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의약분업을 시작한 지 만 1년이 훌쩍 지났다. 1년이 지난 지금 ‘의약분업이 불편하지만 꼭 해야 하는 것’이란 정부의 당초 주장은 점점 설득력을 잃어간다. ‘의약품의 오남용 방지’라는 최대 대의명분이 보험급여 약제비 폭증으로 취지 자체가 무색해졌기 때문. 이는 결국 올 2월 건강보험 재정 파탄의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특히 인체의 면역체계를 무너뜨리는 세계 1위의 항생제 남용 관행을 줄이자는 목표는 건강보험 재정 파탄 책임 논란에 묻혀 검증조차 되지 않았다. 의약계 일부에서는 의사들의 항생제 처방 남용으로 의약분업이 오히려 약화(藥禍)를 키우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된 상태. 하지만 정부는 “의약 분업으로 약사의 임의조제가 완전히 사라졌으므로 항생제 처방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당위론만 펼친다.
그렇다면 지난 1년 동안 약물의 오·남용으로 인한 ‘약화’는 실제로 줄었을까. 최근 모 대학병원에서 항생제 내성 판정을 받고 내성균에 의한 2차 감염까지 된 것으로 밝혀진 회사원 김모씨(33)의 사례는 분업 후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피해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올 들어 물을 조금만 먹어도 몸이 붓고, 배탈이 나거나 목의 염증으로 열이 40℃를 오르내리는 증상이 계속된 김씨는 동네의원을 전전하며 석 달 이상 항생제를 처방 받았다. 경구제(먹는 약)와 주사제 처방을 함께 받은 날이 30일을 넘을 정도. 하지만 대학병원의 검사 결과 동네의원들은 오히려 김씨의 병을 키우는 데 일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론적으로 항생제 처방이 효과를 전혀 볼 수 없는 ‘바이러스성’ 장염에 동네의원들은 항생제 처방을 남발한 것이었다. 결국 병은 낫지 않고, 항생제 내성만 생긴 꼴. 더욱이 면역이 약해진 호흡기에 항생제 내성 세균에 의한 2차 감염증상까지 발생해 이제는 일반 항생제를 처방해도 듣지 않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동네의원측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계속 일반 항생제만 투약한 것이었다. 김씨는 “의약분업 전 약국의 임의조제나 동네의원의 항생제 처방이 다를 것이 무엇이 있느냐”며 해당 의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대한감염학회의 한 관계자는 “분업 후 항생제 내성률의 증감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각 병원 감염내과로 들어오는 항생제 내성 환자와 기존 항생제 내성 균주로 인해 발생하는 2차 감염 환자의 수가 줄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의약분업의 항생제 절감효과에 대해 의문을 표한다.
특히 병원 입원환자의 항생제 내성균에 대한 감염실태는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보건복지부의 자체 조사 결과 올 들어 입원환자 중 항생제 내성균 감염으로 인한 환자의 추가 진료비 발생률이 수술 부위 감염은 100%, 병원성 균혈증 13.2%, 요로감염 3.6%, 병원성 폐렴 5%로 나타난 것. 그만큼 항생제 남용에 따른 폐해가 심각함을 입증하는 것이다.
“사실 의원급에서는 세균성인지 바이러스성 질환인지 구별할 시설과 능력이 없다. 항생제 내성에 대한 우려는 의사라면 누구나 하지만 당장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 하나쯤’이나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으로 항생제를 투여한다. 세균성이면 즉시 효과가 드러날 것이고, 바이러스성이면 그만이라는 식이다”(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송재훈 교수).
