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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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명령! 태권도 공원을 유치하라

24개 시-군서 눈독…年 150만명 방문, 15억弗 수익 ‘달러 박스’ 기대

  • 입력2005-12-02 11: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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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명령! 태권도 공원을 유치하라
    4·13총선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심규철 당선자(충북 보은-옥천-영동)는 희망 상임위로 문화관광위원회를 지망했다. 당초 그가 마음에 두고 있던 상임위는 농림수산위원회. 농촌지역이 대부분인 지역구 특성에 맞는 상임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당선자는 고민 끝에 문광위로 방향을 틀었다. 이유가 뭘까.

    침체된 지역경제 살리는 돌파구

    바로 ‘태권도 공원 유치’ 때문이다. 심당선자는 “문화관광부에서 추진 중인 태권도 공원을 유치하기 위해 보은군 차원에서 총선 전부터 심혈을 기울여 왔다. ‘태권도 공원 유치’는 침체 상태인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다. 선거 때 후보들이 기대치를 워낙 높여 놔서 만약 유치에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압박감까지 받고 있다”고 말했다. ‘태권도 공원 유치’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해당 상임위인 문광위를 지원했다는 설명이다.

    심당선자의 사례는 태권도 공원(상자기사 참조)을 유치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시-군)들이 벌이고 있는 치열한 경쟁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5월13일 현재 태권도 공원을 유치하겠다고 나선 지방자치단체는 모두 24곳.(표 참조). 희망자치단체는 5월31일까지 문화관광부에 신청서를 내도록 돼있다. 문광부의 심사를 거쳐 후보지가 최종 결정되는 시점은 7월말이나 8월초쯤.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태권도 공원 유치경쟁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돈’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광부의 계산대로라면 태권도 공원이 조성될 경우 연간 약 15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15억 달러(1조6500억원)이상의 수입이 생긴다.

    지자체들간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불붙은 것은 지난 3월28일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의 발언 이후부터다. 박지원장관은 이날 한국체육대학 강연에서 “세계 5000만 태권도인들의 구심점이 될 태권도 공원을 만들겠다”며 “지자체가 100만평의 땅만 제공하면 2000억원의 국비와 지방비 등을 투입해 금년부터 사업을 시작, 2007년까지 완공하겠다”고 밝혔다. 박장관의 이날 발언은 그동안 대한태권도협회(회장 김운용) 차원에서 추진해온 태권도 공원 건립계획을 정부차원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대한태권도협회가 ‘태권도성전 건립 추진위원회’를 만들고 태권도 공원 건립에 나선 것은 지난 1996년 이필곤회장 시절. 삼성그룹 출신인 이회장은 삼성의 지원을 업고 의욕적으로 일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회장이 서울시 부시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IMF(국제통화기금)의 원조를 받는 국가경제위기 상황에서 태권도 공원 건립계획은 암초를 만났다. 이런 상태에서 주무장관인 박장관이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자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태권도계에서는 김운용 대한태권도협회장이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로 국회에 진출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기 위한 지자체들의 경쟁 현장으로 가보자. 기본은 홍보전이다. 강원도 춘천시는 그동안 US오픈, 우크라이나 오픈 등 국제태권도대회에 국제사절단(단장 함형구 부시장)을 세 차례나 파견, 국제태권도대회 유치와 태권도 공원 유치 홍보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춘천전경과 자체 선정한 태권도 공원 후보지 등을 담은 홍보용 CD롬도 만들고 있다. 춘천시청이 10년 이상 태권도 팀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홍보전에 한껏 활용하고 있다.

    충북 진천군은 지난 3월14~19일 태권도 공원과 관련한 자료수집과 홍보를 위해 중국 소림사에 조사단(단장 임종원)을 파견했다. 또 진천군 의회는 4월17~27일 미국과 캐나다를 방문, 해외홍보전도 펼쳤다. 남가주 태권도 협의회 소속 관장 43명의 적극적인 지원약속을 받아냈고 캘리포니아주 세레토스시 부시장과 태권도인 등 38명으로부터 태권도 공원 진천 유치 지지서명도 받았다.

