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애니메이션계의 키워드는 다음 세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디지털, 둘째 네트워크, 셋째 국제화입니다. 이 세 개의 키워드를 가지고 일본과 한국이 어떤 협력관계를 구축해나갈 수 있는지가 과제입니다.”
1월17일 일본공보문화원에서 열린 야마구치 야스오(山口康男) 전 도에이(東映) 애니메이션연구소장의 강연은 세 가지 키워드를 강조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는 재패니메이션이 세계시장에서 디즈니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성공비결을 설명하고, 그러나 21세기에 디지털화, 네트워크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제 아무리 일본 애니메이션이라도 사양길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미 일본의 애니메이션산업은 유능한 인재들의 진출기피와, 소자화(少子化)로 인한 주고객층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일본은 통상성 주도의 디지털화와 네트워크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야마구치씨는 이 프로젝트의 주책임자로 활동중이다. 디지털화의 기본 개념은 종이 없는 애니메이션 제작. 원화와 동화 배경화, 채색, 특수효과, 촬영 등 전과정을 디지털화하면 셀이나 각종 그림도구, 카메라, 필름, 현상 등의 기존 제작도구들이 필요치 않게 된다. 이를 통해 인건비를 대폭 줄일 수 있고 TV시리즈의 생명인 제작기간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더욱이 위성방송에 의한 다채널 시대가 시작되어 방송의 디지털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TV시리즈물을 근간으로 성장해 온 일본 애니메이션은 TV의 제작환경에 맞춰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도에이는 이미 97년부터 채색 이후의 모든 공정을 디지털화했고, 지난 해 일본에서 제작된 TV애니메이션 60편 가운데 41편이 디지털로 제작됐다. 올해는 디지털 제작 비율이 90%가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화와 함께 추진되고 있는 네트워크화는 모든 프로덕션을 초고속네트워크로 연결해 발주부터 수주까지의 전과정을 온라인으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일본 프로덕션의 90%가 집중돼 있는 도쿄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초고속 통신망을 연결하는 ‘애니메이션 힐즈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 한편 야마구치씨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디즈니로 대표되는 미국 애니메이션과 차별화하는 전략으로 세계시장 진출에 성공한 예를 들어 한국 애니메이션의 발전방향을 제시했다.
“미국 애니메이션은 기법상 풀애니메이션이고 일본은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입니다. 만약 일본이 디즈니와 똑같은 방식으로 경쟁했다면 절대로 디즈니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일본은 리미티드 기법을 최대한 활용해 극장용이 아닌 TV시리즈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것은 아니지만 짧은 제작기간에 저렴한 제작비, 그리고 강한 임팩트를 주는 재패니메이션의 특징이 알려지면서 재패니메이션은 자연스럽게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독자적인 분야를 구축한 결과 미국은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에 관한 한 일본과의 경쟁을 포기했고, 자연스럽게 TV시리즈물 분야에서 일본은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또 TV는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에 비해 적은 투자비용으로 리스크를 줄이면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TV시리즈를 통해 모든 장르를 섭렵하며 애니메이션 제작 역량을 키워나갔다. 또 1년에 40~60편의 TV시리즈를 제작해야 하는 상황은 다양한 스토리 공급처 개발을 필요로 했다. ‘캔디 캔디’와 같은 인기만화부터 ‘포켓몬스터’나 ‘디지몬’ 같은 게임소프트웨어 캐릭터까지 어린이들의 눈길을 끌 만한 것은 모두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했다. 심지어 야마구치씨가 1970년대에 제작해 큰 성공을 거둔 ‘빅 리만’ 시리즈는 한 제과업체가 개발한 초콜릿 카드에 등장한 캐릭터였다.
야마구치씨는 만화잡지를 일본 애니메이션의 어머니로, TV를 아버지라고 설명하면서 만화잡지가 애니메이션의 발전에 늘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면 TV는 냉혹한 경쟁의 세계에서 강하게 크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고 말한다. 결국 적은 자본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는 한국 애니메이션업계도 TV를 겨냥한 애니메이션 제작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다.
또 궁극적으로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 디즈니에 뺏긴 아시아 시장을 되찾는 것이 세번째 키워드 국제화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한다.
“만약 문화적 이질성이 큰 미국의 자본을 가지고 일본이 합작하게 된다면 애니메이션의 내용이 상당 부분 훼손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액션이 너무 일본적이니까 수정하라든지 반드시 영어로 녹음해야 한다는 등 요구가 많아지는 거죠. 우리가 원하는 것은 대등한 파트너십이고 그런 점에서 한국은 최고의 파트너라고 봅니다.”
