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실베이니아 대학 경영학 교수인 앨버트 비시어와 로버트 풀머는 전 세계적으로 기업들이 고용인을 훈련시키기 위해 연간 1000억 달러 이상을 소비한다고 추정한다. 전 세계적으로 경영교육시장은 120억 달러가 넘는 가치가 있다. 그 중 경영대학원은 전체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약 30억 달러 규모). 그들은 무엇을 위해 이처럼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는가. 경영의 공통목표는 ‘보다 높은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이다.
스튜어트 크레이너의 ‘경영의 세기’는 지난 100년 동안 경영적 사고와 실천을 가능하게 한 역사의 흐름을 정리한 책이다. 여기에는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와 미국 중심의 경영사에서 완전히 잊힌 프랑스의 앙리 페욜까지 수많은 경영사상가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책의 장점은 ‘인간을 위한 경영’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정치적 이데올로기에서는 자본주의가 승리하였지만, 일터에서는 마르크스주의가 승리한 흔적이 역력하다”는 저자의 설명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책의 구성을 보면 10년 단위로 시대를 구별하고 대표적 사상과 실천들을 정리했으며, 각 장마다 그 시대를 대표하는 통계와 연대표를 붙였다. 또 사상적 전개와 경영현장을 통합적으로 정리하고 미국적 상황에 얽매이지 않고 일본과 유럽의 사례를 비중있게 다뤘다. 각 장 첫머리에 감수를 맡은 송일 교수(한국외국어대 무역학과, 경제경영연구소장)가 각 시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노트를 첨부하는 등 섬세한 편집 또한 눈에 띈다. 여기서 이 책에 담긴 초기 경영학의 생성과정을 잠시 살펴보자.
1899년 미국의 매킨리 대통령은 엘리후 루트(1845~1937년)라는 변호사를 국방장관에 임명했다. 당시 미국은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군대가 완전히 난장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군대는 작전 지역에 대한 지도를 확보하지 못해 전략을 짜는 데 애를 먹었고, 쿠바로 파견한 군인들은 겨울 군복 차림이었다. 루트는 군 행정조직을 재편하고 국방대학을 설립했으며 합동참모부를 만들었다. 한 상원의원이 “워싱턴과 나폴레옹은 구태여 전략위원회가 필요치 않았다”고 공격하자 루트는 “글쎄, 그들은 죽었다. 우리의 현재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죽어버렸다”고 일갈했다. 피터 드러커는 이것이야말로 “최초의 의식적이고 체계적인 경영원칙의 적용이었다”고 했다.
루트의 개혁은 오늘날 관점에서 보면 경영을 실천한 것이지만, 그는 아마도 그것을 행정이라 불렀을 것이다. 20세기로의 전환기에서 경영은 이처럼 개념조차 불분명했다. 그러나 앙리 페욜(1841~1925)과 프레더릭 윈슬로 테일러(1856~1915)의 등장으로 비로소 경영은 독자적 영역을 구축한다. 광산 엔지니어인 페욜은 파산에 처한 회사를 구하면서 독특한 경영이론을 체계화했다. 경영의 보편성(경영은 광산·병원·우체국 어디에나 적용 가능하다), 학문으로서의 경영, 경영의 일반적인 14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이 원칙을 제시하면서 페욜은 “정의를 내릴 수 있다면 그것을 가르칠 수 있다”고 했다. 이것이 경영학의 출발이다.
페욜이 경영의 본질과 싸우는 동안 테일러는 문제 해결사로 등장했다. 경영적 측면에서 테일러가 세운 가장 중요한 공은 경영을 하나의 과학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테일러는 작업장에 분석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이전에는 어느 누구도 노동의 본질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지 않았다. 문제는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가 효율성만 앞세운 나머지 도덕적 고려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쨌든 1900년대는 테일러가 주도한 ‘스톱워치의 과학’이 경영의 대세였고, 이것은 대량생산의 상징인 포드 시스템을 완성시켰다. 그 후 1920년대 경영은 조직을 발견했고, 1930년대는 효율성에 가린 인간을 발견한 시대, 1940년대는 전쟁을 통해 경영이 이론과 방법론 모두 크게 진화한 시기이며 1950년대는 소비 중심의 경영이 등장한다. 1960년대는 피터 드러커를 비롯 챈들러, 앤소프 등 전략적 관점이 경영이념에 새 기운을 몰고 온 시기다.
1970년대는 지난 70년 가까이 형성된 경영이념들의 부정적 측면이 드러나면서 경영학의 중심지인 미국이 비로소 외국의 경영방식에 눈을 돌리며, 1980년대는 드디어 일본이 세계경제를 주도하자 미국이 일본을 적극적으로 배우는 시기다. 1990년대 이후 우리는 노동 집중이 아닌 경영자 집중, 에너지 집중이 아닌 지식 집중으로 바뀌는 IT 혁명 시대를 경험했다. 책의 마지막 장은 2001년 이후를 전망하면서 ‘학습조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뛰어난 몇몇이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가 아니라 이제 조직원 모두 전략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조직을 ‘학습공동체’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이 조직원의 훈련과 개발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21세기에도 경영학의 역할은 쇠퇴하지 않을 것이다.
