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새롭고도 강력한 발기부전 치료제가 비아그라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세계 제약업계엔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전운이 감돈다. 이들 ‘뉴페이스’의 목표는 단 하나, 전 세계 남성을 공략하는 것이다.
비아그라의 성분명은 ‘실데나필’. 다이아몬드 모양의 푸른 색 알약인 비아그라는 분명 성관계를 원할 때면 언제든지 복용 가능한 편의성이 있다. 하지만 문제점 또한 적지 않다. 특히 비아그라 복용 후 부작용을 일으킨 미국인 1473명 중 무려 522명이 죽은 것으로 집계되었다는 미국 내 한 의료원의 보고서는 가히 충격적이다.
가장 무서운 부작용은 돌연사. ‘니트로글리세린’을 복용하는 협심증 환자가 비아그라를 먹으면 혈압이 급격히 떨어져 돌연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중증의 간 질환 환자와 혈압이 90/50mmHg 미만이거나 170/100 mmHg 이상인 사람 역시 비아그라를 복용하면 위험하다. 중풍이나 심근경색이 있는 사람과 색소성 망막염 환자도 비아그라를 복용해선 안 된다. 당뇨병 환자나 심인성 발기부전 환자에게도 비아그라는 별 효과가 없다.
비아그라의 이런 맹점을 겨냥한 ‘제2의 비아그라’들이 줄지어 시판을 앞두고 있다. 이 신약들은 △성관계 1시간 전 복용 △4시간의 발기 지속성 △의학적 부작용 등 비아그라의 단점을 상당 부분 극복한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물망에 오른 대표적인 발기부전 치료제는 씨알리스(릴리-아이코스), 바데나필(바이엘), 유프리마(애보트-다케다), DA-8159(동아제약) 등이다. 이와 별도로 정력 증진을 위한 건강 보조제 롱타임F(종근당)도 시판을 앞두고 있다.
◆씨알리스
미국 UCLA 비뇨기과의 헤린 퍼드마-네이딘 교수 연구팀이 발기부전 환자 61명에게 씨알리스와 비슷한 치료제를 각각 복용케 한 결과, 씨알리스를 복용한 환자의 성기 강직도와 발기 지속성이 유사 치료제를 복용한 경우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24시간 발기가 지속된 사례도 보고되었다. 또 빠르면 복용 16분 만에 약효가 나타났으며, 발기상태가 24시간 지속된 뒤 한 차례 더 성관계를 가진 사람도 있었다. 씨알리스의 약효는 실험 대상자의 88%에서 나타났다. 연구팀은 가벼운 두통을 제외하면 씨알리스의 부작용은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비아그라와의 비교실험이 추가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씨알리스는 내년 영국에서 시판할 예정.
◆바데나필
비아그라를 절대 금해야 하는 심혈관계 환자들에게 서광을 주는 발기부전 치료제. 최근 발기부전으로 평균 2.8년간 고통을 겪어온 21~70세 남성환자 58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이 중 80%에서 약효가 두드러졌다. 실험 대상자의 75%는 성공적인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심혈관계 부작용이 적으면서도 약효가 우수한 것이 바데나필의 장점. 다만 두통(15.3%), 안면홍조(11.3%), 소화불량(6.7%), 비점막염증(7.3%) 등 새로 나타난 부작용이 문제다. 이들 부작용은 복용량을 줄이면 대부분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는 게 바이엘측의 주장. 바데나필은 발기부전의 원인 및 정도, 환자의 나이와 상관없이 효과를 발휘한다. 전 세계적으로 내년 시판 예정.
◆유프리마(일본명 ‘아이젠스’)
붉은 벽돌색의 이 약을 혀 밑에 넣으면 침에 의해 녹은 뒤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발기를 유도한다. 이는 발기가 이뤄지려면 반드시 성적 자극을 필요로 하는 비아그라와 완전히 다른 점. 효과는 복용 뒤 20분 만에 나타난다.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구역질·어지럼증·두통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는데, 제약사측은 일시적이고 가벼운 증상이라 밝힌다.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서 시판 승인을 받았다. 한국 애보트는 조만간 유프리마를 국내에 시판할 계획이어서 비아그라와의 전면전이 예상된다.
◆DA-8159
국산 신약으로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조건부 허가를 받고 서울대병원 등에서 임상실험에 들어갔다. 실험 결과 약효와 안전성이 입증되면 2003년쯤 출시할 예정. 두통, 얼굴 화끈거림, 소화불량, 심장에 대한 부담 등 비아그라의 부작용 극복에 주력했다. 동아제약측은 효능 면에서 비아그라보다 우수하다고 주장한다.
◆롱타임F
발기부전 치료제는 아니지만 효능이 입증된 정력증진용 건강보조제. 6월중 국내에 시판된다. 옥타코사놀이 들어 있는 롱타임F는 임상실험 결과 성관계시 지구력과 순발력을 20~30%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성호르몬과 정자 수, 정액량을 동시에 늘려 정력 감퇴를 예방한다. 효능 및 안전성은 미국 FDA 기준에 의해 이미 검증을 마친 상태. 종근당이 시판한다. 비아그라가 지난 한해 전 세계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무려 1조3000억 원. 국내에서는 대략 200억 원어치가 팔렸다고 한다. 임상실험 결과를 인정 받아야만 공인 받을 수 있는 치료제의 특성상 ‘슈퍼 비아그라’를 자처하는 새 발기부전 치료제들이 비아그라의 아성을 무너뜨릴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이 치료제들은 안전성과 효능만 입증되면 언제든 비아그라를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제 전 세계 남성들에게는 발기부전 치료제들 간 벌어질 흥미진진한 ‘전쟁’을 지켜볼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