻은 수사”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는 취임사에서도 “경찰의 존립 목적은 바로 생활치안의 확보”라며 첫번째 추진과제로 “모든 국민이 범죄에 대한 불안 없이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순경에서 출발해 경찰 총수에 오른 그의 입지전적 ‘뚝심’이 험난한 정국에서 얼마나 빛을 발할지 주목된다.
이청장의 경찰청장 임용을 예견하지 못한 것은 그가 순경 출신의 비호남권 인사라는 점 때문이다. 정권 말기 운명을 같이할 치안총수 자리에는 대통령과 동향 출신의 간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전임 청장과 간부 후보생 동기인 데다 자민련 텃밭인 충남 출신의 청장이 발탁되리라고는 누구도 생각 못한 것이 사실. 게다가 이청장은 경찰간부 후보생 19기로 경위에 임관되기 두 해 전인 지난 68년 이미 순경으로 경찰직을 시작한 인물이다. 고시 출신과 간부 후보생이 득세하는 현 상황에서 순경 출신의 치안총수 간택은 ‘파격’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역편중 인사 논란으로 여권의 인적쇄신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보면 이는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대통령이 여당 총재직까지 내놓은 상황에서 내년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호남 출신을 청장에 앉힐 경우 경찰 안팎에서 터져나올 불만은 여권이 짊어지기에 너무 큰 부담이었기 때문. 현 정권에서 비호남 출신이 경찰총장으로 있었던 것은 경북 출신 김광식(金光植) 청장의 재임기간 10개월이 전부였다.
이 같은 상황과 맞물려 이무영 전임 청장이 퇴임 이전 전북도지사 출마를 공공연히 밝히면서 생긴 경찰조직의 동요도 그가 총수로 발탁된 또 다른 요인이 됐다. 실제 그는 치안정감 중 나이와 경찰 입문에서 가장 앞설 뿐 아니라, 서울경찰청장이 후임 경찰청장에 오르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진 상황에서 조직을 추스르기 위해서는 ‘순리’(順理)를 따를 수밖에 없었던 것.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그를 경찰청장에 오르게 한 결정적 요인으로 절대로 적을 두지 않는 그의 성품을 꼽는다. 그와 동기생인 경찰간부 후보 19기 출신들은 경찰 내에서 ‘인물’이 많기로 정평난 기수. 이무영 전 청장을 비롯해 치안정감만 무려 5명을 배출했다. 서울 경찰청장에 오르기 전까지 동기생 중 최선두 그룹에 단 한번도 속하지 못한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동기생에 대한 평가는 입밖에 꺼내지 않았다. 경찰청장 발표가 있기 며칠 전 그는 사석에서 “청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내가 되고 싶다고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지금까지 거쳐온 어떤 자리도 내가 되려고 노력한 적은 없다”며 “주어지는 대로 살아가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운명론적 처세술을 그대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그가 ‘나무에서 감이 떨어지기 만을 기다리는’ 사람은 아니다. 빈틈없는 일 처리로 소리없이 빛을 내며 때를 기다렸다는 표현이 적합할 듯하다. 서울 용산경찰서 형사계장을 시작으로 ‘범죄와의 전쟁’ 당시 서울경찰청 폭력과장을 거친 그는 조직폭력배의 계보를 정확히 꿰뚫고 있는 경찰 내 ‘형사통’. 지난 94년에는 당시 창설된 광역수사단 초대단장에 취임하며 부하 직원들에게 “범인과 함께 죽을 각오가 서 있지 않은 사람은 당장 나가라”고 말할 정도로 업무 면에서는 완벽주의자에 가깝다.
조폭 계보 꿰뚫는 형사통 … 험난한 정국서 역할 주목
‘형사통’답게 판단력과 기획수사력에서도 일가를 이루었다는 평가다. 경찰청 형사국장 당시 그는 탈옥수 신창원 검거 직후 내부 반발을 무릅쓰고 신창원의 일기장을 공개했다. 수사권 독립을 둘러싸고 검찰과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에서도 경찰을 조롱하는 내용이 가득 담긴 일기장을 공개한 것. 검찰과 언론의 쓸데없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판단은 옳았고 경찰은 이후 더 이상 신창원 파장에 휩쓸리지 않았다. 충남경찰청장 재직 때 시작해 본청 형사국장이 된 후 전국적으로 확대한 ‘아파트 운영 관리비 실태 수사’는 여론으로부터 “경찰 역사상 가장 국민의 공감대를 얻은 수사”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는 취임사에서도 “경찰의 존립 목적은 바로 생활치안의 확보”라며 첫번째 추진과제로 “모든 국민이 범죄에 대한 불안 없이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순경에서 출발해 경찰 총수에 오른 그의 입지전적 ‘뚝심’이 험난한 정국에서 얼마나 빛을 발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