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한치 양보 없는 ‘기싸움’으로 7개월 만의 영수회담도 초장부터 모양이 구겨지는 모습이다.
민주당 안동선 최고위원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 대한 자신의 극언에 책임을 지고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표명한 8월20일 민주당 확대당직자 회의에서는 한나라당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실제로는 영수회담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앞으로의 대선국면에서 이총재 부친에 대한 친일 행적 논란을 다시 제기하지 못하도록 안위원 발언 파문을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이 제기된 것. 전용학 대변인은 “영수회담은 필요하지만 이런 식의 굴욕적 회담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 분위기를 전달했다.
강경하기는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장광근 부대변인은 “여야 영수회담은 대국민 홍보용일 뿐 정권의 관심은 오직 김정일 답방과 언론 압살, 정권재창출뿐이다”고 주장했다. 이날 한나라당 대변인실은 ‘칠회칠배(七會七背) 영수회담’이란 자료를 통해 “여권이 7차례 영수회담에서 모두 ‘뒤통수 때리기’를 했다”면서 “이번에도 영수회담을 제의해 놓고 안위원이 이총재를 공격한 것은 내부 역할분담에 의한 ‘회담 무산용’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이번 영수회담은 서로 주고받을 것이 별로 없는 ‘생색내기용’ 회담일 가능성이 처음부터 높았다. 거듭된 정쟁과 여야 대치상황으로 민생 현안 처리가 계속 밀리는 데 대한 국민의 정치 불신과 따가운 질책에 접한 정치권이 ‘그래도 영수회담으로 해볼 만큼 해봤다’는 변명거리를 만들기 위한 ‘의례적 행사’ 차원이었던 것.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영수회담의 성격과 내용에 대해 “그냥 ‘모션’이지 뭐… 뭐 특별한 게 있나”라고 회담에 거는 기대가 없다는 감정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았다.
그동안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는 영수회담을 할 때마다 ‘대화정치의 복원’과 ‘상생정치’를 화두로 제시했다. ‘국정 동반자로 서로를 존중한다’는 합의도 늘 이뤄졌다. 그러나 이런 합의들은 그저 허공에 뜬 무책임한 말이었을 뿐, 실제로 ‘동반자로서의 성숙한 관계’의 모습을 보여준 적은 거의 없었다. 지난 3년 반 동안 국민의 눈에 비친 여야는 그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으르렁거리거나 싸움질하는 ‘고양이와 개’일 따름이었다.
이런 차원에서 김대중정부의 영수회담은 순기능의 의미가 전혀 없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상대방을 대통령으로, 야당 총재로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불신의 극한상태만 지속된 것. 문제는 이런 앙숙관계가 앞으로 가면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내년에 본격적인 대선국면에 들어서면 영수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겠나.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회담인지 몰라”라고 전망했다.
김대중 대통령(DJ)과 김영삼 전 대통령(YS)은 지난 97년 대선 당시 선거를 55일 앞둔 어지러운 정국 속에서도 영수회담을 가졌다. 배석자를 물리친 이 회담에서 YS는 사정기관을 포함한 정부기관의 공명선거 노력을 다짐했고, DJ도 용공·색깔 시비나 비자금 같은, 대선가도에서 솟아날 수 있는 의도적인 덫이나 장애물을 미리 제거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만족을 표시했다. YS가 자신을 돕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선거중립은 유지하는 쪽으로 몰고 간 것이었다.
동교동계의 한 핵심의원은 “바로 이같은 전례를 보더라도 지금 이회창 총재는 영수회담을 통해 바로 김대통령이 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총재가 하기에 따라 여러 가지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는 주장이다. 이 의원은 단적으로 “대통령은 어떤 특정인을 대통령으로 만들 수는 없지만, 대통령이 못 되게 할 수는 있다”고 말한다. 이총재가 이미 대통령이 된 것처럼 생각한다 해도 예상치 못한 ‘덫’에 대한 예방 노력을 충분히 해야 하고, 이를 영수회담에서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권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김대통령과 이총재 사이에선 지난 97년 DJ와 YS가 영수회담에서 보여준 ‘담판’ 같은 것이 재현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이같은 담판을 위해서는 97년과 92년의 DJ가 그랬듯이 야당 총재가 먼저 끈질기게 노력해야 하는데, 지금의 이총재는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 그런 점에서 이번에 우여곡절을 거쳐 영수회담이 성사된다 해도 ‘또 한번의’ 마지막 영수회담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안동선 최고위원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 대한 자신의 극언에 책임을 지고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표명한 8월20일 민주당 확대당직자 회의에서는 한나라당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실제로는 영수회담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앞으로의 대선국면에서 이총재 부친에 대한 친일 행적 논란을 다시 제기하지 못하도록 안위원 발언 파문을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이 제기된 것. 전용학 대변인은 “영수회담은 필요하지만 이런 식의 굴욕적 회담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 분위기를 전달했다.