문제는 항생제 오·남용의 주범이 ‘의원급’이라는 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올해 1/4분기 항생제 처방경향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체 항생제 처방일수의 83%를 의원급(치과·한의과 제외)에서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에 대한 복지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분업 이후 전체 항생제 사용량에 대한 정확한 추계는 불가능하지만 약국 약사들에 의한 임의조제를 원천적으로 금지했으므로 항생제 사용량이 줄면 줄었지 늘 수는 없다는 입장. 따라서 항생제 남용 증가로 약화가 커졌다는 주장 또한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복지부는 지난 6월29일 ‘의약분업 시행 1년 평가 및 주요 업무 추진현황’이라는 자료를 통해 전체 항생제 사용량이 의약분업 이전과 비교해 31.5%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분업 이전 약국을 찾아 임의조제를 받은 환자 수가 절반 이상 사라졌다고 가정한 후 계산한 추정치로, 분업 전 약국에서 사용한 항생제가 전체 항생제 중 차지하는 비율 48.7%에, 분업 후 약국을 찾는 환자의 감소율 65%를 곱해서 나온 것이다. 약국을 찾아 임의조제를 받은 환자 수가 줄었으니 항생제 사용량도 그만큼 줄었을 것이라는 논리다.
과연 그럴까. 제약업계는 이에 대해 정반대의 분석을 내놓았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황상연 연구원은 “분업 이후 줄어들 것이라던 항생제 매출이 큰 폭으로 커지면서 해당 제약사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편함을 이유로 의원 처방을 기피하는 등 크게 위축할 것으로 예상된 의료수요가 분업 전 약국의 임의조제 수요를 의료기관이 그대로 흡수하면서 의원급을 중심으로 한 처방건수의 대대적 증가와 의료비 지출 증가로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대한제약협회의 항생제 시장에 대한 분석자료는 이를 그대로 증명한다. 지난 99년 7200억 원대에 머무른 전체 항생제 매출액이 지난해에는 8200억 원으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상반기 실적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9000억 원대는 쉽게 넘을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계는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1조 원대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결국 임의조제 금지로 항생제 처방이 자연 감소할 것이라는 복지부 가정은 잘못된 것이라는 게 제약업계의 주장이다.
분업 이전 약국의 항생제 수요가 의료기관에 그대로 흡수되었거나 더 늘어났다는 근거는 복지부의 자체 자료에서도 발견된다. 복지부가 올 5월 의약분업 이후 의료기관과 약국 이용에 따른 불편 정도에 대한 환자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답변자의 80%가 의료기관과 약국 두 군데를 따로 가는 것이 불편하지 않거나, 불편하지만 참을 만하다고 답했다. 이는 복지부가 의약분업의 조기 정착을 홍보하기 위해 발표한 자료지만, 역으로 해석하면 시민에게는 분업 이전의 약국 방문만큼이나 의료기관 방문이 쉬워졌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실제로 복지부는 지난 6월 말 발표한 자료에서 분업 전 의원당 월평균 1684명 수준이던 내원 환자가 지난해 12월 2187명으로 30% 늘었다고 발표했다.
더욱이 ‘주간동아’가 입수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의약분업 전후의 의약품 오·남용 실태분석’ 보고서(비공개자료)는 분업 후 의사들의 항생제 처방행태가 전혀 바뀌지 않고 오히려 처방건수가 늘었다고 밝혀 충격을 주었다. 이 보고서는 분업 이전인 2000년 1월과 분업 후인 2000년 12월(올 1·2월 급여 청구분) 각 의원이 심평원에 청구한 보험급여를 분석한 자료로, 보사연이 복지부의 용역을 받아 작성한 자료라는 점에서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평균 항생제 약제비가 분업 전 청구건당 1544원에서 분업 후 1856원으로 20.2% 증가했으며 전체 처방 건수 중 의사가 항생제를 처방하는 건수 비율도 분업 전 55.7%에서 분업 후 56%로 0.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0장의 처방전을 발행하면 그 중 6건은 항생제 처방이 들어 있다는 뜻이다. 특히 항생제 약제비의 경우 분업에서 제외한 주사제는 줄어든 반면, 경구제는 무려 36.3%가 증가했다. 이에 대해 보사연의 한 관계자는 “약제비가 늘어난 것은 처방건수가 늘어난 것에도 원인이 있지만, 의사들의 고가약 선호 경향도 한 요인이 되었다. 의약분업 초기 자료라 분업 자체가 항생제 처방과 어떤 상관성이 있는지를 이 자료로 파악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 이런 부작용에도 의사들의 항생제 처방행태가 바뀌지 않는 근본 이유는 뭘까. 먼저 의약계에서는 지난해 1월부터 시행한 의약품 실거래가 상한제의 정책 실패와 담합약국의 범람을 첫째 이유로 든다. 의사와 약사 사이의 감시 체계 가동으로 분업 후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 약가 마진이나 리베이트 등 경제적 이윤 동기가 담합약국의 등장으로 모두 의사들에게 집중되었기 때문. 서울시 서대문구의 한 개업의사는 “실거래가 제도의 실패로 분업 후에도 약품의 실거래가와 보험급여 청구가 사이에 발생하는 차익이 고스란히 의사에게 돌아간다. 분업 전보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항생제 선택에 대한 리베이트는 아직 상존하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4차례에 이르는 보험수가 인상 속에 개인의원이 크게 늘어난 것도 항생제 처방을 늘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같은 동네에 같은 진료과목 의원이 생기면서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서로 환자 치료의 ‘속효성 경쟁’을 벌이다 보니 항생제 처방을 남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 분업 이전인 지난해 4월 말 1만9332개이던 의원 수가 불과 1년 사이(올해 4월 말)에 2만405개로 1000여 개 이상 늘었다.