ㆍ 경영의 세기/ 스튜어트 크레이너 지음/ 박희라 옮김/ 더난출판 펴냄/ 421쪽/ 1만5000원
스튜어트 크레이너의 ‘경영의 세기’는 지난 100년 동안 경영적 사고와 실천을 가능하게 한 역사의 흐름을 정리한 책이다. 여기에는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와 미국 중심의 경영사에서 완전히 잊힌 프랑스의 앙리 페욜까지 수많은 경영사상가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책의 장점은 ‘인간을 위한 경영’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정치적 이데올로기에서는 자본주의가 승리하였지만, 일터에서는 마르크스주의가 승리한 흔적이 역력하다”는 저자의 설명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책의 구성을 보면 10년 단위로 시대를 구별하고 대표적 사상과 실천들을 정리했으며, 각 장마다 그 시대를 대표하는 통계와 연대표를 붙였다. 또 사상적 전개와 경영현장을 통합적으로 정리하고 미국적 상황에 얽매이지 않고 일본과 유럽의 사례를 비중있게 다뤘다. 각 장 첫머리에 감수를 맡은 송일 교수(한국외국어대 무역학과, 경제경영연구소장)가 각 시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노트를 첨부하는 등 섬세한 편집 또한 눈에 띈다. 여기서 이 책에 담긴 초기 경영학의 생성과정을 잠시 살펴보자.
1899년 미국의 매킨리 대통령은 엘리후 루트(1845~1937년)라는 변호사를 국방장관에 임명했다. 당시 미국은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군대가 완전히 난장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군대는 작전 지역에 대한 지도를 확보하지 못해 전략을 짜는 데 애를 먹었고, 쿠바로 파견한 군인들은 겨울 군복 차림이었다. 루트는 군 행정조직을 재편하고 국방대학을 설립했으며 합동참모부를 만들었다. 한 상원의원이 “워싱턴과 나폴레옹은 구태여 전략위원회가 필요치 않았다”고 공격하자 루트는 “글쎄, 그들은 죽었다. 우리의 현재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죽어버렸다”고 일갈했다. 피터 드러커는 이것이야말로 “최초의 의식적이고 체계적인 경영원칙의 적용이었다”고 했다.
루트의 개혁은 오늘날 관점에서 보면 경영을 실천한 것이지만, 그는 아마도 그것을 행정이라 불렀을 것이다. 20세기로의 전환기에서 경영은 이처럼 개념조차 불분명했다. 그러나 앙리 페욜(1841~1925)과 프레더릭 윈슬로 테일러(1856~1915)의 등장으로 비로소 경영은 독자적 영역을 구축한다. 광산 엔지니어인 페욜은 파산에 처한 회사를 구하면서 독특한 경영이론을 체계화했다. 경영의 보편성(경영은 광산·병원·우체국 어디에나 적용 가능하다), 학문으로서의 경영, 경영의 일반적인 14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이 원칙을 제시하면서 페욜은 “정의를 내릴 수 있다면 그것을 가르칠 수 있다”고 했다. 이것이 경영학의 출발이다.
페욜이 경영의 본질과 싸우는 동안 테일러는 문제 해결사로 등장했다. 경영적 측면에서 테일러가 세운 가장 중요한 공은 경영을 하나의 과학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테일러는 작업장에 분석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이전에는 어느 누구도 노동의 본질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지 않았다. 문제는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가 효율성만 앞세운 나머지 도덕적 고려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쨌든 1900년대는 테일러가 주도한 ‘스톱워치의 과학’이 경영의 대세였고, 이것은 대량생산의 상징인 포드 시스템을 완성시켰다. 그 후 1920년대 경영은 조직을 발견했고, 1930년대는 효율성에 가린 인간을 발견한 시대, 1940년대는 전쟁을 통해 경영이 이론과 방법론 모두 크게 진화한 시기이며 1950년대는 소비 중심의 경영이 등장한다. 1960년대는 피터 드러커를 비롯 챈들러, 앤소프 등 전략적 관점이 경영이념에 새 기운을 몰고 온 시기다.
1970년대는 지난 70년 가까이 형성된 경영이념들의 부정적 측면이 드러나면서 경영학의 중심지인 미국이 비로소 외국의 경영방식에 눈을 돌리며, 1980년대는 드디어 일본이 세계경제를 주도하자 미국이 일본을 적극적으로 배우는 시기다. 1990년대 이후 우리는 노동 집중이 아닌 경영자 집중, 에너지 집중이 아닌 지식 집중으로 바뀌는 IT 혁명 시대를 경험했다. 책의 마지막 장은 2001년 이후를 전망하면서 ‘학습조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뛰어난 몇몇이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가 아니라 이제 조직원 모두 전략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조직을 ‘학습공동체’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이 조직원의 훈련과 개발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21세기에도 경영학의 역할은 쇠퇴하지 않을 것이다.
ㆍ 경영의 세기/ 스튜어트 크레이너 지음/ 박희라 옮김/ 더난출판 펴냄/ 421쪽/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