    올 초부터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서명작업을 벌여온 경기도 파주시는 4월에는 ‘태권도 공원 유치 범시민 추진위원회’까지 만들어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까지 서명한 사람은 2만5000여명. 충남 천안시는 독립기념관을 지렛대로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5월2일 시 관계자가 박유철 독립기념관장을 찾아가 태권도 공원 유치 추진 현황을 설명하고 협조를 약속받았다. 천안시 측은 “태권도 공원 유치는 독립기념관 활성화에도 큰 힘이 된다”며 홍보에 열심이다.

    대한태권도협회와 문광부는 지자체 관계자들의 계속된 방문으로 문턱이 닳고 있다. 대한태권도협회 성재준 사무국장은 “자치단체들의 관심은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치열하다. 물밑로비를 엄청나게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세우 전북 무주군수는 두 번이나 문광부를 방문, 관계자들과 면담했다. 충남 천안시는 천안대 현석주교수 등 지역 체육계 인사들이 중심이 돼 이규석 아시아태권도연맹 사무총장을 만나는 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김종철 충북 보은군수는 지난 2월24일 김운용 IOC 위원과 김정행 용인대 총장 겸 대한체육회부회장을 만나 보은 유치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주승용 전남 여수시장도 문광부를 방문했다. 충남 보은군은 4월24일 법주사 주지 지명스님과 함께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스님을 만나 불교계의 협조를 요청하는 등 측면 바람몰이 작전도 펼쳤다.

    태권도와 관련된 대회나 세미나 등을 유치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자치단체들의 전략 중 하나. 춘천시는 올 6월에 ‘2000년 코리아오픈 춘천국제태권도 대회’를 연다. 국제적으로 공인 받은 이 대회를 열기 위해 춘천시는 몇 년 전부터 유치작전을 벌여왔다. 춘천시 측은 대회 개막에 발맞춰 태권도대학 설립계획을 발표, 기선제압을 노리고 있다. 또 올 1월25~29일 열린 태권도 국제심판 세미나 교육은 충북 진천에서 열렸다.

    자치단체들의 관심 및 부가효과도 높아 도 차원에서 지원을 모색하고 있는 곳도 있다. 전라남도는 태권도 공원 후보지를 여수시로 단일화했다. 여수시청 담당자 이영철씨는 “여수는 내년에 개최여부가 결정되는 세계박람회 후보지 중 한 곳이다. 때문에 세계박람회와 태권도 공원을 묶는다면 유치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보고 도 차원에서 태권도 공원 단일 후보지로 여수를 선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9개 시-군이 신청할 예정인 경기도의 경우 임창열지사가 “태권도 공원이 도에 유치돼 관광명소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한 상태다. 인천시는 최기선시장 등 30여명으로 ‘유치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측면지원에 나섰다.

    유권자들의 관심이 달아오른 만큼 정치인들도 팔짱만 끼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강원 춘천과 충북 보은`-`진천지역에서는 태권도 공원 유치 문제가 4·13 총선 때부터 첨예한 현안으로 등장했다. 총선 당시 민주당 이상룡, 한나라당 유종수, 민국당 한승수후보 등 춘천 지역 출마자들은 모두 태권도 공원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충북 보은 지역에 출마했던 민주당 이용희후보는 “당선된 뒤 태권도 공원 유치에 실패하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한나라당 이재창의원(경기 파주)처럼 태권도 공원 건립계획이 공식화하기 전에 문광부 자료를 입수해 넘겨주는 식으로 측면지원을 한 경우도 있다.

    이미 분위기가 과열된 탓에 5월31일 접수를 완료한 뒤 최종 후보지가 결정되는 7월말까지 해당 자치단체들은 사활을 건 로비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사업인 만큼 불필요한 잡음이 일지 않도록 관계자들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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