처방과 조제만 분리하면 항생제 처방이 자연히 줄어들 것이라는 복지부의 안일한 발상이 의약계에서 비판 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황상연 연구원은 “소비자의 항생제 선호 의식과, 치료의 속효성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의원급 1차 의료기관의 경쟁이라는 역학관계를 복지부가 지나친 측면이 크다. 이런 여건을 감안할 때, 항생제를 사용한 처방 패턴은 계속적으로 증가추세를 유지할 것이다”고 주장한다.
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우석균 정책실장은 “문제는 분업이라는 도구 외에 별도의 대책이 없다면 항생제 처방 관행을 바꿀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의약분업 초기에 의사들에게 항생제 투약을 근절하기 위한 추가대책을 미리 제시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실장은 “복지부가 항생제 투약관행을 줄이는 데 노력하자는 공문을 보내면 ‘소신대로 진료하라’며 ‘딴지’를 거는 의사단체들의 비협조적 태도도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이 모든 반론과 자료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 약품정책과는 아직 ‘의약분업=약화 감소’라는 이론적 가설에만 매달리는 게 우리 의료정책의 현실이다.
특히 인체의 면역체계를 무너뜨리는 세계 1위의 항생제 남용 관행을 줄이자는 목표는 건강보험 재정 파탄 책임 논란에 묻혀 검증조차 되지 않았다. 의약계 일부에서는 의사들의 항생제 처방 남용으로 의약분업이 오히려 약화(藥禍)를 키우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된 상태. 하지만 정부는 “의약 분업으로 약사의 임의조제가 완전히 사라졌으므로 항생제 처방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당위론만 펼친다.
그렇다면 지난 1년 동안 약물의 오·남용으로 인한 ‘약화’는 실제로 줄었을까. 최근 모 대학병원에서 항생제 내성 판정을 받고 내성균에 의한 2차 감염까지 된 것으로 밝혀진 회사원 김모씨(33)의 사례는 분업 후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피해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올 들어 물을 조금만 먹어도 몸이 붓고, 배탈이 나거나 목의 염증으로 열이 40℃를 오르내리는 증상이 계속된 김씨는 동네의원을 전전하며 석 달 이상 항생제를 처방 받았다. 경구제(먹는 약)와 주사제 처방을 함께 받은 날이 30일을 넘을 정도. 하지만 대학병원의 검사 결과 동네의원들은 오히려 김씨의 병을 키우는 데 일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론적으로 항생제 처방이 효과를 전혀 볼 수 없는 ‘바이러스성’ 장염에 동네의원들은 항생제 처방을 남발한 것이었다. 결국 병은 낫지 않고, 항생제 내성만 생긴 꼴. 더욱이 면역이 약해진 호흡기에 항생제 내성 세균에 의한 2차 감염증상까지 발생해 이제는 일반 항생제를 처방해도 듣지 않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동네의원측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계속 일반 항생제만 투약한 것이었다. 김씨는 “의약분업 전 약국의 임의조제나 동네의원의 항생제 처방이 다를 것이 무엇이 있느냐”며 해당 의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대한감염학회의 한 관계자는 “분업 후 항생제 내성률의 증감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각 병원 감염내과로 들어오는 항생제 내성 환자와 기존 항생제 내성 균주로 인해 발생하는 2차 감염 환자의 수가 줄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의약분업의 항생제 절감효과에 대해 의문을 표한다.