1월17일 일본공보문화원에서 열린 야마구치 야스오(山口康男) 전 도에이(東映) 애니메이션연구소장의 강연은 세 가지 키워드를 강조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는 재패니메이션이 세계시장에서 디즈니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성공비결을 설명하고, 그러나 21세기에 디지털화, 네트워크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제 아무리 일본 애니메이션이라도 사양길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미 일본의 애니메이션산업은 유능한 인재들의 진출기피와, 소자화(少子化)로 인한 주고객층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일본은 통상성 주도의 디지털화와 네트워크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야마구치씨는 이 프로젝트의 주책임자로 활동중이다. 디지털화의 기본 개념은 종이 없는 애니메이션 제작. 원화와 동화 배경화, 채색, 특수효과, 촬영 등 전과정을 디지털화하면 셀이나 각종 그림도구, 카메라, 필름, 현상 등의 기존 제작도구들이 필요치 않게 된다. 이를 통해 인건비를 대폭 줄일 수 있고 TV시리즈의 생명인 제작기간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더욱이 위성방송에 의한 다채널 시대가 시작되어 방송의 디지털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TV시리즈물을 근간으로 성장해 온 일본 애니메이션은 TV의 제작환경에 맞춰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도에이는 이미 97년부터 채색 이후의 모든 공정을 디지털화했고, 지난 해 일본에서 제작된 TV애니메이션 60편 가운데 41편이 디지털로 제작됐다. 올해는 디지털 제작 비율이 90%가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화와 함께 추진되고 있는 네트워크화는 모든 프로덕션을 초고속네트워크로 연결해 발주부터 수주까지의 전과정을 온라인으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일본 프로덕션의 90%가 집중돼 있는 도쿄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초고속 통신망을 연결하는 ‘애니메이션 힐즈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 한편 야마구치씨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디즈니로 대표되는 미국 애니메이션과 차별화하는 전략으로 세계시장 진출에 성공한 예를 들어 한국 애니메이션의 발전방향을 제시했다.
“미국 애니메이션은 기법상 풀애니메이션이고 일본은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입니다. 만약 일본이 디즈니와 똑같은 방식으로 경쟁했다면 절대로 디즈니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일본은 리미티드 기법을 최대한 활용해 극장용이 아닌 TV시리즈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것은 아니지만 짧은 제작기간에 저렴한 제작비, 그리고 강한 임팩트를 주는 재패니메이션의 특징이 알려지면서 재패니메이션은 자연스럽게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독자적인 분야를 구축한 결과 미국은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에 관한 한 일본과의 경쟁을 포기했고, 자연스럽게 TV시리즈물 분야에서 일본은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또 TV는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에 비해 적은 투자비용으로 리스크를 줄이면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TV시리즈를 통해 모든 장르를 섭렵하며 애니메이션 제작 역량을 키워나갔다. 또 1년에 40~60편의 TV시리즈를 제작해야 하는 상황은 다양한 스토리 공급처 개발을 필요로 했다. ‘캔디 캔디’와 같은 인기만화부터 ‘포켓몬스터’나 ‘디지몬’ 같은 게임소프트웨어 캐릭터까지 어린이들의 눈길을 끌 만한 것은 모두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했다. 심지어 야마구치씨가 1970년대에 제작해 큰 성공을 거둔 ‘빅 리만’ 시리즈는 한 제과업체가 개발한 초콜릿 카드에 등장한 캐릭터였다.
야마구치씨는 만화잡지를 일본 애니메이션의 어머니로, TV를 아버지라고 설명하면서 만화잡지가 애니메이션의 발전에 늘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면 TV는 냉혹한 경쟁의 세계에서 강하게 크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고 말한다. 결국 적은 자본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는 한국 애니메이션업계도 TV를 겨냥한 애니메이션 제작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다.
또 궁극적으로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 디즈니에 뺏긴 아시아 시장을 되찾는 것이 세번째 키워드 국제화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한다.
“만약 문화적 이질성이 큰 미국의 자본을 가지고 일본이 합작하게 된다면 애니메이션의 내용이 상당 부분 훼손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액션이 너무 일본적이니까 수정하라든지 반드시 영어로 녹음해야 한다는 등 요구가 많아지는 거죠. 우리가 원하는 것은 대등한 파트너십이고 그런 점에서 한국은 최고의 파트너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