강경하기는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장광근 부대변인은 “여야 영수회담은 대국민 홍보용일 뿐 정권의 관심은 오직 김정일 답방과 언론 압살, 정권재창출뿐이다”고 주장했다. 이날 한나라당 대변인실은 ‘칠회칠배(七會七背) 영수회담’이란 자료를 통해 “여권이 7차례 영수회담에서 모두 ‘뒤통수 때리기’를 했다”면서 “이번에도 영수회담을 제의해 놓고 안위원이 이총재를 공격한 것은 내부 역할분담에 의한 ‘회담 무산용’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이번 영수회담은 서로 주고받을 것이 별로 없는 ‘생색내기용’ 회담일 가능성이 처음부터 높았다. 거듭된 정쟁과 여야 대치상황으로 민생 현안 처리가 계속 밀리는 데 대한 국민의 정치 불신과 따가운 질책에 접한 정치권이 ‘그래도 영수회담으로 해볼 만큼 해봤다’는 변명거리를 만들기 위한 ‘의례적 행사’ 차원이었던 것.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영수회담의 성격과 내용에 대해 “그냥 ‘모션’이지 뭐… 뭐 특별한 게 있나”라고 회담에 거는 기대가 없다는 감정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았다.
그동안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는 영수회담을 할 때마다 ‘대화정치의 복원’과 ‘상생정치’를 화두로 제시했다. ‘국정 동반자로 서로를 존중한다’는 합의도 늘 이뤄졌다. 그러나 이런 합의들은 그저 허공에 뜬 무책임한 말이었을 뿐, 실제로 ‘동반자로서의 성숙한 관계’의 모습을 보여준 적은 거의 없었다. 지난 3년 반 동안 국민의 눈에 비친 여야는 그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으르렁거리거나 싸움질하는 ‘고양이와 개’일 따름이었다.
이런 차원에서 김대중정부의 영수회담은 순기능의 의미가 전혀 없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상대방을 대통령으로, 야당 총재로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불신의 극한상태만 지속된 것. 문제는 이런 앙숙관계가 앞으로 가면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내년에 본격적인 대선국면에 들어서면 영수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겠나.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회담인지 몰라”라고 전망했다.
김대중 대통령(DJ)과 김영삼 전 대통령(YS)은 지난 97년 대선 당시 선거를 55일 앞둔 어지러운 정국 속에서도 영수회담을 가졌다. 배석자를 물리친 이 회담에서 YS는 사정기관을 포함한 정부기관의 공명선거 노력을 다짐했고, DJ도 용공·색깔 시비나 비자금 같은, 대선가도에서 솟아날 수 있는 의도적인 덫이나 장애물을 미리 제거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만족을 표시했다. YS가 자신을 돕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선거중립은 유지하는 쪽으로 몰고 간 것이었다.
동교동계의 한 핵심의원은 “바로 이같은 전례를 보더라도 지금 이회창 총재는 영수회담을 통해 바로 김대통령이 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총재가 하기에 따라 여러 가지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는 주장이다. 이 의원은 단적으로 “대통령은 어떤 특정인을 대통령으로 만들 수는 없지만, 대통령이 못 되게 할 수는 있다”고 말한다. 이총재가 이미 대통령이 된 것처럼 생각한다 해도 예상치 못한 ‘덫’에 대한 예방 노력을 충분히 해야 하고, 이를 영수회담에서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권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김대통령과 이총재 사이에선 지난 97년 DJ와 YS가 영수회담에서 보여준 ‘담판’ 같은 것이 재현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이같은 담판을 위해서는 97년과 92년의 DJ가 그랬듯이 야당 총재가 먼저 끈질기게 노력해야 하는데, 지금의 이총재는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 그런 점에서 이번에 우여곡절을 거쳐 영수회담이 성사된다 해도 ‘또 한번의’ 마지막 영수회담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