특히 병원 입원환자의 항생제 내성균에 대한 감염실태는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보건복지부의 자체 조사 결과 올 들어 입원환자 중 항생제 내성균 감염으로 인한 환자의 추가 진료비 발생률이 수술 부위 감염은 100%, 병원성 균혈증 13.2%, 요로감염 3.6%, 병원성 폐렴 5%로 나타난 것. 그만큼 항생제 남용에 따른 폐해가 심각함을 입증하는 것이다.
“사실 의원급에서는 세균성인지 바이러스성 질환인지 구별할 시설과 능력이 없다. 항생제 내성에 대한 우려는 의사라면 누구나 하지만 당장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 하나쯤’이나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으로 항생제를 투여한다. 세균성이면 즉시 효과가 드러날 것이고, 바이러스성이면 그만이라는 식이다”(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송재훈 교수).
문제는 항생제 오·남용의 주범이 ‘의원급’이라는 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올해 1/4분기 항생제 처방경향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체 항생제 처방일수의 83%를 의원급(치과·한의과 제외)에서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에 대한 복지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분업 이후 전체 항생제 사용량에 대한 정확한 추계는 불가능하지만 약국 약사들에 의한 임의조제를 원천적으로 금지했으므로 항생제 사용량이 줄면 줄었지 늘 수는 없다는 입장. 따라서 항생제 남용 증가로 약화가 커졌다는 주장 또한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복지부는 지난 6월29일 ‘의약분업 시행 1년 평가 및 주요 업무 추진현황’이라는 자료를 통해 전체 항생제 사용량이 의약분업 이전과 비교해 31.5%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분업 이전 약국을 찾아 임의조제를 받은 환자 수가 절반 이상 사라졌다고 가정한 후 계산한 추정치로, 분업 전 약국에서 사용한 항생제가 전체 항생제 중 차지하는 비율 48.7%에, 분업 후 약국을 찾는 환자의 감소율 65%를 곱해서 나온 것이다. 약국을 찾아 임의조제를 받은 환자 수가 줄었으니 항생제 사용량도 그만큼 줄었을 것이라는 논리다.
과연 그럴까. 제약업계는 이에 대해 정반대의 분석을 내놓았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황상연 연구원은 “분업 이후 줄어들 것이라던 항생제 매출이 큰 폭으로 커지면서 해당 제약사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편함을 이유로 의원 처방을 기피하는 등 크게 위축할 것으로 예상된 의료수요가 분업 전 약국의 임의조제 수요를 의료기관이 그대로 흡수하면서 의원급을 중심으로 한 처방건수의 대대적 증가와 의료비 지출 증가로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대한제약협회의 항생제 시장에 대한 분석자료는 이를 그대로 증명한다. 지난 99년 7200억 원대에 머무른 전체 항생제 매출액이 지난해에는 8200억 원으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상반기 실적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9000억 원대는 쉽게 넘을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계는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1조 원대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결국 임의조제 금지로 항생제 처방이 자연 감소할 것이라는 복지부 가정은 잘못된 것이라는 게 제약업계의 주장이다.
분업 이전 약국의 항생제 수요가 의료기관에 그대로 흡수되었거나 더 늘어났다는 근거는 복지부의 자체 자료에서도 발견된다. 복지부가 올 5월 의약분업 이후 의료기관과 약국 이용에 따른 불편 정도에 대한 환자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답변자의 80%가 의료기관과 약국 두 군데를 따로 가는 것이 불편하지 않거나, 불편하지만 참을 만하다고 답했다. 이는 복지부가 의약분업의 조기 정착을 홍보하기 위해 발표한 자료지만, 역으로 해석하면 시민에게는 분업 이전의 약국 방문만큼이나 의료기관 방문이 쉬워졌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실제로 복지부는 지난 6월 말 발표한 자료에서 분업 전 의원당 월평균 1684명 수준이던 내원 환자가 지난해 12월 2187명으로 30% 늘었다고 발표했다.
