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도 바뀌는데 기왕이면 초연 작품으로 해봅시다. 로시니의 ‘모세’가 어떻습니까?”
오페라 연출가 장수동씨는 창단 10주년을 앞두고 작품 선정에 고심하는 글로리아 오페라단 양수화단장에게 ‘모세’를 올려보자고 제안했다. 양단장은 그 자리에서 “바로 그것”이라며 전격적으로 결정했지만 문제는 로시니 오페라 ‘모세’에 대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 공연해 본 가수는 물론 공연을 관람한 사람도 없었다. 심지어 국내에서는 악보조차 구할 수 없었다.
장수동씨는 곧바로 이탈리아 페사로로 날아갔다. 로시니 페스티벌을 참관하면서 악보와 ‘모세’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그때 이 ‘문제의 작품’은 오페라 본고장에서도 제대로 공연된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탈리아 음악인들은 장씨에게 거듭 “정말 한국에서 공연할 생각이냐?”고 물으며 “만약 한국 초연에 성공한다면 그것은 세계적인 일이 된다”면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에 도취돼 선뜻 4억원 가량의 제작비가 드는 그랜드 오페라를 시작하기는 했지만 오페라단의 어려움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먼저 주역들이 그동안 한번도 불러보지 않았던 노래를 제대로 익히는 데만 몇 달이 걸렸다. 가수들 중에는 다른 생활을 포기하고 노래 연습에만 매달리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중도포기하는 사람이 속출했다.
본 적도 없는 오페라를 이탈리아어로 부르자니 쉽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것도 문제였다. 장씨는 자발리시가 지휘한 레코딩을 들으며 상상 속의 무대를 만들고 그것을 출연자들에게 설명해주는 방법으로 오페라를 공부했다.
이제 공연을 보름 정도 남기고 오페라 연습실은 후끈 달아올랐다. 아직도 주역들의 노래와 합창이 어우러지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다. 연출가 장씨의 호흡이 빨라진다. “여기서 모세는 더 분노한 표정을 지어야죠. 자, 지팡이를 휘두르고, 다시 내린 뒤 이렇게 총총히 걸어가는 겁니다.”
장씨는 초연 오페라이니만큼 부족한 부분이 눈에 많이 띄겠지만 전혀 새로운 레퍼토리를 경험하는 즐거움을 놓치지 말아달라고 당부한다. ‘모세’는 초연이라는 것 외에도 독특한 매력을 지닌 오페라다. 일단 몇 안되는 베이스 주연의 오페라다(베이스가 주연으로 나오는 대표작으로 ‘모세’ 외에 ‘보리스 고두노프’와 ‘메피스토펠레스’ 세 작품을 꼽을 수 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아기자기한 분위기보다 장중한 아리아와 합창이 무대를 압도한다.
또 흔히 알고 있는 모세의 생애를 전반적으로 다루지 않고 민족의 지도자가 된 모세와 이집트 왕 파라오네의 대결, 또 고국 이스라엘로 돌아가려는 아나이데와 이집트 왕자 아메노피이의 사랑과 갈등이 두 축으로 진행된다.
장씨는 일반인들의 머리 속에 남아 있는 모세는 영화 ‘십계’의 찰턴 헤스턴, 스필버그의 애니메이션 ‘이집트 왕자’에 나오는 모세 이미지 정도인데, 사실 성경을 토대로 제일 먼저 극화를 시도한 것은 로시니 오페라 ‘모세’(초연 1827년 3월26일 파리 오페라 극장)였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기존 영화나 만화, 책으로 접했던 모세 이야기와는 다른 차원에서 모세를 조명하고 음악적 상상력으로 홍해가 갈라지는 것을 그려보는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글로리아 오페라단 5월18~24일(오후 7시반)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
오페라 연출가 장수동씨는 창단 10주년을 앞두고 작품 선정에 고심하는 글로리아 오페라단 양수화단장에게 ‘모세’를 올려보자고 제안했다. 양단장은 그 자리에서 “바로 그것”이라며 전격적으로 결정했지만 문제는 로시니 오페라 ‘모세’에 대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 공연해 본 가수는 물론 공연을 관람한 사람도 없었다. 심지어 국내에서는 악보조차 구할 수 없었다.
장수동씨는 곧바로 이탈리아 페사로로 날아갔다. 로시니 페스티벌을 참관하면서 악보와 ‘모세’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그때 이 ‘문제의 작품’은 오페라 본고장에서도 제대로 공연된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탈리아 음악인들은 장씨에게 거듭 “정말 한국에서 공연할 생각이냐?”고 물으며 “만약 한국 초연에 성공한다면 그것은 세계적인 일이 된다”면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에 도취돼 선뜻 4억원 가량의 제작비가 드는 그랜드 오페라를 시작하기는 했지만 오페라단의 어려움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먼저 주역들이 그동안 한번도 불러보지 않았던 노래를 제대로 익히는 데만 몇 달이 걸렸다. 가수들 중에는 다른 생활을 포기하고 노래 연습에만 매달리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중도포기하는 사람이 속출했다.
본 적도 없는 오페라를 이탈리아어로 부르자니 쉽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것도 문제였다. 장씨는 자발리시가 지휘한 레코딩을 들으며 상상 속의 무대를 만들고 그것을 출연자들에게 설명해주는 방법으로 오페라를 공부했다.
이제 공연을 보름 정도 남기고 오페라 연습실은 후끈 달아올랐다. 아직도 주역들의 노래와 합창이 어우러지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다. 연출가 장씨의 호흡이 빨라진다. “여기서 모세는 더 분노한 표정을 지어야죠. 자, 지팡이를 휘두르고, 다시 내린 뒤 이렇게 총총히 걸어가는 겁니다.”
장씨는 초연 오페라이니만큼 부족한 부분이 눈에 많이 띄겠지만 전혀 새로운 레퍼토리를 경험하는 즐거움을 놓치지 말아달라고 당부한다. ‘모세’는 초연이라는 것 외에도 독특한 매력을 지닌 오페라다. 일단 몇 안되는 베이스 주연의 오페라다(베이스가 주연으로 나오는 대표작으로 ‘모세’ 외에 ‘보리스 고두노프’와 ‘메피스토펠레스’ 세 작품을 꼽을 수 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아기자기한 분위기보다 장중한 아리아와 합창이 무대를 압도한다.
또 흔히 알고 있는 모세의 생애를 전반적으로 다루지 않고 민족의 지도자가 된 모세와 이집트 왕 파라오네의 대결, 또 고국 이스라엘로 돌아가려는 아나이데와 이집트 왕자 아메노피이의 사랑과 갈등이 두 축으로 진행된다.
장씨는 일반인들의 머리 속에 남아 있는 모세는 영화 ‘십계’의 찰턴 헤스턴, 스필버그의 애니메이션 ‘이집트 왕자’에 나오는 모세 이미지 정도인데, 사실 성경을 토대로 제일 먼저 극화를 시도한 것은 로시니 오페라 ‘모세’(초연 1827년 3월26일 파리 오페라 극장)였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기존 영화나 만화, 책으로 접했던 모세 이야기와는 다른 차원에서 모세를 조명하고 음악적 상상력으로 홍해가 갈라지는 것을 그려보는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글로리아 오페라단 5월18~24일(오후 7시반)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