더욱이 ‘주간동아’가 입수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의약분업 전후의 의약품 오·남용 실태분석’ 보고서(비공개자료)는 분업 후 의사들의 항생제 처방행태가 전혀 바뀌지 않고 오히려 처방건수가 늘었다고 밝혀 충격을 주었다. 이 보고서는 분업 이전인 2000년 1월과 분업 후인 2000년 12월(올 1·2월 급여 청구분) 각 의원이 심평원에 청구한 보험급여를 분석한 자료로, 보사연이 복지부의 용역을 받아 작성한 자료라는 점에서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평균 항생제 약제비가 분업 전 청구건당 1544원에서 분업 후 1856원으로 20.2% 증가했으며 전체 처방 건수 중 의사가 항생제를 처방하는 건수 비율도 분업 전 55.7%에서 분업 후 56%로 0.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0장의 처방전을 발행하면 그 중 6건은 항생제 처방이 들어 있다는 뜻이다. 특히 항생제 약제비의 경우 분업에서 제외한 주사제는 줄어든 반면, 경구제는 무려 36.3%가 증가했다. 이에 대해 보사연의 한 관계자는 “약제비가 늘어난 것은 처방건수가 늘어난 것에도 원인이 있지만, 의사들의 고가약 선호 경향도 한 요인이 되었다. 의약분업 초기 자료라 분업 자체가 항생제 처방과 어떤 상관성이 있는지를 이 자료로 파악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 이런 부작용에도 의사들의 항생제 처방행태가 바뀌지 않는 근본 이유는 뭘까. 먼저 의약계에서는 지난해 1월부터 시행한 의약품 실거래가 상한제의 정책 실패와 담합약국의 범람을 첫째 이유로 든다. 의사와 약사 사이의 감시 체계 가동으로 분업 후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 약가 마진이나 리베이트 등 경제적 이윤 동기가 담합약국의 등장으로 모두 의사들에게 집중되었기 때문. 서울시 서대문구의 한 개업의사는 “실거래가 제도의 실패로 분업 후에도 약품의 실거래가와 보험급여 청구가 사이에 발생하는 차익이 고스란히 의사에게 돌아간다. 분업 전보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항생제 선택에 대한 리베이트는 아직 상존하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4차례에 이르는 보험수가 인상 속에 개인의원이 크게 늘어난 것도 항생제 처방을 늘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같은 동네에 같은 진료과목 의원이 생기면서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서로 환자 치료의 ‘속효성 경쟁’을 벌이다 보니 항생제 처방을 남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 분업 이전인 지난해 4월 말 1만9332개이던 의원 수가 불과 1년 사이(올해 4월 말)에 2만405개로 1000여 개 이상 늘었다.
처방과 조제만 분리하면 항생제 처방이 자연히 줄어들 것이라는 복지부의 안일한 발상이 의약계에서 비판 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황상연 연구원은 “소비자의 항생제 선호 의식과, 치료의 속효성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의원급 1차 의료기관의 경쟁이라는 역학관계를 복지부가 지나친 측면이 크다. 이런 여건을 감안할 때, 항생제를 사용한 처방 패턴은 계속적으로 증가추세를 유지할 것이다”고 주장한다.
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우석균 정책실장은 “문제는 분업이라는 도구 외에 별도의 대책이 없다면 항생제 처방 관행을 바꿀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의약분업 초기에 의사들에게 항생제 투약을 근절하기 위한 추가대책을 미리 제시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실장은 “복지부가 항생제 투약관행을 줄이는 데 노력하자는 공문을 보내면 ‘소신대로 진료하라’며 ‘딴지’를 거는 의사단체들의 비협조적 태도도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이 모든 반론과 자료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 약품정책과는 아직 ‘의약분업=약화 감소’라는 이론적 가설에만 매달리는 게 우리 의료정책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